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유치원 다니기 전부터 아빠가 엄마 때리고 나 유치원 가고 나서부턴 나도 때리더라. 물론 맨날 때린 건 아니고 지 기분 나쁠 때 때렸어. 엄마가 동생 임신했을 때도 엄마 배 발로 걷어차고 그랬대. 그런데도 엄마는 동생 낳고서도 계속 임신하셨고 친가쪽 행사 참여하시느라 몸이 힘들어서 두 번인가 더 유산하셨다더라. 엄마는 이게 다 아빠 탓이란 걸 알고는 계셨지만 아빠에게 덤비지는 못하니 나한테 하소연을 계속 하셨어. 내 앞에서 자살쇼도 하시고. 암튼 고 1때까지 계속 맞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 나는 안 때리셨어. 대신에 엄마와의 싸움이 더 심해졌는데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엄마를 때리셨어. 처음엔 아빠가 엄마 때리는 걸 막으면서 화도 풀어드리려고 노력했어. 당연히 내가 여자기도 하고 건강이 좀 안 좋아서 아빠를 이길 순 없거든. 그러다 엄마 혼자 방에서 울고 계시면 이혼 하시라고 아님 우리 두고 집을 나가시라고 괜찮다고 말했는데도 계속 아빠랑 사시더라. 그렇게 한 달을 사니까 나도 엄마를 때리던 아빠를 그렇게 막지 않았어. 그냥 아빠가 칼이나 뭐 유리같은 걸 던질 때 정도만 막았던 것 같아. 어차피 내가 막아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그냥 내 멘탈만 지키자 하면서... 공부도 해야 했고.
그렇게 내가 고3 정도 되니까 부모님도 덜 싸우시고 좀 집안이 겉으로는 화목해졌어. 나는 그때 엄청 심적으로 혼란스러웠는데 정말 나만 참고 잊어버리면 행복한 가족이 될 것 같았어. 집안이 이랬지만 돈은 두 분 다 엄청 잘 버셨거든. 근데 그렇다 해도 이런 일을 어떻게 쉽게 잊을 수 있겠어. 그런데 내가 죽기엔 너무 쫄보여서 죽을 순 없었어. 그냥 이렇게 죽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까운 거야. 그래서 뭐 어떻게 살아가다 보니 예전 일이 가끔 떠오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잊혀지더라. 예전 일을 떠올리면 다시 죽고 싶어지니까 최대한 숨겨 놓은 것 같아.
그 뒤로 나도 이 행복감이 좋아서 부모님께 잘했던 것 같아. 그래도 집안의 행복은 아빠의 기분에 달려 있었어. 아무리 친가 전부가 나에게 광대 노릇, 접대부 노릇을 시켜도 참아야 했어. 그러지 않으면 집안이 다시 망가지니까. 전에 외할머니가 심각한 상황이셔서 엄마가 친할머니댁에 가지 못했던 일이 있었어. 그때 명절도 아니고 그냥 할머니가 우리 가족 오라고 해서 온거거든. 그런데 친할머니가 엄마보고 그래도 시가가 우선이라고 하셔서 계속 아빠께 궁시렁대셨어. 그런데 아빠가 이해해줘야 한다고 하니까 친할머니께서 갑자기 농약을 먹으시겠다곤 자살쇼를 하셨어. 그래서 아빠가 극대노하셔서 엄마를 친가에 소환하셨어. 엄마 오기까지 두 시간이 걸렸는데 그때까지 나는 아빠 화를 풀어드리려고 했는데 동생은 무서워서 그냥 방에 있었어. 그랬더니 아빠랑 삼촌이랑 그걸 보고 또 화가 났는지 우리 동생을 때리더라. 여동생이고 중학생인데 삼촌이랑 아빠랑 둘이서 말이야. 그때부터 뭔가 심하게 잘못됐다고 생각했어.
어쨌든 지금도 계속 친가쪽에서 정신공격을 받고 있는데 이젠 나도 성인이겠다 싶으니 독립을 해야할 것 같아. 어차피 본가랑 학교도 차타고 편도로 4시간 걸리거든. 그런데 왜 진작 독립을 하지 않았냐... 아까 말했다시피 우리 집은 돈이 좀 많이 많거든. 내가 좀 더 버티다 보면 언젠가 나에게 꿀이 떨어지지 않을까, 내 주식통장을 받아낼 수 있을까 했는데, 괜히 멍청하게 시간 낭비한 것 같네 ㅎ 그리고 어차피 기숙사 생활하니까 용돈 받으면서 사는 생활이 엄청 좋았거든. 그런데 대학교의 긴 방학동안 아빠랑 간만에 살아보니까 다시 죽을 것 같더라. 동생한텐 미안하지만 동생도 날 몇 번 팬 적 있으니 용서해 줄거야. 사실 도움을 받으려 글을 쓴 건 아니고 그냥 내 마음이 편해지려고 쓴거야. 지금 통장에 얼마 없지만 잘 살 수 있겠지? ㅎ 이젠 진짜로 행복해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