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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9년차 너무 힘이 듭니다.

꿈꾸는자 |2021.12.25 23:48
조회 17,533 |추천 5

신혼초부터 이 사람과 안 맞는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결혼도 내가 원한 것이었지만 반려자라는 생각보다는 그 나이에 만나고 있는 사람이어서 한 것 같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한데, 조건과 시기를 생각하고 결혼을 하였으니 결혼생활 내내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신혼초 나는 부부관계도 그렇고 같은 시간(데이트, 외식, 취미 등)을 보내고 싶었으나

집에서 게임만 하는 남편이 미웠다. 그리고 차가 한 대밖에 없었는데(같은 직장) 남편이 야근을 한다고해서 (물론 내가 자발적으로 한 것이었지만) 버스를 타고 퇴근을 했다. 버스를 놓치고 걷고 있는데 조수석에 여동료를 태우고 지나가는 남편을 보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애써 표현하지 않고 참았던것 같다.

직장내 다른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원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하는 내가 걸림돌처럼 느껴졌다.

결혼을 했지만 자유로운 생활, 못 다 해본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고,

나는 이해한다면서도 그 표현이 서운하기만 했던것 같다.

퇴근후에 게임만 하는 남편을 보면서 외로웠고, 나도 그 시간에 TV를 본다거나 뜨개질, 미싱같은 취미생활을 하면서 지냈던것 같다. 내가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서 외박을 해도 늦게 들어오라며 자유시간을 원하는 태도를 보였다.

내가 원하는 때, 원하는 시간이 아닌 새벽시간에 부부관계를 하길 원했으며

사랑과 정서적 유대감보다는 그냥 하는 부부관계같았다.

아기를 원할 때 생각했던것보다 임신이 안되었고, 협조해주지 않는 남편이 야속하게 느꼈던것 같다.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마음과 허전함에 임신에 더욱 매달리게 되었고 병원까지 다녔다. 그렇게 해서 첫째를 낳았고 육아가 시작되었다.

나도 육아가 처음이고 미성숙한 존재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해야만 하는 생활이 벅찼다. 나름 육아 스트레스도 받고 짜증도 내었던것 같다. 그래도 육아서 열심히 보면서 잘 지냈던 것 같다.

육아때문에 각방도 쓰게 되고, 서로의 시간대가 달라진 것이 있었다.

둘째를 낳고도 엄마를 원하는 첫째 때문에 함께 잠이 들 수 없었고, 더구나 두 아이의 육아로 인해서 부부 중심이 아닌 아이들 중심의 가정분위기가 된 것 같다.

세월이 흘러 둘째가 벌써 6살이 된다. 7~8년을 우리의 삶과 생활이 없이 아이들 위주로 돌아가다보니 서로의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사이가 된것 같다.

그러다보니 오해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기댈 수 없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것 같다.

지난 10월에는 (나로서는 갑작스러웠지만) 혼자 살고 싶다고 표현했고,

11월 내내 갈피를 못잡는 남편 아래서 나는 눈치를 보면서 생활해야했다. 그리고 의식하면서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남편이 있고 없고 다른 태도로 이중적으로 살았다.

남편과 계속 이야기를 계속 하다보니 남편은 이제 연애를 해야겠다고 나도 다른 사람이라도 만나야 되겠다며

원룸을 구해서 나가겠다고 했다. 물론 육아는 하겠다. 다만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든 알려고도 알고 싶어 하지도 말라면서...

처음엔 나 모르게 바람피우고 있는데 저렇게 말하는 건가 싶었다.

많은 시간을 아파했고 많은 눈물이 났던 것 같다.

결혼생활 9년 남짓한 시간들이 이렇게 돌아오는 것인지..

내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자기 객관화를 잘 하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이 말을 쓰고 있으면서 콧등이 시큰거려온다. (지금도 아이들이 잠들고 나오니 남편이 없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마시고 먹을 수도 없고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교통사고도 내고 남편이 없는 날에는 죄도 없는 애들한테 분노를 쏟아내면서 죄책감에 사로잡혀 나를 격멸하고 비하하는 생활이 계속 되었다.

