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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하는 페미니스트가 겪은 최악의 하루

ㅇㅇ |2021.09.30 19:07
조회 2,056 |추천 0
먼저 방탈 죄송합니다.오늘 겪은일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여기다 글을 써봅니다.저는 50대 여자구요. 직업은 전업 주식투자자에요.남편은 나이가 있어서 은퇴했어요. 20대 딸 둘 있어요. 성향상 페미니스트고요. 제가 여자로 차별받고 자란 입장이라 여자들을 위해 제가 할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주식이 생각하는 것보다 돈이 되었기 때문에 작년까지는 정말로 먹고 사는일에 지장이 없었는데 올해 들어 주식 수익이 잘 나오지 않고 요즘은 더 심해요. 그래서 먹고 사는 문제까지 걱정될 지경이 되니까 기타 문제들은 머리속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상황입니다. 월요일 백신 2차를 맞았고 머리는 돈 문제로 가득하니 일부러 말썽이 될 문제를 만들지도 않고 문제가 생겨도 좋은게 좋다고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넘어가요. 어제는 택배기사가 물건을 잘못 둬서 택배를 잃어버렸지만 화내지 않고 판매사와 잘 협의해서 재발송받는 것으로 넘어갔어요. 사람이 뭔가 하나가 인생에서 주가 되면 다른 것들은 곁가지가 되어 버리잖아요. 성격상 싸움 하는거 싫어하구요.안좋은 일로 남하고 얽히는 것을 아주 아주 싫어해요.그런데 오늘 그동안 영화 수천편을 보면서도 한번도 남하고 싸울일이 없었던 롯* 시네마에서 아수라 개 싸움판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습니다.백신맞고 겨우 회복해 가는 저에게 남편이 007~보러 가자네요.영화관에 입장했던 시간은 1시 50분경-영화관 제일 끝줄의 첫번째 두번째 자리에 앉았어요.(출입문에서 반대편쪽)광고 시간이었고 남편은 화장실에 갔어요. 저는 폰으로 주식화면을 보고 있었어요.주식쟁이가 다 그렇듯이 짧은 시간이래도 주식화면을 집중해서 볼수 밖에 없죠.그런데 갑자기 날카롭고도 짜증이 가득찬 면박이 들리는 거에요." 다리 좀 오므리세요!"깜짝 놀라 앞을 보니 어두컴컴한 전면에 웬 흰색 톤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미친듯이 화를 내고 있는 거에요.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제가 다리를 벌리고 있어서 자기 통행을 방해했다는 거죠.인기척도 안냈고 좀 지나갈게요 라는 말도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상한건 그 여자 자리는 우리와 같은 끝줄의 반대편 좌석들(출입문에서 한두 걸음 걸으면 있는 ) 이었다는 거지요. 그 여자 남편은 이미 출입문에 가까운 자기들 자리에 앉았더라구요. 그 여자는 끝줄 좌석들을 빙 돌아서 굳이 저를 지나 멀리 있는 자기 자리까지 가려고 한거에요.보통 남편과 같이 극장에 입장하면 같이 앉지 않나요?그런데 그 순간 제가 뭔 느낌이 드냐 하면 성회롱을 당한 느낌이 드는 거에요.여자들 사이에 다리를 오므려라 말할수 있고 넌 가슴이 크네 라는 말도 할수가 있겠죠. 그런데 성회롱이 되고 안되고는 단순히 단어나 문장때문이 아니라 말에 담긴 톤 어투 상대방에게서 느껴지는 뉘앙스등이 얽혀서 여자끼리도 성회롱이 되고 안되고가 다르게 와 닿는거 같아요.제가 극장에서 다리를 1자로 짝 모으고 있었던건 아닙니다.그럴 사람도 없을거구요. 그런데 굳이 큰소리로 사람 많은데서 좀 지나갈게요가 아니라 다리를 오므려! 그런 소리를 지르는 그 여자의 의도는 뭐 였을까요?전 민감한 성격은 아니지만 분명히 그 당시 성적수치심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극장에서 마주 싸울수도 없고 참고 있었습니다.남편이 화장실에서 돌아왔습니다. 남편에게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았습니다. 남편은 나이가 들어 가면서 눈물도 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광고시간이라 그런지 계속 말을 시킵니다. 