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00일을 이제 갓 넘긴 8살 차이나는 남친이 있습니다. 아직 400일밖에 되진 않았지만 햇수로는 3년인지라(2007년부터 현재 2009년까지) 굉장히 오래된 연인같은 느낌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답답한 마음에 쓰는 글이니
길더라도 읽고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고,지금은 사정이 있어 회사를 그만 두었지만 11월까지는 종로로 회사를 다녔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집이 잠실이었고, 회사는 용산으로 다녔었죠..
지하철로 2시간에 임박하는 거리다보니 자연스레 주말엔 함께 있고 싶어 남자친구가 제 자취방으로 와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여름 즈음에 용산에서 당분간 종로로 출근하게 되었다며 같이 출퇴근하고 지낼 수 있겠다며, 옷가지를 몇벌 싸들고 제 자취방으로 왔더라구요.
전 당분간이라기에 그 말을 믿었고, 그래서 어쩌다보니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당분간이 한달이 되고, 두달이 되고..그렇게 반년을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한달, 두달은 그럴수도 있지 하고 넘어갔지만, 남자친구는 그렇게 저의 집에 얹혀지내는 거면서 집세는커녕 전기세,가스비도 보태주질 않더라구요.
남자친구의 월 수입을 제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500 이상일 것입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월급도 꽤 받고 있고, 부가적으로 펀드 같은데에 투자해서 수익도 내고 있고, 부업(?)으로 아는 형의 대출 채권일도 도와주며 얼마씩 받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남자친구의 목표가 "마흔 전에 은퇴하자"입니다. 30대에 돈 죽어라 벌어서 목돈 만든 다음에 펜션 같은거 지어놓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편하게 살고 싶은게 목표랍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이 버는데도 한달 쓰는 돈은 50만원이 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돈 이야기 꺼내면 언제나 급정색을 하기에 저도 이야기 해야지, 이야기 해야지 하다가 흐지부지 넘어가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살던 자취방 계약기간이 끝나서 이사를 가야하니까 남자친구가 자기도 같이 살자는 겁니다. 다행히(?) 이사가면 집세는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구요. 그래서 이사와서 현재도 함께 살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부쩍 외롭고, 사랑받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남자친구가 저한테 소홀해진 것 같은 느낌에 생각도 많아지고, 같이 살게 되었을 때 단호하게 말하지 못한 제 자신이 밉고 원망스럽고 그러네요..
연애 초부터 서로 집이 워낙 멀다보니 주말엔 함께 있으려고 제 자취방에서 머무르게 한 거였는데, 남자친구는 그게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돈도 안 들고, 저와 함께 있을 수 있고 뭐든 해결 가능한 장소였을테니. 하지만 전 연애 초인지라 마냥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집에만 있으면 아무래도 화장도 지우고 쌩얼에 편한 옷차림, 퍼지고 늘어진 모습만 보여주니 밖에서도 데이트를 하자 했지만 오히려 저보고 철없다고 화내더군요.
남자친구는 제 자취방이 돈도 안 들고 편했을지 몰라도 저는 아니었거든요. 남자친구와 식사를 한번 해도 요리를 하려면 재료 사야하고, 가서 이것저것 사오다보면 밖에서 외식하는 비용이나 엇비슷하게 쓰더라구요. 전 돈은 돈대로 쓰면서 퍼진 모습으로만 지내기는 싫었는데 말이죠..
게다가 대학 졸업후 바로 취업해서 어린 나이에 큰돈 만지면서 살아왔던 남친은 어렸을때부터 겉멋이 들어 외제차, 스포츠카 엄청 좋아합니다. 그래서 멋드러진 외제차 타고 다니니 반반한 얼굴믿고 대쉬하던 여자도 여럿 있었답니다. 그래서 자기는 예쁜 여자 아니면 안 사귀었다고.
