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 죄송합니다. 연령대가 높으신 인생 선배님들께 조언 구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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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먹을 각오하고 씁니다.
다소 우울한 글이니 기분 안 좋으신 분들은 읽지 않으셨으면 해요 제 글로 누군가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이십대 중반입니다. 만으로도 한국나이로도 이제 중반은 넘었습니다..
나이를 밝히는 이유는 한국은 나이가 중요한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제목 그대로 인생이 재미가 없습니다.
다들 재밌어서 사시는 건 아닌 것도 잘 압니다.
아직 20대인데도 열정도 삶의 미련도 없습니다.
살면서 무언가를 그렇게 열심히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중학생때는 운 좋게 최상위권 성적을 받으며 제가 공부로 이름을 떨칠 줄 알고 밤도 새워보고 했던 기억이 있으나
고등학교 가서는 밤을 새운다고 내 성적이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일찍이 깨달았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 전에 중학교는 소위 말해 날라리도 있고 해서 제가 운 좋게 성적이 잘 오르고 성취감도 엄청났던 거 같아요.
그렇게 그냥저냥 고등학교생활을 보내고 그냥저냥 성적을 받고 졸업해버렸습니다.
좋아하는 과목에는 시간 투자도 하고 집중도 잘 됐는데 관심 없는 과목 시간엔 잠만 잤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냥저냥 지방에 있는 국립대에 가게 됐습니다. 대학도 가기 싫었는데 부모님이 대학은 필수라고 성화셔서 그냥 성적 대충 맞춰서 갔습니다.(수시여서 수능날 최저만 맞춤)
그렇게 대학 가서도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남들이 공무원 공무원하길래 저도 잠깐 했었습니다만, 제 길이 아닌 거 같아 3개월 공부하고 접었습니다.
그래도 공부했던 과목은 80점대 이상 나왔던 거 보면 그땐 공부 머리가 아직 남아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의 권태는 끊임없었습니다.
하루종일 잠만 자던 날도, 하루종일 휴대폰만 보던 날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걱정을 하시고 질책도 하셨지만, 그런다고 제 인생의 나태에 영향을 미치진 못하셨습니다.
식충이 생활을 전전하다, 남들 다 졸업할 때 그제서야 위기를 느꼈습니다.
공고를 찾다 지금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아무 경력도 자격증도 없는 저도 다닐 수 있다는 게 감사했습니다.
재미가 없는 건 누구나 다 그런 것이라 믿었기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겐 항상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저처럼 아무 능력 없는 사람은 무시당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기저에 늘 있었습니다.
그런 마음은 남들에게도 금방 들켜버려서, 지난 2년 동안 저는 줄곧 무시당하는 직원이었습니다.
그런 경향은 처음엔 돈이 제게 필요한 존재인데다 소비로 스트레스를 풀었어서 그냥 무시가 됐던 거 같습니다.(과소비로 악순환)
그러다 최근 제가 몸도 마음도 아프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제 유년시절부터 자리잡고 있었던 우울감은(초등학생때부터 왕따였습니다) 부모님과 살면서 어느 정도 방패가 되었던 거 같았는데
사회에 나와 그 우울을 온몸을 맞다보니 처음 겪어보는 난관에 부닥쳤습니다.
올해부터 그 좋아하던 옷이나 화장품을 봐도 감흥이 없더니 회사에도 같은 옷을 매일 입고 다녔습니다.
입사 초반에 매일 옷을 달리 입고 다녀 동료들이 옷 어디서 샀냐고, 옷이 00씨는 참 많다고 칭찬해줬던 저인데 말입니다.
모든 옷이 다 사치처럼 느껴지고 있던 옷도 다 버리고 싶어졌습니다.
소비에 감흥이 없어지니 돈에도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을 알면서도 그냥 회사를 나와버렸습니다.
지금 계약직을 알아보며 쉬려고 하는데, 제가 뭐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자격증 시험도 준빚중이고 금방 딸 수 있다는 믿음도 있지만 그냥 왜하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돈도 필요 없고 삶도 죽을 용기가 없어 삶을 부지하고 있을 뿐인데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 내 모습이 이상합니다.
집안도 부족함이 없고 제 외적인 것도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재미가 없고 권태로운지 모르겠습니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보는 것도 다 재미가 없습니다.
휴대폰을 보는 건 그냥 보는 겁니다 볼 게 없어서?
솔직히 가족이 없었다면 이미 죽었을 거 같습니다.
매번 하소연하는 친구들에게도, 가족에게도 너무나 미안합니다.
매번 피해만 끼치는 제가 없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젠 자기 전 네이트판 썰 중에 30에 죽겠다던 친구 이야기를 봤습니다.
그 이야기를 보며 참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오죽하면 가셨을까... 싶습니다.
누군가에겐 살고싶은 오늘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죽고싶은 오늘은 누군가의 소중한 오늘이란 걸 알고 감사하면 그만인데, 그냥 왜 이렇게 행복하지 않을까요?
정신과에서 선생님께선 너무 불안하게 살 필요도 없다며 내려놓고 살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저도 그러고싶은데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백수가 속편한 소리해드려 죄송합니다.
혹시 제게 조언해주실 인생 선배님 계신다면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
길고 긴 재미없는 제 신세 한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