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러시아 해군 함정이다. 유혈사태와 쓸데없는 인명 피해를 안 보려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X같은 소리하지 말고 꺼져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 과정에서 중과부적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진지를 사수하다가 최후를 맞은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소속 병사들의 투혼이 화제거리다.
CNN방송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함정을 동원, 남부 흑해에 있는 0.18㎢ 크기의 작은 섬('즈미니'(뱀)섬) 점령도 시도했다.
뱀섬은 우크라이나 본토 남단에서 48㎞ 떨어진 곳이다. 또 러시아가 2014년 자국영토로 합병한 크림반도에서 서쪽으로 300km 떨어진 외진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뱀섬은 비정치적인 성향인 미국의 씽크탱크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흑해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해주권에 핵심적인 열쇠(key to Ukraine's maritime territorial claims in the Black Sea)라고 평가할 만큼 전략요충섬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러시아는 개전 초부터 뱀섬 점령에 주력했다. 점령작전에 나선 러시아 함정은 무전으로 이 섬에 주둔한 13명의 국경수비대원들에게 '쓸데없는' 저항 대신 투항을 권고했다.
그러나 수비대원들은 욕설과 함께 결사항전 의지로 대답했다. 결국 러시아 함정은 이 섬을 집중포격, 수비대원 전원이 전사했다고 CNN은 전했다.
러시아 함정과 국경수비대가 주고받은 교신 내용은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을 통해서도 그대로 보도됐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투항을 권하는 러시아군에게 던진 마지막 욕설이 '진짜'라고 확인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무효를 선언하기 위해 추진한 한 정상회담에 앞서 우크라이나 언론과의 집단회견 장소로 뱀섬을 선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들을 추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즈미니 섬에서 최후까지 저항하다 모든 국경수비대원이 '영웅적으로' 숨졌다"며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경수비대의 이런 무용이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항전의식을 더욱 높이는 데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