극장내에서 음료는 마실수 있으니 마스크를 내리고 커피도 마십니다.저역시 그랬구요.남편말에 조근조근 대꾸해 줬어요. 영화가 시작됐습니다.우리는 영화가 시작되면 어떤 말도 뚝 그칩니다.그이유가요.. 둘다 외국 영화에 약해서 그래요.외국 영화를 한국영화 처럼 잘 이해하지 못할때가 많아요.물론 시간순서 대로 차근차근 줄거리가 진행되는 외화나 디즈니 만화영화 같은건  이해하죠. 좀 어려운 외화는 이해를 잘 못하는데 옆사람과 말을 하면서 이해 한다는건 더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화를 어렵게 마음먹고 보러 갔다면 입 닫고 눈 크게 뜨고 귀 열고 집중해서 볼수 밖에 없는 한계들을 지닌 사람들인 거에요. 불이 완전히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귀를 찢는 듯한 그 여자의 소리..좀 조용히 하라고...다시 한번 좀 조용히 하라고...분위기 살벌했어요. 보통 큰소리가 나면 사람들중 한두명은 뭔일인가 뒤를 돌아보는데 한 사람도 돌아보는 사람이 없었어요.다 그림처럼 얼어붙었어요. 영화 시작한지 10초도 안된 사이에 그 여자가 두번이나 소리를 질렀어요. 완전 미친것처럼 소리를 지르는데 계속 지를것 같은 폼이에요. 그 여자가 저한테서 시선을 한떼요. 그여자를 막아야 우리도 영화를 볼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만 저도 "XX 아 니가 더 시끄럽다" 한거에요.아까 다리 오므리라고 큰 소리로 빈정대고 면박준데에 대한 감정도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롯* 시네마는 앞뒤 좌석 사이가 그렇게 좁아 터지지 않았기 때문에 덩치 작은 제가 앉아 있다고 그 여자가 못 지나갈 이유가 없고 정말 저때문에 못 지나갈 상황이면 지나가겠다가고 하면 제가 못 지나가게 막았을까요?그리고 자기 남편은 출입구에서 바로 자기 자리로 가는데 그여자는 왜 끝줄 좌석을 빙 돌아서 굳이 저를 지나 자기 자리로 가야 했을까요?그 여자가 멈출 기새가 없으니까 저도 그 여자 입을 막으려는 생각에 욕을 했고 그순간 그 옆자리에 앉아 있던 그 여자 남편이 용수철처럼 튕겨 일어나더니 XX년 X년(나이는 30대로 보임)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극장이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희 남편도 일어났구요.네명 사이에 있어서는 안될 싸움판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사람들은 무서워서 얼어붙은체 한명도 뒤를 못 돌아보고 그림처럼 앉아 있고요. 그 여자가 그러더군요. 네가 니딸이냐? 그러니까 그 여자는 제가 자기 어머니뻘 나이라는것도 캐치하고 있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자기 남편에게 제 다리 때문에 못 지나갔다고 계속 이야기 했대요. 제 키가 157입니다.다리 안길어요.다행이 영화 진행이 얼마 안되서 네명이 극장 밖으로 나왔고 저는 경찰서 가자고 했어요.성희롱이라는게 여자들 사이에도 성립될수 있고 본인이 그렇게 느끼면 성희롱이니까 경찰서 가려고 했어요.그렇게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경찰서 문턱을 넘어보나 했는데 그 사람들이 직원을 불러 중재를 요청하면서 경찰서행이 무산됐어요.그런데 웃기는건 그 여자가 소리를 지를때 제 남편은 쳐다도 안보고 딱 저만 쳐다보고 소리를 질렀거던요. 처음에 제게 시비 걸었을때 옆자리에 남편이 앉아 있었다면 조용히 자기 자리로 갔을것 같은 거에요.저 오늘자로 페미니스트 접었구요. 여자의 적은 여자구나 하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게 됐습니다생각해 보니 그동안 제게 맥락없이 시비 걸고 덤비던 사람들이 남자가 아닌 여자들이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됐고요.이제 여성 조력자, 여성 운동가, 페미 활동 안할거구요. 남자던 여자던 성별에 기인해서 돕지는 않을 거에요.남자도 멀쩡한 사람 많을 거구요. 여자도 미친 사람 많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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