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일단 배경부터 얘기해볼게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 감시가 좀 심하고 저한테 엄격했어요.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초등학교 올라가면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제일 기억에 남은 사건 중 하나를 얘기하자면 이유는 기억이 안 나지만 8살이었던 제가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고, 엄마는 저보고 창틀 위로 올라가라 시키더니 아슬아슬하게 앉은 저에게 떨어지라고 소리를 지르셨어요.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서 내려올 수 있었죠.
저는 2학년이 되면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어요. 이사 간 아파트에는 저보다 어린 자식을 가진 극성맞은 아줌마가 한 분 살고 있었어요.
그 아줌마가 엄마 앞에서 본인 자식 자랑을 하면서 애들은 꽉 잡아서 키워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했대요.
덕분에 엄마는 은연 중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저와 그 아이를 비교하기 시작했어요. 엄마에게 저는 그 아이 발톱에 낀 때보다도 못한 병신쪼다새끼였어요. 그런 말을 자주 듣다보니 어느 순간 기분은 나쁘지만 큰 타격은 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아줌마는 자식 자랑에서 그치지 않았어요.
고학년인 본인 자식을 데려가려고 하굣길에 서 있던 그 아줌마의 눈에 제가 띄기라도 하면 곧바로 고자질을 했더라고요.
00이가 문방구에 들어갔다, 00이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더라, 방금 00이가 하교하는 걸 봤는데 애가 가디건을 안 입고 있더라. 뭐 이런 식으로 사사건건 보고하는거죠.
그때야 제가 어리니까 내가 잘못했나보다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좀 빡치네요.
물론 부모님이 이따금 제 하굣길을 지켜보기도 하고 13살까지는 부모님이 목욕을 시키기도 했으니 모든 것에 그 아줌마 탓을 할 순 없습니다만, 어쨌든 큰 일조를 하긴 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그 아줌마와는 더 이상 접점이 없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한 번은 아빠가 팔을 다치셔서 병가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학교가는데 뭔가 싸하길래 일단 문방구 들어가서 슬쩍 내다보니 아빠가 자동차들 뒤에 숨어서 따라오며 제 등굣길을 미행하고 있더라고요... . 진짜 소름끼쳐서 그냥 그대로 학교까지 내달렸습니다.
그날 집에 오자마자 너 왜 아침에 문구점 들어갔냐고 엄마가 따지셨고 저는 손선풍기 사고 싶어서 보려고 잠깐 들어갔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습니다.
중 3때쯤엔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갔고, 저는 제 방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렇다고 집이 크게 넓어진 건 아니었기에 안방에 있던 옷장 하나는 제 방으로 들어와야 했고, 덕분에 저는 방문을 떼어내고 그 대신으로 자바라를 설치해야 했습니다.
아마 제 공간에 대한 집착이 그때쯤부터 점점 커졌을거예요.
문 위치가 위치인지라 거실과 안방과 부엌 일부분에서 방이 훤히 들여다보였고 저는 문도 완전히 닫을 수 없었어요.
그 와중에 아빠는 그마저도 성에 차지 않았던지 종종 열린 문틈으로 몰래 다가와서 저를 지켜보곤 했습니다.
만일 제가 참고서를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면 곧장 엄마한테 이르셨고, 저는 즉시 불려나와서 욕을 들어야 했죠.
엿보기는 제가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그 집에서 이사 갈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그런다고 방에 안 들어오시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때때로 제가 못미더울 때면 제 뒤에 앉아 자기 전까지 저를 계속 지켜봤거든요.
저는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야 좀 멀리 나갈 수 있었어요.
위에서 말한 아줌마가 제 세상이 좁아지는 데에도 한 몫 했었거든요.
멀리 나간대봤자 고작 집 근처의 시내였어요. 버스 타고 가는 것도 아니고 도보로 10분 걸리는 거리를 고등학교 들어가서야 왔다갔다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렇게 휴일에 가끔 친구랑 만나러 나가면 거의 30분 간격으로 전화가 왔어요. 나중엔 저 혼자 진동 울린다고 착각하고 안절부절하면서 핸드폰을 들었다놨다 할 지경이 됐죠.
친구한테 너 병원 가봐야 되는 거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엄마는 위치추적 앱까지 깔았어요. 하굣길에 원래 다니는 루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바로 너 어디냐고 전화가 왔어요. 심지어 앱이 살짝 맛이 가서 가끔은 제가 아프리카 한가운데 있다고 뜨는 날도 있었고, 그때도 당연히 전화가 왔죠. 이게 한 대학교 2학년쯤까지 지속됐을거예요.
일이 이렇게 되다보니 저는 누군가가, 특히 부모님이 내 행적에 관심 가지는 것 자체를 극도로 꺼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영역에도 집착하게 되었죠.
부모님이 제 방에 들어오면 전 창문 밖으로라도 뛰어나가고 싶어집니다.
시간이 지나니까 그나마 엄마랑은 말이 통해서 전에 있었던 일들 때문에 나한테 필요 이상으로 관심 가지는 게 두렵다,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엄마는 알겠다고 하면서도 계속 그런데...그런데...이러셨고요.
자 이제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너무 살이 쪄서 매일 저녁 먹고 한 시간 정도 걸으러 나갑니다. 그런데 오늘은 엄마도 친구분들 만난다고 나가 계신 날이었어요.
집으로 오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어디냐고 물으시길래 저는 그냥 음, 내가 이 시간대에 걸으러 나오니까 알고 전화하셨나보군. 이러고 나 집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같이 가려고 전화하셨다길래 알았다 하고 다시 돌아가서 엄마랑 같이 왔죠.
그런데 엄마가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아빠가 저 나가자마자 "6시 47분에 00이 나갔어" 라고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저는 분명히 제가 그런 거 무서워한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얘기라도 꺼내질 말던가요.
좀 화가 나서 엄마한테 나 그런 거 싫어하는 거 알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그냥 너도 나도 밖에 있으니까 같이 오라는 순수한 뜻으로 말한 거 아니냐,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냐" 이런 식으로 나오시더라고요.
저 이제 20대 중반입니다. 아무리 가족이라지만 사람 나가자마자 저렇게 세세한 시간까지 적어서 보내는 게 일반적인건가요...?
진짜 그냥 제가 예민한건가요...?
뭐가 뭔질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