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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맛에 살지 (6) - 가난은 행복의 쓴 양념이여~

정향 |2004.03.05 11:48
조회 692 |추천 0

벼르고 벼르다 피자 한 판 시켰습니다.

 

피자 치즈를 사다가 집에서 만들면

피자치즈 500g - 오천원.

양송이 버섯 - 이천원.

햄 - 이천원.

양파 - 사백원.

우유 - 천원.

 .

 .

배보다 배꼽이 클 거 같았어요.

(시댁에 가는 날이라면 양이 많기에 번거롭더라도 사서 했을 겁니다.)

 

봄방학 시작되면서부터 아이들한테 빚이 있었거든요.

(우리집은 아이들이 상을 타 오면 맛있는 걸 만들어 주던지 사 줍니다.)

큰 아들은 학력진보상 이란 걸 타 왔고요.

작은 아들은 모범상을 타 왔고요.

마구 칭찬을 해 줬지만 원하는 피자 한 판 시켜 주는 일도 만만치 않네요.

천원짜리 즉석피자로 때울까?

걍~ 오천원씩 주고 저희들끼리 아무거나 사 먹으라고 할까?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는데

남편이 눈 딱 감고 사 주라네요.

 

저희가 단골로 시켜 먹는  곳은 피자나라 치킨공주 입니다.

만 원이면 피자 한 판(중)이랑 치킨 한 마리를 주거든요.

거기다 천 원 더 보태면 양념치킨을 먹을 수 있죠.

"아저씨 세트메뉴 1 시키려는데 안 올랐어요?"

"네, 안 올랐어요."

"전 또 요즘 닭 값이 비싸서요."

안도의 한숨을 포옥~ 쉬었죠.

 

따끈 따끈한 피자와 양념통닭을 들고 온 아저씨를 보자 웬지 미안한 마음이 드는거예요.

"요즘 힘드시죠?"

"네에, 그래도 요즘은 좀 나아졌어요. 재료가 비싸서 마진은 없지만 배달하는 게 신이납니다."

바짝 마른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이 저에게도 전염 되어서 저도 모르게 씨익~

 

남편 몫으로 피자 한쪽과 치킨 두쪽을 덜어 놓고 아들들을 불렀습니다.

"엄마, 이거..."

"이거부터....."

큰 아들은 피자를 작은 아들은 치킨을 집어줍니다.

"아, 알았어. 너희도 얼른 먹어. 식기전에"

한 손에 피자를 또 한 손엔 치킨을 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됐습니다.

 

그러고보니 가난도 즐길만 하네요.

누룽지 한 쪽으로도 사랑을 나누고,

보글보글 청국장 한 뚝배기가 밥 한공기 뚝딱 비우니까요.

 

아, 내일은 이- 마트에 화분을 받으러 갑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거니까 홈에 들어 가 보세요. 공짜랍니다.)

예쁜 화분이 한동안  행복을 가져다 줄거라 믿으니 기다려 지네요.

 

지금 밖에는 눈이 펑펑펑~ 내립니다.

모든 님 가정에 눈처럼 많은 행복이 내리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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