그런 여자들 사귀면서 호사스러운 데이트에 좋은데는 다 다녔었고, 특히 저 사귀기 전의 여자친구에겐 언제나 멋지고 든든한 슈퍼맨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여자에겐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 달려갔고, 차비조차 없어 5시간을 걸어 집에 갈 지 언정 늘 풍족한 데이트를 했고, 해외여행도 수차례 다녀왔으며 여자의 여행비용까지 자기가 다 내줬다고 하더군요.
그랬던 자기가 정신 차리고 이제라도 저축하고 있으니 기특하지 않냐고 묻는데,왜 이리 섭섭하던지. 저랑은 변변한 추억 하나 만든 적 없거든요. 여름에도 해변으로 놀러가려다가 왔다갔다 차비에 숙박비에 돈 쓴다고 놀이공원 가는 걸로 끝냈구요. 그나마도 놀이공원 비용도 제 돈으로 냈습니다..
이러저러해서 섭섭하다 이야기 하면 제가 아직 어리고 철없어서 그렇다며 서른 즈음의 여자들이라면 같은 이야기를 들었어도 이제라도 철들어서 다행이라고 했을 거라고 되려 화를 냅니다. 그런데 전 제가 서른살이 되어도 그 점에 대해선 섭섭할 것 같은데 말이죠..철들고 어쩌고 하기전에 저도 여자고, 사람이니까요.
게다가 정신 차리면서 그 생각을 했다고 하더군요. 더 이상 예쁜 여자는 만나지 않겠다-는 생각. 예쁜 여자 만나서 돈 쓰고 다녔던게 후회된다고, 적당히 못생기지 않고 현명한 여자 만나서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군요. 자기 정신 차린 후에 저를 만난 거라고 하니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전 예쁘지 않다고 말하는 거잖아요..
물론 저도 제가 예쁘지 않은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내 애인에게는 언제나 예뻐보이고 싶은게 여자 마음이잖아요. 그런데 참 연애도 많이 해봐서 여자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저를 앞에 두고 그렇게 말을 하더라구요.
한번은 친구랑 술을 마신 적이 있어요. 옆자리 남자무리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남자친구랑 통화하는데 남자목소리 들린다고 의심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신의 추리를 바탕으로 소설을 쓰더라구요.
그러면서 저에게 했던 말이
"내가 얼굴 예쁜 애들은 얼굴값 하니까 남자들 꼬이는 건 알고 있었어. 그렇지 않은 애도 남자 문제로 속썩일 줄은 몰랐다. 아, 하긴 예쁜 애들처럼 평상시에도 자주 꼬이는게 아니니까 남자가 어쩌다 말 한마디만 해도 헤벌레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겠지."이런 식으로 말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서 지금 나보고 못생겼다고 하는 거냐고, 그래서 남자에 환장한 것처럼 말하는 거냐고 했더니 "그렇지 않은 애들이라고 했지, 못생겼다고 한 적은 없다"고 하더라구요.
솔직히 남자친구도 잘생긴 얼굴 절대 아니거든요. 이목구비 때문에 나이보다 댓살 어려보이는 건 있지만, 결코 잘생기거나 매력적인 얼굴 타입은 아닌데 자기의 외제차에 넘어온 여자들이 모두 자기의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나봐요..
게다가 성격은 왜 이리 불같은지 한번 화나면 정말 온갖 욕을 다 하고 난리를 치거든요..밥먹다가 밥상을 엎은 적도 있구요. 근데 전 정말 정 떨어져서 헤어지는 거 아니면 헤어지더라도 좋게 헤어지고 싶어서 대화하자고 해요.. "좋게 헤어지자"고 했지, "다시 돌아오라"고 했던게 아닌데 대화후엔 항상 언제 헤어지자고 했냐는 식으로 다시 대하구요.
그렇게 1년 넘게 지냈네요. 그래도 사귀면서 처음보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나름 대화도 많이 하고 있는데, 여전히 모를 사람이네요..
