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올라 최근 무례한 여자한테 된통 당한 썰 풀어본다…
본인은 33살 남자임.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7년, 당시 본인 아직 대학 다니던 시절 다른 학교 다니는 3살 밑에 여자랑 소개팅이 들어왔었음.
서울 상위권 공대녀였는데, 사진만 봐도 예쁘장한 게 남자들한테 인기가 아주 많을 것임을 알 수 있었음. 그야말로 전형적인 공대 아름이랄까(이하 본 글에서 "아름"이라고 한다), 단과대 기준 탑 정도 될 거임.
사진만 보고도 느낌 빡 와서 설렜었음. 당시의 나란 놈, 마음이 아주 순수한 청년이었음. 미용실 가서 머리 하고 여의도 IFC 가서 저녁 먹고 한강도 걷고 머릿속으로 손자 유치원까지 보냄. 즐거운 소개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카톡 조금 이어가다가 다음에 한 번 더 보자고 했음!!! 그런데 오케이까지 받았는데, 그 다음날부터 연락이 없더라....
소주로 시린 마음을 삭이며 그녀를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줬음. 당시 공부하느라 너무 바빠서 또 금방 잊혀지더라. 아무튼 여기까지는 흔한 소개팅 엔딩임.
시간은 갑자기 3년이 흘러 2020년 가을로 감. 본인은 사회인이 되었음.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름이한테 카톡이 옴. 잘 지냈냐 이러면서 당당하게 말을 검. 얼탱이가 없었지만 대화를 좀 이어나가다가 걍 바로 물어봤음. 왜 3년이나 지나서 연락했냐?
그러니까 내가 자기 살면서 인생 첫 소개팅이었다. 그때 못한 애프터 하면 어떻겠냐. 대충 뭐 이런 취지였음.
당연히 얼탱이가 없었음. 게다가 당시에 이미 잘 만나고 있는 여친이 있어서 만날 이유도 없었음. 그대로 시원하게 거절하고 그렇게 연락은 또 끊김.
그리고 다시 또 시간은 1년 반이 흘러 2022년 1월임. 본인은 그 사이 또 솔로가 되었음. 여기저기 소개팅 씨앗을 뿌리고 잘 발아되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말연초를 보내고 있었음.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른 루트로 아름이랑 다시 소개팅 매치가 된 거임!!!!! 2017년의 매치가 "아름 - 아름 친구 - 내 지인 - 나"이었다면, 2022년의 매치는 "아름 - 아름 지인 – 내 다른 지인 - 나"이었음. 이미 한 번 매치됐다가 잘 안 됐다는 사실을 각자의 지인이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소개팅이 철회됐음.
그런데, 아름이한테서 또 갑자기 톡이 왔음. "오빠랑 나랑 소개팅 다시 매칭됐다 신기하다" 대충 뭐 이런 취지였음. 나도 이제 솔로고 뭐 Hot Rice, Cold Rice No Differentiation 상태이니, 카톡 대화 이어나가면서 신기하다 저기하다 하면서 만날 약속을 잡게 됨!!!!
그래서 1월 초에 5년만에 다시 만나게 됨. 이번에도 여의도였음. 5년 새 많이 늙긴 했더라, 하긴 25살이 30살이 되고 28살이 33살이 되었으니. 그래도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라스는 영원하다고, 여전히 예뻤음. 잘 지냈냐 어땠냐 하면서 커피 마시고 저녁 먹고 이번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음.
글고 아름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회성이 좀 올라가서 그런지, 아니면 이제 나이 먹고 갑의 마인드를 조금 내려놔서 그런지 대화도 잘 받아주고 뭐 흐름이 전반적으로 괜찮았음.
그렇게 다음 만날 약속을 잡고 며칠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났음. 이번엔 차 마시고 저녁 먹고 영화 보는 데이트였음. 영화 보면서 손 잡고 지하철 타러 돌아오는 길에 내가 만나보자고 제안했고, 이번에는 그녀도 확실히 오케이를 했음.
솔직히 기분 좋았음. 이 정도 비쥬얼에 이 정도 커리어면 상당히 훌륭한 선택지라 나쁠 이유가 없었음.
