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2 되는 06 여자야.
마음이 심란하고 힘들어서 처음으로 용기내서 글 써봐.
전 남녀공학 중학교를 나왔는데 중학교 때는 남자애를 짝사랑하고 있었어.
중학교 졸업 후에 어쩌다 짝남과 연락이 닿아서 썸도 타고 데이트도 했어.
근데 둘 다 용기가 없어서 고백은 못하고 썸이 깨졌어.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고 난 여고를 오게 됐는데 입학 첫날에 한눈에 들어오는 친구가 있었어.
잠깐 봐도 예쁘고 인기 많은 애였어.
친해지고 싶어서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인스타도 물어보고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친하게 지내자고 했어.
디엠으로 전화번호도 물어보고 카톡도 하게 되면서 엄청나게 빨리 친해졌거든?
근데 내가 어느 순간부터 얘를 좋아하는 것 같은거야.
다른 친구들한테는 딱히 ’좋아해‘라는 말을 안 하는데 내가 얘한테는 엄청 많이 표현하고 보고싶다고도 많이 했어.
서로 집도 데려다주고 밤에 전화도 하고 둘이서 데이트도 자주 하고 등하교까지 같이 할 정도로 친해졌어.
이렇게 친해지고 나니까 내가 얘를 좋아하구나! 하고 깨달아서 눈여겨 보게 됐지.
근데 내 마음을 자각하니까 보이는 게 엄청 많더라고.
걔 인스타 하이라이트가 3개 정도 있는데 그 중 하나 들어가보면 사진에 얼굴은 안 나왔는데 여자랑 같이 찍은 사진이 있거든?
사진은 엄청 많은데 다 한 명이랑만 찍은 사진이더라고.
원래 걔가 다른 친구랑 찍은 사진 올릴 땐 태그를 하는데 그 여자랑 찍은 사진 올릴 땐 절대 태그를 안 해.
그거 발견하고도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평소처럼 지냈어.
시간이 좀 흐르고 10월 7일에 걔 인스타 스토리 하나가 올라온거야.
10월 7일 10시 7분 배경화면 캡쳐가 올라왔는데 배경화면이 같은 반지끼고 팔짱끼고 찍은 거울사진 이더라고.
아 .. 10월 7일이 기념일이고 둘이 사귀는 사이구나 라는게 짐작이 갔었어.
이게 거의 확신으로 변하게 된 게 걔도 나도 만약에~ 이런 얘기 좋아해서 자주했는데
걔가 가끔 나한테 만약에 내가 사귀는 사람 있으면 어떨 것 같아? 이런 말을 했었거든.
그 스토리 보고 난 이후로 너무 신경이 쓰이고 그 여자가 누군지 궁금해 지는거야.
그래서 걔 인스타 팔로잉을 봤어.
보면서도 진짜 내가 구질구질하고 구차하게 느껴졌어.
팔로잉 보니까 걔 인스타 아이디랑 거의 똑같은 계정이 있었어.
그 계정 들어가 보니까 걔랑 다른 사람 한 명만 팔로우 하고 있는 계정이더라고.
게시물 30개 정도 있었고 둘이 럽스타인 것 같았어.
프사가 어둡긴 했는데 머리 맞대고 있는 사진이었거든.
이런 걸 다 알고 나니까 너무 절망적이었고 힘들었어.
그래서 한동안 걔 연락 좀 피하고 학교에서도 잘 안마주치고 그랬었어.
근데 내가 피하는 거 알고 걘 더 챙겨주려하고 더 자상해지고 그러는거야.
그거 느끼면서도 진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들었어.
속상하면서도 짜증도나고 마음도 아프고.
근데 진짜 걔 여자친구 있는 거 알고서 마음 접으려고 했는데 그렇게 할수록 마음이 더 커지더라.
한 달 전에 종업식이랑 졸업식 했었는데 그 때 학교 졸업한 언니들 많이 놀러 왔었거든?
졸업한 언니 중 한 명이랑 꽃 주고 받고 그 날 학교 마치고 둘이서 같이 하교하고 저녁에 인스타 스토리 올라왔어.
길에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졸업한 언니 인스타 들어가니까 게시물에 같은 배경의 길에서 찍은 사진 올라왔더라.
그거 보고 진짜 둘이 사귀는구나 하고 확신했어.
그리고 방학 하고는 둘이서 서울가서 데이트 한 사진 올라오더라.
난 그런거 계속 보면서 마음이 철렁 내려앉고 머리도 아프고 속상해서 눈물만 나왔는데
걔는 엄청 행복해 보여서 진짜 다른 세상 사는 것처럼 이질감 느껴졌어.
방학하고 나서 걔랑 못 만나니까 난 맨날 걔 연락만 확인하고 기대하는 것도 힘들어.
걘 오늘도 그 언니 자취방 놀러간 것 같았어.
그 언니가 경북대 다니거든? 근데 오늘 낮에 카톡할 때 내가 뭐하냐고 물어봤는데 대구간다더라.
대구에서 뭐하고 노냐고 물어보니까 친구집에서 자고 온대.
그냥 다 포기하고 싶고 마음이 진짜 찢어질 것 같이 너무 아파.
여자를 처음 좋아하니까 내가 진짜 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게 맞는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왜 하필이면 여자친구 있는 얘를 좋아하나 싶기도 해.
내가 아닌 그 언니를 사랑하는 게 밉기도 했어.
그 언니도 질투하고 싫어했었어.
근데 모든 사실을 받아들이니까 삶이 무기력해지고 뭘 하든 의욕도 안 생기고 컨디션도 요새 많이 안 좋아졌어.
사랑하면서 이렇게 아픈적도 처음이야.
내가 걔를 온전히 잊을 수 있을까?
걘 나를 완전하게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어.
나도 그러고 싶어. 괜히 고백해서 사이 틀어지고 싶지 않아.
그렇다고 멀리하면서 마음 떨쳐내고 싶은 것도 아니야.
다른 친구들처럼 그냥 친구 하고싶어.
너무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