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집까지 찾아와 아픈 노동자에게 강제로 사직서를 받아간 회사

사슴 |2021.12.07 12:33
조회 1,848 |추천 4
방탈 죄송합니다.

저희 아버지 일인데 지난 2019년도 돌아가시기 전후 회사의 행태에 아직까지도 억울함을 삭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청원으로도 작성했지만 아직까지 힘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한 번씩만 읽어주시고 저희 가족이 이 비참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다음은 국민청원에 올린 내용 전문입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q0mKhN?page=2

저의 아버지는 1989년부터 대전 J회사에 몸을 다 바쳐 근무했습니다. 밤낮 구분조차 없이 일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머무르고 있으면 수시로 전화가 와 회사에 일이 생겼으니 다시 출근해라, 주말에도 출근해라. 명령이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했습니다. 중견 회사로 대규모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그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뿐이라면서요.

근무 도중 회사에서 불의의 사고가 생겨 손가락이 잘려나갔을 때도 아버지는 스스로 운전해 직접 병원에 갔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병원에 입원해야 할 것 같다는 아버지의 전화에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하고 달려나갔습니다.

병원에 오도카니 혼자 앉아있는 아버지의 모습에 화가 나셨던 어머니는 회사로 전화를 걸어 직원 안전 담당자를 찾았습니다. 어렵사리 전화 연결이 된 담당자는 자신이 잠을 자다 늦게 나왔다며 늦게라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2008년 아버지는 위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4기 암으로 3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무너져 내렸습니다. 묵묵히 일만 하던 아버지가 그런 큰 질병을 얻고 슬퍼하는 모습은 저희에게 크나큰 시련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버지는 그 힘들다는 항암 수술과 치료를 받으면서도 매번 회사에 나가서 일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병상에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이 비참하다고 하셨습니다.
당시 기적적으로 암은 치료가 되었고 아버지는 이전보다는 많이 마르고 수척해진 몸으로 다시 출근했습니다.

기뻐하는 얼굴, 열의가 홍조처럼 올라온 그 얼굴에 저희도 기뻤습니다. 암에 대한 추적검사는 계속해서 받아야 했기 때문에 병원에도 자주 방문했습니다.

이후 2017년 아버지는 같은 회사의 자회사로 근무처를 옮겼습니다. 기존 출근하던 곳과 통근시간이 많이 차이가 나는 곳이었습니다. 당시 사직처리를 하고 자회사 J로 옮기면서 건강보험가입자 내용이 변경되었고 그 사실을 몰랐던 가족 모두는 당시 직업을 가지고 있던 장남에게 직장 피부양자로 가입이 되었습니다.

자회사 J에서 근무하면서 평소 힘들다는 내색 한 번 하지 않던 아버지가 피곤한 내색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안마의자에서 수시로 시간을 보내고 잠자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같은 밥을 먹어도 양이 점점 줄었습니다. 옮긴 회사의 일이 고되다는 것은 눈치만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점점 야위어가는 모습을 보고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퇴근 시간 무렵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갑자기 배에 큰 통증이 와 도저히 일할 수가 없다며 짧은 말을 남기고 그대로 바닥에서 뒹굴기 시작했습니다. 구급차를 불러 서둘러 대학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담도염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오진이었고 단순 염증이 아닌 ‘암’이 다시 발병했습니다.

어렵사리 서울의 큰 병원을 예약해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수술을 진행하던 날 온 가족이 모여 있는 와중에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회사였습니다. 사직처리를 해야 하니 사직서를 내라는 연락이었습니다. 한창 흥분해있던 어머니는 화를 내며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수술은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은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항암치료를 병행하고 요양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점점 걷는 것조차 어려워 침대에 누워있는 날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께서 일이 생겨 잠깐 외부로 나가셨습니다. 그날 j회사의 직원은 집에 찾아와 열어놓은 문을 넘어 아버지가 있는 침실까지 찾아가 사직서에 강제 서명하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셨고 다음 날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인생 다 바쳐 일했는데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다’라며 호소하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제야 어머니는 직원이 집까지 찾아와 사직서를 받아간 걸 아신 겁니다. 가고 싶던 여행,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지 못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며 회사에서 보낸 시간을 가족들에게 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우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저희에겐 큰 슬픔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회사에서 강제적으로 사직서를 받아간 이후 아버지는 그나마 조금 찾았던 입맛조차 모두 잃어버리셨습니다. 매일 울고, 자신을 원망하다 회사를 원망하다 결국 자신까지 포기하게 됐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아버지는 그렇게 그대로 눈물을 흘리다 정신을 잃었고 병원으로 이송된 후에도 눈 한 번을 깜빡이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다 생명을 잃으셨습니다.

사직서, 저희도 낼 계획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직접 찾아가 함께 일했던 동료들, 관계자들께 한마디라도 말을 하고 좋은 마지막을 남기려고 하셨습니다. 수많은 날들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좋게 떠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아버지였습니다. 강제로 받아간 사직서 한 장에 더 이어질 수 있는 삶의 끈을 놓아버린 아버지를, 저희가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아픈 노동자는 그렇게 쉬이 버리는 것이 이치입니까?

저희는 많은 걸 바라지 않았습니다. 일평생 한 회사에 몸담아오셨던 저희 아버지의 마지막을 위해서,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진정한 사과와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함을 호소하고 싶습니다. 직원 한두 명 보내 회장님께서도 미안해하십니다. 이런 말을 듣고자 한 것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와 같은 분들에게 두 번 다시 그런 사건이 일어나선 안 됩니다. 전국의 모든 노동자분이 소중한 가족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우리 가족은 지난 3년간 지속된 슬픔과 괴로움, 누구도 위로해줄 수 없는 비참한 환경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매번 속앓이해왔던 이 억울함을 해결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q0mKhN?page=2
추천수4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