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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넣어두기로 해요

ㅇㅇ |2021.12.23 03:40
조회 815 |추천 2
글쎄요.
우리가 마주보고 대화할 수 있었던 날들 외에
당신은 내게 단 한번도 따뜻했던 적이 없었어요


아직도 나는 당신과 대화를 하던 그 책상에 앉아
늦은 새벽이 되면 맥주를 마십니다.

당신이 내게 좋아했던 사람들을 물었던 날,
그리고 당신이 만났던 사람들을 이야기해준 날
어떤 맥주가 더 쓴 것이었나 생각하면서요.


그동안 내가 골머리를 앓아가며
끝끝내 내린 결론은.
당신이 마음두지 않기로 결심했다던
지금도 잊기 위해 노력중인 그 사람이 내가 맞다는 것.
내가 내린 결론은 그거 하나에요.


당신에게 닿을 마지막 편지를 쓰고
상자에 넣어 예쁘게 파란리본을 묶고 넣어두고는
돌아오던 차안에서 나는 많이 울었어요.

이렇게 마음 하나 전하자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내가 가여워서.
대답없이 울기만 하는 사람을 기다리다가
마음이 상한 것도 하루이틀이 아닌데.
차갑게 돌아오는 당신의 답변이 두려워
연락 한 번 다시 할 수 없던 내가
마지막으로 상처받지 않고
하고싶은 말을 전할 수 있는 기회였거든요


난 이렇게 진심이었는데,
난 이렇게라도 계속 전해온 마음인데
세상을 다 잃은 얼굴을 하고서
당신은 왜 내게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느냐고.
왜 내게 한 마디도 해주지 않느냐고 수도없이 외쳐도..
당신의 가사는 허공을 맴돌 뿐이었어요

당신이 스며들고 사라진 그 같은 자리에 앉아
여러날 맥주를 마셔도
내가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던걸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요 9개월동안.

그저 니가 내게 오겠다는 가사를 찾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거였나요...

그 감정에 잠식되서 가라앉길 바랬나.
그건 아니었을테지.


우리 이제 받아들여요.
난 살려고 해요..
아직도 시끌벅적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등뒤로 문을 닫으면
오롯이 다시 그날의 감정으로 돌아가요 난.
먼 외국땅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밤이 끝도없이 길었던 것처럼
당신은 그런 밤이 되어
하루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하게 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해가 지고 밤이 오더군요
그걸 거스를 방법을 몰라 여러날을 잠 못들고 지냈어요.
지금도 잠은 잘자지 못하지만
괜찮아지는 어느날, 언젠가 마주하는 날도 오겠죠.


그러니 이제 우리 잠시 넣어둘까요?
서로 상처주는 일도 그만하고
확인도 그만하고,
그날 피었던 꽃은 지게 내버려 두기로 해요
어쩔 수 없었어요 우린.

난 마음이 닳아 내려놓은 게 아니에요.
말했듯 난 여전히 매일 밤에 갇히고
인정하기 싫은 아침을 맞이합니다.
그 감정에 짓눌려 가라앉는 내가 무서웠어요.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을 어느 날
다시 만난 곳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줘요.

이렇게 마음 접지 않고 버리지 않고 담아두면
온전히 서로일 수 있을 때 피어나겠죠.


만나요 다시.
언젠가
추천수2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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