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소연을 하고 싶은데 하소연 할 데가 없어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정말 힘이 드네요.
저는 소위 TV에서나 나올 법한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TV에서 나온 가정도 저보다 나은 환경같네요.
예를 들면, 밤에 천장지붕에 쥐가 엄청 돌아다녀서 쥐가 떨어질까봐 이불을 꼭 덮고 잔다던가,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목욕탕이 따로 없어, 수돗가에 플레이트를 쳐서 목욕을 했습니다. 당연히 난방이 안되어서 가스불로 목욕물을 데워서 하고, 겨울에는 전기장판에 의지해서 살았습니다. (외풍이 심해서 이불 밖으로 손이나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공부했을 때, 연필이 쥐어지지 않을 만큼 추웠어요) 바퀴벌레, 곰팡이 안 겪어본 게 없네요. 비가 정말 많이 오는 날이면, 빗물이 새서 다라이나 온갖 냄비를 꺼내서 빗물을 받았습니다. 자다가 또 넘쳐서 깨면, 또 바꿔주고 이걸 하루종일 반복해서 비오는 걸 정말 싫어했어요. 그런 날이면 다음날 학교에서 정말 피곤했습니다.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도 윤택하지 않아서, 부모님은 매일 싸우셨고, 아빠가 각목으로 엄마를 때려서 엄마가 1달을 누워계셨습니다. 우리 언니는 1살 때, 시끄럽디는 이유로 귀싸대기를 맞아 고막이 나가서 청력이 좋지 않고요. 저는 아빠를 많이 닮았다는 이유로 언니처럼 자주 맞지는 않았고, 분기별로 혁대나 파란 호스나 압력밥솥이나 재떨이 등으로 맞아서 3개월을 제대로 못 걸은 적도 있습니다.
동네도 사창가 근처라서 제 주변에는 지적장애자나 조현병, 범죄자, 술집 종사자 등이 많아 내 가정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별로 안했어요. 엄마가 집을 나가 새엄마가 들어와서 학대당하거나 그런 가정을 보면 우리집은 꽤 괜찮은 축에 속한다라고 생각하기까지 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밤마다 아들이 부모에게 돈달라고 때리는 소리, 부부싸움하는 소리를 들어서 이 환경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학교에서 공부를 잘한 편이었고, 그러다 시도교육청에서도 영재로 인정받아 영재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형편상 여의치 않아(교육청에 갈 버스비와 교육비가 없었어요) 그만뒀어요.
중학교때까지는 학교 다니면서 방과후에는 공장을 다녔어요. 빨래방이었는데, 수건 개고 이불 시트 다리는 일을 했어요. 중간에 이사를 가게 되면서, 중학교 버스비보다 초등학교 버스비가 저렴해서, 버스비를 아끼고자 등교 하교할 때, 화장실에서 사복으로 갈아입었었는데 친구들이 나중에 얘기하길 밤마다 놀러나가는 줄 알았대요. 아빠가 방에서 담배를 피니 교복에는 담배냄새가 나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가는 불량 오빠랑 친분이 있다보니(동네오빠였어요)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소문이 안 좋게 날 수밖에요.
고등학교 때 인문계를 지원했는데, 그 때 부모님이 반대하셨어요. 가정형편이 이러니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20살에 취직하는 게 어떻겠느냐란 소리를 들었지만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직장을 갖고 싶어서 인문계에 가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분기별로 수업료를 내는데, 아무래도 실업계보다 비싸니 그때마다 잔소리를 듣기는 했네요. 중식은 지원해주셨지만, 석식비는 못 내는 형편이라, 저녁시간에 왕복 40분 걸리는 저희집을 뛰어가서 빨리 대충 저녁 한끼를 해결하거나 빵이나 컵라면으로 대충 때웠어요. 교재비가 지원이 안되서 선생님들이 출판사에서 주는 답이 써져있는 "교사용"책을 구해서 그 책으로 공부했어요. 답이 써져있으니 수정테이프로 답을 지워가면서 공부했어요. 책한권을 전부 답지우는데 책마다 다르지만 2시간 정도 걸리더라구요.
부모님께서 학비와 생활비는 지원해줄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하셔서 국립대 교대 서울대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무래도 서울대는 한참 못 미치다보니 고등학교 때 저 스스로 한계를 짓고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은 가고 싶은 대학이 있었고 합격도 했지만, 타지에 있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포기했습니다. 입학금조차도 장학금을 받아야 되서 여차저차 성적에 맞춰 국립대 수학교육과를 가게 되었어요. 거기서도 장학금을 받으려고 열심히 공부를 했고, 교재비와 식비가 지원이 안되서 틈틈히 알바하며 학과 공부가 주인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막상 힘들게 졸업하다보니, 남은 건 과할 정도로 높은 학점과 스펙 전혀 없음이 되었습니다. 회사에 면접을 보니 "~씨는 학점만 높고 교외할동이나 영어점수가 하나도 없네요. 공부만 하셨나봐요."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도 이런 상황을 원했던 건 아닌데 말이죠...
학과 특성상 임용고시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역시나 교재비와 식비가 지원이 안되서 알바로 학원강사를 하고 있다가 정착해버렸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이제까지 지원을 해줬으니(딱히 지원이라고 해봤자 받은 건 없었는데...언니는 취직해서 생활비를 줬는데, 나는 그동안 공부하느라 안 줬으니 그만한 지원이라고 하신 겁니다.) 이제는 생활비를 내놓으라는 입장이십니다. 교사 되어봤자 공무원 월급 얼마 되지 않고, 그냥 이렇게 학원선생으로 살면서 삶을 마감해야 하니 그동안 치열하게 산 것도 억울하고 답답합니다.
우리 언니는 공장을 다니면서 1억 가까운 돈을 집에 가져다줬는데 엄마랑 아빠가 또 사고를 쳐서 큰돈 들어갈 일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벌어도 한 명이 사고치면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연을 끊다 싶다가도 그래도 그동안 키워주신 만큼은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돈을 보내드리긴 하는데... 그동안 살아왔던 삶이 너무 고단하고 힘들기만 했고 우울합니다. 저는 자살밖에 방법이 없는 걸까요?
정말 우울합니다. 조언 좀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