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썩지 않게 #2
[게임 소리가 가득한 피시방]
“야 김동한, 지유는? 니만 양아치같이 학원 쨌냐?”
“…”
“아 지유는~!~! 신지유 안 오는 거였으면 나도 안 왔지.”
“너 신지유 좋아하냐?”
“ㅋㅋㅋㅋㅋ뭐래 지유 걔가 게임 잘 하잖아. 김동한 니랑 다르게ㅋㅋ.. 근데 좀 귀엽기도 해..”
“미친놈”
동한은 굳은 얼굴로 게임을 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 피시방을 나가버린다.
“야 김동한 어디 가!!!!”
“학원”
지유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받지 않는다. 오늘 레슨 없고 연습만 있는 걸로 아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에 동한은 편의점을 들려 지유가 좋아하는 딸기 우유를 사서 학원으로 향했다.
*
학원에 도착한 동한은 연습복으로 갈아입기도 전에 서둘러 지유부터 찾는다.
“어~ 동한아 왔니? 늦었네?”
“안녕하세요 쌤. 신지유 어디서 연습하고 있어요?”
“너랑 같이 안 왔어? 지유가 연습 빠지다니 별일이 다 있네”
“그럴 리가 없는데..”
지유가 키가 작아서 쌤이 못 봤을 거라 생각한 동한은 보컬 연습실에 가 방 하나하나 뒤지며 지유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없었고 동한은 한숨을 푹 쉬며 손에 쥔 딸기 우유를 쓰레기통에 집어던지고 춤 연습실로 터벅터벅 들어갔다.
*
[다음날 학교]
“동한아 오늘 신지유 학교 안 나왔어?”
“어.. 연락도 안 돼”
어제 혼자 피시방 간 동한은 지유에게 미안해서 연락을 계속했지만 받지 않은 지유를 걱정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이 돼서 학교도 나오지 않는 지유를 보고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 맨날 입시 입시 거리는 애인데, 학원이랑 학교를 말도 없이 빠진다? 뭔가 좀 이상했다.
“자자, 자리에 앉고 오늘 결석이나 지각없지? 저기 빈자리 누구야 신지유 지각이네 이놈 자식,, 도착하면 교무실로 불러라~”
“아 진짜 그럴 리가 없는데..”
동한은 불안함에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시 한번 지유에게 연락해 보지만 여전히 받지 않는다. 집에는 들어갔는지,, 어젯밤에 지유 부모님한테까지 연락을 해볼까 했지만 두 분 다 지방으로 출장 가셨다는 지유가 했던 말이 생각나서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동한은 괜히 같이 학원을 안 간 본인의 탓인가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하씨.. 왜 하필 어제 같이 안 가서.. 혹시.. 진짜 혈귀…? 에이 아니겠지.. 아니 그럼 어딨는 거야 신지유 하..”
수업종이 울리고 과학 선생님이 아닌 담임선생님이 이 한여름에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애랑 들어왔다.
“자자 전학생이다. 자기소개하고 저기 빈자리 가서 앉아”
맨 뒷자리를 가리키며 담임 선생님은 말했고, 그 남자애는 개미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김신우입니다..”
그렇게 짧은 자기소개가 끝나고 맨 뒷자리에 가서 앉았고, 앉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잠에 들었다. 그렇게 담임이 나가고 반 애들은 더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쟤가 갠가 봐. 체고에서 강전 당한 애”
“야 말 조심해. 너도 다칠라”
반이 굉장히 어수선해졌지만 동한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어오지 않고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
그 시각 지유는 드디어 눈을 떴다. 분명 죽었지 않았나? 그게 다 꿈이었나? 몸이 생각보다 너무 멀쩡하고 멀쩡하다 못해 막 바로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근데 멀쩡한 거 치고는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처음 보는 낯선 공간에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겠는 이 어두컴컴함.. 겨우 캔들 하나로만 이 방을 밝히고 있었다.
“뭐야 나 죽은 거야 뭐야..”
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그때 본 그 괴한의 얼굴은 전혀 아니었고, 심지어 그 어두운데도 잘생김이 눈에 보였다. 아니 자세히 말하자면 곱게 생긴..?느낌이었다.
“몸은 어때”
“누구세요? 여긴 어디예요? 저 죽은 거예요?”
“하나씩만 물어봐”
“…”
“너 죽은 거 아니야. 여긴 우리 집이고”
다 대답해 줄 거면서 괜히 기분 상하게 말을 한다. 근데 분명 죽을 정도로 아팠고, 죽는 느낌이었는데 눈 떠보니 병원도 아니고 뭔가 이상했다.. 그때 지유의 머릿속에 이 익숙한 남자를 만났던 장면이 쓱 하고 스쳐 지나갔다.
“아 지갑!!! 납치범이랑 한패였어..?”
“이게 살려준 은인한테 납치범?”
“당신이 날 살렸다고? 어떻게? 의사야?”
“니가 직접 봐봐. 흉터라도 남았는지”
거울을 들이대는 바람에 방금 막 일어난 본인 몰골에 잠깐 놀랐지만 정말 칼자국은 무슨 새끼손톱만 한 흉터 하나 없이 말끔했다.
“내가 칼에 찔렸던 건.. 맞죠?”
“어 기억하네”
“근데 지금 몇 시예요? 왜 이렇게 어두워.. 되게 푹 잔 거 같은데”
“지금 오전”
갑자기 이 와중에 내신이 걱정된 지유는 벌떡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했다. 꺼진 휴대폰을 다시 켜보니 부재중 수십 통이 동한이한테만 와있었다.
“너 자는데 밤새 시끄럽게 울려대길래 내가 꺼놨어”
“아니 왜 맘대로.. 아 쨌든 감사 인사는 나중에 할 테니까, 저 일단 갈게요.”
“너 어딜..”
붙잡는 재현을 뒤로 한 채 지유는 문밖으로 나섰다. 쨍한 햇빛에 살결을 닿으니 뜨겁다 못해 처음 느껴보는 타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실제로도 피부가 이상하게 타들어갔다. 굉장히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 재현은 지유를 들어 올린 채 집으로 다시 데리고 왔다.
“너 미쳤어? 그렇게 함부로 햇빛 받으면..”
“뭐예요..? 내 피부가 왜 이래요..?”
재현은 잠깐 망설이더니 지유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너 흡혈귀야. 나도 흡혈귀고. 우린 햇빛에 닿으면 소멸해”
..? 흡혈귀…? 김동한이 말하던 그 혈귀? 그게 나라고..? 지유는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아니 그런 게 실제로 있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그게 심지어 지유 본인이라니.
“너의 의견 없이 마음대로 흡혈귀로 만든 건 미안한데, 널 살리려면 어쩔 수 없었어..”
전날 저녁 편의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갑이 없어진 걸 깨달은 재현은 왔던 길을 다시 돌아다니며 지갑을 찾던 중 칼에 찔려 거의 죽어가는 지유를 발견한 것이다.
재현은 오지랖 부리는 걸 가장 싫어하는 성격에다가 인간을 극도로 싫어한다. 하지만 왜 이 아이를 살리려고 했는지는 본인도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조금 진정한 지유는 차분히 다시 생각해 보니 목에 칼을 베었던 것도 확실하고 햇빛에 피부가 그렇게 타들어가는 거 같은 고통은 처음이었다. 결정적으로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 다만 좀 충격적일 뿐이었다.
“그럼 이제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