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안녕. 평생 불러본 적 없는 엄마라는 이름을 불러본다.
2006년을 끝으로 단 한번도 나를 찾으러 오지 않은 엄마.
이혼 당시 친할머니에게 '애는 어머님이 키우세요'라고 말했다는 악독한 당신.
할머니는 당신에게 그래도 가끔 애한테 연락도 하고 얼굴만 비춰달라 간곡히 부탁했지만 내가 2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 당신은 나에게 단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이혼가정은 꽤나 부끄럽고, 안쓰럽고, 불쌍한 가정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기쁘게도, 할머니와 아빠의 사랑, 그리고 아빠의 헌신 덕분에 내가 이혼가정인걸 밝히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내가 엄마가 없이 자랐다는걸 모르더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친구들과 선생님은 모두 하나같이 놀랐다. 어쩜 엄마도 없이 이렇게 잘 컸냐고 밝고 싹싹하고 기특하다고.
할머니와 아빠는. 온 사랑과 정성으로 나를 부족함 없이 키웠다. 그리고 아빠는 20대 중반이 된 나에게도 여전히 친구같은 아빠이자 내 세상의 전부이다.
그런데 작년에 내 세상의 반쪽이 사라졌다. 할머니가 돌아가셨거든.
할머니는 당신을 참 미워하셨지만 그리워하시기도 했다.
할머니는 아빠와 맞벌이를 하는 당신이 퇴근하고 집에오면 정성스럽게 밥을 차려주고, 당신을 대신해서 온 힘을 다해 대신 나를 키워주셨는데
살면서 그연락한번 주는게 그렇게 어려웠어?
장례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내가 뭐에 씌였던걸까. 문득 내 가족관계증명서를 보고싶어졌다. 정말 이유 없이 갑자기.
떨리는 마음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조회했는데 이게 무슨일인지. 당신이 재혼한 남편과 그 남편 사이에서 낳은 자식 이름까지 나오더라.
당신이 재혼한건 상관없어 내 알빠 아니니까. 자식 버리고 집 나간년이, '애는 어머님이 키우세요'라는 말을 남긴 년이, 한 평생 자식새끼를 찾아오지 않은 년이 새살림 차리고 애 낳은건 당연하겠지.
그런데.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어떻게 뻔뻔하게 우리 집 바로 옆동네, 30분 거리에서 살림을 차리고 살고 있을수가 있어?
당신 자식이 마침 흔한 이름이 아니더라고. 나는 바로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해봤어. 세상 참 좁지?
얼굴부터 어느 학교인지 다 나오는데 소름이 끼치더라. 걸어가면 고작 30분밖에 안걸리는 동네, 학교...
나랑 피가 반이 섞였다고 나 어렷을때 얼굴이랑 비슷하게 생긴게 제법 웃기더라고. 근데 애가 꽤 노는 애인 것 같더라. sns에 저급한 말을 꽤 쓰더라고.
아무튼 한편으론 당신 딸이 부러웠어. 나는 학창시절 한 번도 곁에 없었던 엄마라는 존재가 그 아이에겐 있다는게 부럽더라.
당신 딸 sns를 발견했을 때 마음으로 수백번 수천번 고민했어. 30분 거리에 살고 있는 당신이 너무 악마같아서 당신 딸을 괴롭힐 방법을 고민했다
한창 사춘기일 아이일테니 '니 엄마한테 사실 딸이 하나 더 있어'라고 연락을 보내볼까, 그럼 당신은 조금이라도 괴로워할까. 당신 딸이라도 고통을 겪게 할까
그런데 말야. 벌써 20년의 세월이 지났고 연락한통 없는 당신에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더라고.
아빠는 아직 당신이 옆동네에 산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 아빠한테라도 속시원하게 말해볼까 했는데 아빠 눈 뒤집힐까봐 차마 말을 못하겠더라ㅋㅋ
바라건데. 그냥 내 눈에 띄지나 말고 살아. 버리고 간 자식 바로 옆동네 새살림 차리고 사는 꼴을 보니 양심도 개념도 없는 것 같은데
평생 내 눈에 띄지 말고 살아.
(추가)
따듯한 말씀 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이혼 사유 물어보면서 고부 갈등 있었던 거 아니냐~ 여자가 쫓겨난게 아닐까~ 다 두고 나갈테니 애만 제발 키워달라고 하고 두고 간거 아니냐~ 말도 안되는 망상하시는 분들 계셔서 추가합니다
친모쪽이 명백한 유책배우자였습니다. 어떤 사유였는지는 개인신상도 있으니 자세히 쓰고싶지 않고요.
이혼에 있어서 여자가 안타까운 경우가 많겠지만 저희 가정처럼 친모가 명백한 유책배우자인 경우도 있으니 소설 그만 써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