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결혼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입니다.
부모님이 예비남편을 탐탁치 않아 하시는데 제가 나이가 차고 결혼한다니까 어쩔수 없이 보내시는 상황이에요.
저는 30대 후반 고학력 전문직종 평생 강남 살았고 부모님 둘다 경제적으로 매우 풍족하고 명예도 추구하는 분들이세요.
남친은 30대 중반, 고학력에 저랑 같은 직업, 소득도 비슷해요. 시골출신에 부모님은 고향에서 작은 식당 하시고 자산은 살고 있는 집 한채. 성실하셔서 계속 일하실 생각이고요.
저는 20대 후반에 한번 결혼하겠다는 사람 소개시켰다가 부모님이 크게 반대하셔서 둘이 감정 상하고 결국 헤어진 경험이 있어요. 그 남자는 저보다 한살 많았고 대기업 다녔고 부모님도 그냥 평범한 공무원이랑 간호원이셨어요. 근데 부모님 직업도 맘에 안들고 직업도 너무 평범하다고 결사 반대 하시더라고요.
헤어진 뒤에 저한테 같은 사짜 직업에 부모님이 정치인 무슨기업대표 이런 사람들 많이 소개시켜주셨는데 저는 잘 안맞기도 했고, 그때 너무 상처를 받아 더이상 누굴 만나기도 싫었어요. 이런말하면 너무 유치할지 몰라도 부모님께 앙심을 품은것도 있고요. 제가 말잘듣는 모범생 기질, 부모님께 인정욕구가 커서… 부모님 반대에 제가 흔들려서 둘이 싸우다 헤어진거거든요. 결국 제 선택이면서 엄한 부모님 탓하는건 진짜 못난 짓이라서… 그냥 싱글로 산다고 선언한게 스스로에게 내린 벌 같은기분도 있었어요.
그렇게 30대 내내 결혼도 연애도 안하고 지내다가 결국 30대 후반이 됐어요. 평생 남자 안만나고 혼자 살겠다는 딸,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고요. 그러다가 만난 사람이라 이번에도 반대하면 진짜 평생 시집 못보내고 부모 원망 들을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허락하신거에요.
아니, 솔직히 제가 나이도 있고 경제력도 되고 독립해서 사니까 정확히 말하면 ‘허락을 구하는게 아니라 결혼할 사람을 인사시키고 축하받고 싶다.’라고 못박았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엔 반대할 여지도 없죠.
근데 대놓고 반대는 못하시는데 정말 저한테 맘에 안드는 티를 너무 내세요. 문제는 제가 멘탈이 약하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부모님 영향을 쉽게 받는 타입이라 듣고 있으면 너무 기분이 나쁘고 마치 제 욕을 한것처럼 상처받는데, 이게 딸 시집 보내는 부모님이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말씀인가요?
참고로 예비사위 본인에게는 절대 이런말 안하고 티도 안내십니다.
- (처음 결혼할 사람 있다고 조건을 말씀드렸을때 펑펑 우시면서) 솔직히 죽쒀서 개준 기분이다. 너희 아버지랑 둘이 이 이야기를 밤새 하며 울면서 잠을 못이뤘다. 평생 공들여 개줬다고.
- (예비부모님이 시골에서 작은 식당하신다는 말씀듣고) 시어머니는 아들이 개천용인데 엄청 집착이 강하지 않냐? 미저리같이 아들만 보고 사는 그런분 아니야? (내가 몇번 만나뵙고 왔는데 말씀도 거의 없으시고 수줍어하시고 아들이 뭐하고 다니는지 잘 알지도 못하고 나랑 대화하는것도 대화 수준이 달라 약간 부담스러우신 느낌이어요. 계속 과일 먹으라고 깎아주시고 비싼 과일만 제쪽으로 밀어주시고 별 질문도 많이 안하시고요): 이 걱정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진짜 제 말은 하나도 안듣고 계속 걱정하는 말씀을 하시니까 뭐 어쩌라는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결혼 엎길 바라시는건지.