너무 힘들어서 정신과도 찾아가서 반응성우울증이라는 진단도 받고 약도 받아 먹었다. 남편이 나가고난 날에는 애들한테 화를 낼 까봐 미리 약을 먹기도 하고,

그래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방문닫고 나 혼자 소리지르고, 내 뺨을 때리고,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나 자신에게 분노를 쏟아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분노를 쏟아내면 안되니까

한껏 울고 화장실에서 내 얼굴을 보는데 나 자신에게 맞아서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에 울어서 빨개진 눈, 생기없는 얼굴이었다. 누가 날 보고 좋아할까 싶었다.

오늘도 일이 있었다. 몇 주전에 청약을 넣은 아파트가 있었다. 남편이 나에게 링크를 보내줬고 내 명의의 청약통장이 있었기에 내가 접수를 했고, 당첨이 되었다고 문자가 왔다.

당첨이 되고나서 남편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계약할거냐고 내 기억으로 3차례정도 물었던것 같다. 그 때마다 남편도 관심없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고, 나도 별 생각이 없어서 계약을 안 하나보다 생각하고 넋놓고 있었던것 같다. 근데 당장 내일까지 서류제출 기간이었다. 오늘 이야기를 하다가 서류를 제출하려면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다. 주말이어서 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오늘 제출서류목록을 본 것도 있고, 문자알림이 왔는데 계약을 안 할것 같아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근데 남편 표정이 급 어두워지고 딱봐도 기분이 나빠보였다. 그래서 화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뭐에 그렇게 정신이 팔려서 집안일에 관심이 없냐고 그런다. 일에는 그렇게 꼼꼼히 챙기면서 집안일을 관심없다고 그런다. 남편이 화가 난 것이다.

서류를 미리 떼어놓기만 해도 오늘이나 내일 제출할 수 있는데, 모든 것이 내 책임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 말이 기폭제가 되어서 마구 눈물이 나고 이제껏 서러웠던 감정이 터져버렸다.

이것도 내 책임이라고? 왜 모든 것이 내 책임일까?

맞벌이 하면서 아침밥 수준을 논하고(매번 계란이랑 햄, 치킨너겟이냐고), 본인 양말이 빵구난 것도 내가 챙겼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이 청약도 또 내 책임이라고 한다.

물론 내 명의로 된 것이고, 중요한 문제일수 있다.

하지만 내가 재차 물었을 때 관심없는 것처럼 이야기 했잖아. 집에와서 아이들 챙기는 것 빼놓고는 컴퓨터 하거나 핸드폰만 쳐다봤잖아. 내 이야기 들을려고도 안했잖아.

내가 그런 사람 붙잡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나.

너가 여자 만나겠다고 바람피우겠다고 공표하고 나가는 것도 내가 정신과 약 먹어가면서 참고 있잖아.

얼만큼 내가 참아야 하는걸까?

정말 이혼이 답인걸까? 내가 이렇게 행복하지 않은데 아이들을 구김살없이 키울 수 있을까? 애들은 잘못이 없잖아.

너무 불안하고 앞이 안 보인다. 내 앞길이...

사실 이번 결혼기념일 잘 보내고 싶어서, 풀고 싶어서, 챙겨주고 싶어서 홈쇼핑에서 전기면도기를 사놨었다.

내 마음을 담담히 담은 편지와 함께 줘야지. 마음먹고..

근데 오늘 일로 모든 감정이 터져버렸다.

모르겠다. 오늘 이렇게 글로 털어버리고 그 선물 안겨주면서 또 비위맞추고 있을지도

내가 왜 한 사람으로 인해, 울고 웃고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는지 모르겠다.

내 배우자니까 이혼을 할 수는 없으니까 애들이 있으니까 치부해버리고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인걸까?

그러기엔 내 마음이 너무 불쌍하지 않을까? 내 인생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까?

추천수5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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