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엄마의 갱년기와 나의 사춘기가 겹쳐
한참 싸우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대화를 시작하기만 하면
무조건 잔소리와 짜증으로 끝났고
서로 기분만 상한 채로
돌아섰었다
내가 오늘은 조금 부드러운 대화를 해봐야지
하고 애교 부리며 엄마에게 말을 걸면
늘 그랬듯이 잔소리만을 들어야 했고
엄마가 나에게 조금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걸면
나는 엄마에게 늘 그랬듯이
짜증만을 냈다
하루도 빠짐없이 싸웠다
정말 힘들도록 싸웠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엄청나게
쌓여있었지만
짜증이 나면 눈물부터 나오는 감정적인 시기였기에
말을 할 수 없었고
엄마는 어찌 그리 잘 찾는지
잔소리할 거리를 끝도없이 찾아
나에게 짜증을 냈다
엄마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려고 말을 걸면
엄마는 나에게 짜증을 냈고
엄마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려 말을 걸면
나는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
이 모든 게 엄마 덕분이란 걸 알면서도
엄마에게 대들었을 시절
엄마는 내가 이 부분에 예민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의 예민한 부분을 건들던 시절
아마 서로 많이 미안했을 텐데
서로에게 말을 걸 타이밍을 못 잡았던 거겠지
어쩌면
서로에게 위로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사춘기가 왔을 때 나는
매일 밤을 어두운 방의 침대에 누워 울었고
나와 싸우고 집에 내가 없을 때 엄마는
언니와 이야기하며 사실은 많이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항상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언니에게 전해들어야 했던 시절.
우린 그 시절을 이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
결국 전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던 거겠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엄마가 되어보지 못 했고
갱년기를 겪어보지 못 했다
그래서 엄마만을 원망하며
미워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적어도
우린 이제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자녀들과의, 엄마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모든 엄마들에게,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것도 전부 성장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그 시절도 곧 지나갈거라고.
그 시절이 지나가고 나면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