그리고 다음 날도 또 데이트했음. 원래 설 연휴에 혼자 제주도 여행이나 조질 계획이었는데, 아름이가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숙소랑 비행기 예약 변경하고 렌트카도 예약하고 다 했음. 저녁도 맛있게 잘 먹고, 뭐 이번엔 관계가 잘 정립되어 가는구나 했음.
그런데... 그런데...
며칠 뒤에 밤에 전화가 와서, 갑자기 헛소리를 시전함. "요 며칠 생각해봤는데, 오빠랑 대화 티키타카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자기는 이제 30이고 이번에 연애하면 결혼까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데, 결혼이나 연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대화의 티키타카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게 안 되는 거 같아서, 그만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한 템포 숨 고르고 나도 말함. "아니, 우리 만난지 이제 4일밖에 안 되었고, 사람과 사람의 합이라는 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성, 유지, 발전해나가는 것 아닐까. 지금 대화가 되고 안 되고를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고 성급한 것 같다. 대화는 얼마든지 서로의 노력에 따라 맞춰갈 수 있다."
하지만, 아름이는 다음날까지 고민하더니 안 될 거 같다며 이별을 고함. 이별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만큼 뭐 아무것도 한 것도 없음. 뽀뽀 세 번 한 게 전부임ㅋㅋㅋㅋㅋㅋㅋ
갑신정변이 3일천하였다면, 이건 무슨 4일천하도 아니고 개판이네. 어이 털리는 상황이었지만, 뭐 어쩌겠나. 다시 제주도 예약 변경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서, 그냥 여행 다 취소하고 서울에서 칩거하면서 술 마시면서 소개팅 & 미팅 달리는 일정으로 변경해버림.
그렇게 2주 정도 술이나 진탕 마시면서, 정초부터 똥 제대로 밟았구나 하고 마음 다잡음. 애초에 마음을 주기에도 너무 짧은 시간이었고, 나도 나이 먹어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쉽게 주지 못하는 상태여서, 회복이 어렵거나 뭐 그런 건 전혀 없었음. 그냥 기분이 더러웠을 뿐이었음. 그 또한 친구들한테 몇 번 털어놓고 나니 금방 잊혀졌음.
그리고 2주의 시간이 흘러 설 연휴가 되었음. 본인은 종횡무진 술 마시러 돌아다니고 있었음. 연휴 직전의 토요일인가 그랬음. 그 날도 늦게까지 술 마시고 택시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음. 그런데... 그런데... 아름이한테 또 카톡이 옴. 전통의 멘트 "오빠 자요?"와 함께...
술에 취해 몽롱한 상태였지만, 대화를 이어나갔음. 안 잔다, 무슨 일이냐. 아름이 말의 요지는 이거였음. "오빠랑 자주 연락하고 통화하고 하다가, 막상 오빠가 없으니까 너무 허전했다. 자기가 너무 성급했다."면서 재회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침.
여기서 끊어냈어야 했음... 여기서 매몰차게 도려내야 했음... 허나 본인 생각으로는 의미 없는 소개팅 돌리느라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낭비하느니, 차라리 그나마 호감이 있는 아름이랑 다시 잘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며칠 뒤 다시 여의도에서 만났음ㅋㅋㅋㅋㅋㅋ 저주 받은 땅 여의도여...
이번에도 IFC에서 만나서 커피 마시고 밥 먹고 뭐 그렇게 대화 나눴음. 역시 빙썅짓을 해도 얼굴이 예쁘니까 기분이 풀리더라. 이번엔 바로 다시 사귀지는 않고, 약간 썸 비스무리하게 천천히 시작해보자 뭐 그런 귀결에 이르렀음.
그로부터 며칠 뒤, 강남에서 고기 구워 먹으면서 같이 술 마심.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아름이가 확실히 본인한테 호감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음. 본인도 어디 가서 말 못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술술 대화하면서 겨울 밤이 무르익었고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음.