같이 산지 반년이 넘어가니 절 애인이 아니고 정말 마누라로 생각하는지, 아님 집지키는 찬모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이런거 말하는 거 보면 정말 저랑 결혼까지도 하고 그럴 생각 있는 것 같은데 가끔은 보면 정말 저를 뭘로 생각하나 싶기도 하고..
게다가 자기는 新남성이라고 해놓구선 사실은 보수적이고 지극히 가부장적인 줄도 몰라요. 무엇을 해달라고 하면 "그건 네가 해줘야지, 그건 여자가 하는거야." 이렇듯 여자역할 나누고 있고, 처음엔 안 그러더니 요샌 집에 와서 아무 것도 안합니다. 퇴근 후에 집에 오면 컴퓨터 켜고 제가 밥 차려줄 때까지 게임하다가 밥 먹고나면 드라마나 영화보다 자고, 이게 끝입니다. 정말 그렇다고 부인처럼 생각하면 장보고 할 때 생활비라도 보태줄텐데 그런것도 전혀 없어요. 어쩌다 같이 이마트 갈 때나 반반부담이지, 평상시에 자잘한 반찬 해먹는건 전부 제 주머니에서 나와요..
게다가 저 회사 다닐 때에도 저 출근하고 남자친구 쉬는 날엔 저 깨워주거나 한적 한번도 없으면서, 제가 쉬고 남자친구 출근하는 날에는 전 쉬는 날이어도 무조건 새벽부터 일어나 깨워야 했습니다. "당연히 나 깨우는건 네가 해줘야지" 이러더라구요. 그나마도 제가 회사 다닐 때는 저도 출근해야 하니 겸사겸사 깨우는건 괜찮았는데, 사정 땜에 회사 그만두면서부터는 솔직히 새벽부터 일어나기도 귀찮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경각심도 없잖아요..
그래서 몇번 늦게 깨워서 회사 지각하게 한 적 있었거든요.
솔직히 알람을 이어폰 꽂아놓고 제 귀에만 들리게 하는 것도 아닌데, 항상 제가 안 깨우면 제 탓하는 거 솔직히 우습거든요..근데 말빨에서 밀리고, 제가 무슨 말해도 어려서 그렇다는 식으로 몰고가고 하다보니 늘 제가 지더라구요. 그래서 어차피 쉬는 중이라 할 것도 없고, 남자친구 출근준비 하는 중이면 어차피 잠설쳐서 깰텐데 좋은 마음으로 깨워주자!했죠.
근데 어제 또 늦잠을 잤네요. 그래서 허겁지겁 깨웠더니 자기 건들지 말라고, 폭발 직전이라고 하면서 울분을 참는 비명을 지르면서 나가더라구요. 하루종일 연락 한번 없더라구요.
알람이 울려서 잠결에 끄고 잔줄 알았더니 핸드폰이 고장나서 소리가 안나서 그런 거더군요.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 왔길래 핸드폰이 고장나서 알람이 소리가 안났었다-고 보여주기도 했는데, 회사에서 지각해서 망신 당했네, 자기 승진은 저 때문에 물거품 됐네 하면서 계속 투덜대더라구요.
지각사건 전부터 좀 소홀해지고 시들해진 느낌을 받긴 했는데 어젠 절정이었어요.
어제가 400일이었는데 아침부터 지각했다고 얼굴이나 붉히고..
남자친구가 권태기가 온 것 같은데 이거 권태기 맞나요..
권태기 때문인지 자꾸 섭섭하고, 예전 상처받았던 일까지 다 끄집어서 기억나게 하고 그러네요. 그래도 사랑받는다고 느껴지게 해줄 땐 정말 "아, 이남자가 날 사랑하는구나." 싶은데
상처받는 말들을 많이 했던 사람이라(글쓴 사건들 말고도 많았거든요..) 조금만 소홀해져도 온갖 생각들이 다 드네요.
애인에게 권태기가 찾아오면 님들은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조언 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