- (어머니께서) 너희 아버지는 예비시부모가 하는 식당 규모가 얼마나 작은지도 모른다. 내가 말 안했다. 그냥 장사하신다고 안다. 아마 자세히 알면 혈압으로 쓰려지실지도 모른다. (아니 사돈될분들인데…)
- (남자 키가 165라는걸 듣고 아버지께서) 장애인이냐? 집에 무슨 장애 유전자 있는거 아니야?
- (어머니께서) 지금이야 연애 중이니까 다 착하고 좋아보이지? 결혼하고 나면 성질 나올수도 있다. (제가 맞다고, 한없이 착한 친구 아니고 예민하고 외곩수인 면도 있다고 했음) 결혼하면 엄청 싸울거다. (내말을 듣는건 둘째치고 이말을 거의 저주 수준으로 계속 반복하심. 뭐 어쩌라는건지 모르겠음)
이외에도 세세하게 저한테 걱정+ 안좋은 말을 너무 많이 하셨는데 (특히 저희 엄마가 전업주부고 원래 걱정 엄청 많으신 타입… 우울증약도 드셨음) 문제는 제가 도저히 그런것들을 감당해낼 멘탈이 안돼요. 흘려넘기거나 할수가 없어요.
예비신랑이 백퍼센트 완벽한 사람 아닙니다.
다만 저는 조용하고 성격 깔끔하고 능력있고 겸손한 사람이 좋아요. 저를 배려해주고 세심하고 많이 사랑해주는게 그 다음이고요. 거기다가 외모와 집안이 받쳐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들은 다 채가고 없더라고요. 저라고 완벽한 신붓감은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무슨 결혼에 환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이 사람이면 둘이 벌어 편안하게 살수있고 지적인 대화가 가능하고 인생 무탈하게 노년까지 서로 티격태격 싸우다가 보살피다가 하며 살겠구나… 그 정도면 혼자 늙어죽는것보다 낫겠다. 그 정도 기대치에요. 지금도 둘이 말다툼하고 나서 혼자 방에 들어갔다 나오면 싸운 와중에도 저 밥 굶을까봐 제 점심식사 차려놓고 빨래 돌려놓고 집에 갔더라고요. 그냥 기본은 지키고 따뜻한 사람인데 험한 세상에 그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혼준비하면서 제 집을 팔고 신혼집 들어갈때까지 앞으로 5개월 정도를 본가에서 지내고 있는데 매일같이 저런 부정적인 소리들을 들으니까 미칠것 같아요.
부모님은 그냥 필터없이 생각나는대로 말씀하시나봐요. 보통 사위감 데려오면 저렇게들 말씀하시나요? 특히 ‘장애인이냐’ 이건 저한테도 충격이었어요. 키가 많이 작은건 사실이지만 ‘장애인이냐’는 정말…. 저한테도 상처가 됐거든요. 저는 키가 168인데, “우리집에 그렇게 키작은 유전자를 들이게 되는구나” 하고 탄식하시는데 제 맘이 너무 안좋더라고요. 부모님 속상하게 해드려서 저도 속상하고, 동시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폄하하니까 상처받고….. 아무리 그래도 사위가 될 사람인데 할말 안할말이 따로 있지 않나요? 저같으면 이왕 결혼한다는데 안좋은 소리 더하면 둘 사이나 틀어지지… 싶어서 말조심할것 같거든요.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면 될까요? 이 정도는 딸 시집보내는 부모님이 딸에게 대부분 하실 수 있는 말씀인가요?
참고로 저는 안그래도 기우는 결혼, 부모님이 나중에 이런저런 소리 더 하실까봐 (이제까지 들은것만해도 너무 질려서) 아예 지원 하나도 안받겠다고 딱 잘랐어요. 신혼집도 둘이 모은 돈으로 구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