그렇게 저녁을 마치고 파했음. 아름이는 동탄 살고, 나는 서울의 서쪽에 살고 있음. 알딸딸한 상태로 집에 들어와서 '잘 들어갔냐'고 전화해보니, "잘 들어왔다. 오빠 보고 싶다."를 시전하는 거임. 느낌이 딱 왔음!!! 그래서 나도 보고 싶다, 보러 갈까 하니까 갑자기 자기 사는 집 주소랑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거임. 이런 급 전개까지는 기대 안 했는데, 뭐 마다할 이유가 없음. 바로 택시 타고 동탄까지 쏨. 48000원 정도 나오더라.
그렇게 뜨밤을 보내고 다시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가 됐음. 저번에 대화 티키타카 갖고 뭐라 해서, 이번엔 대화를 더 잘 이어나가려고 나름 노력했음. 대화는 확실히 저번 4일천하 때보다는 잘 흘러가는 것 같았음. 그리고 서로 밤까지 보냈으니, 뭔가 더 관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려 했음.
서로 사는 데가 멀어 주중에 자주 보진 못 했지만, 주말에 같이 데이트하고 계속 mental & physical relationship 유지해나가면서 이번엔 좀 다르게 흘러가나 했음. 주말에 같이 지우학도 보고, 경기 근교로 드라이브도 가고 뭐 나쁘지 않았음.
그리고 이번 주에 마침 일정이 둘 다 맞아서 이번 주에 호캉스를 가기로 했음. 각자 이거저거 찾아보고 애프터눈티 세트 먹고 싶다 그래서 '조지자, 오빠가 쏜다' 이러고 있었음.
그런데... 그런데... 불과 이틀 전인 월요일에 또 갑자기 카톡으로 "오빠" 이러는 거임. 남자들은 다 알거임. '오빠' 하는 순간 모골이 송연해지는 그 느낌. 순간 쎄한 느낌이 들었음. 그래서 대화해보니 나랑 데이트하면 할 수록 전남친 생각이 나서 못 견디겠다는 거임ㅋㅋㅋㅋ 구체적인 내용은 사진 참고.
그러고 나서 카톡이랑 인스타 칼차단 박고 사라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이번엔 11일 천하였음. 막말로 우리가 살면서 경우란 경우는 다 겪고 살지만, 이건 쇼당이 안 붙지... 이게 불과 어제 일이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 제정신인가...
본인이 화가 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음.
1. 저런 얘기를 카톡으로 한다? 세상에 사안의 경중이 있고 대화의 무게가 주제에 따라 다 다른데, 저 따위 얘기를 할 거면 대면으로 만나서 하든가 하다 못해 통화로 하든가 해야지 카톡으로 떡하니 던진다는 것 자체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함.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모기 눈물만큼도 없는 것임.
2. 킹받는 카톡 말투. 주제도 화 나지만 말투는 더욱 킹받음. 무거운 주제에 대해 얘기할 때는 맞춤법이라도 맞추던가, 혀가 짧으면 손가락도 짧아지나... 손가락 마디마디 다 부러뜨리고 싶게 만드는 말투. 주제와 문체가 결합해서 사람을 더욱 킹받게 만듦.
3. 삼연벙 급 병크. 이건 나한테 화나는 부분이기도 한데ㅋㅋㅋㅋ 정상이 아닌 여자임을 어느 정도 감지했음에도 끊어내질 못해서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남ㅋㅋㅋㅋㅋㅋ 2017년부터 장장 5년에 걸쳐 3번의 쫑이 난 셈. 살면서 전무후무한 경험임. 심지어 그 전남친이랑 2020년에 잠깐 헤어졌을 때 나한테 연락했던 것이었음. 그리고 내가 거절하고 얼마 안 있다가 다시 전남친이랑 재결합했다 함. 2020년의 나 칭찬해... 그러나 2022년의 나, 너무 아둔했다...ㅠㅠ
2022년 정초부터 진짜 시원하게 똥 밟고 시작하니 매우 상쾌함!!!! 이런 역대급 무례함을 겪고 나니, 그간 내가 만나왔던 분들이 얼마나 천사같고 마음이 고운 사람들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음ㅠㅠ 다 내가 못난 탓이고 다 내 업임... 그래도 마음은 안 줘서 천만다행임.
당분간 어떻게 하면 저 친구 인생을 고달프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겠음. 이상 무례한 여자한테 된통 당한 썰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