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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2년 째에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다..

상남롯백영... |2024.10.06 19:38
조회 177 |추천 1
그녀를 만나게 되기 전 나는 수도 없는 연애의 기로에 서는 삶을 살았다.

어떤 이는 사랑스럽고 어떤 이는 성실하고 어떤 이는 지혜가 빛이 났고.

매력적인 이성들에 둘러싸여 있었으나, 어째선지 마음은 한없이 외롭고 허전하기만 했다.

당연히 상담과 정보 검색을 통해 나의 이 허전함은 무엇으로 갈음할 수 있는지, 운명의 짝이란 실재하는 것인지 그저 생각만 하는 INTP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니, 오늘 그녀를 만났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내 인생, 아니 그 날 만큼은 굉장히 특별하고 절묘한 순간이 많았던 것은 분명했다.

이런 우주의 암시를 눈치채지 못한 어김없는 흔해빠진 남자인 나는 난생처음 백화점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곳, 재벌이 갑질하다가 2세가 착해빠져 재수 없을 정도인 클리셰, 가성비라는 척도가 갈가리 공중분해되어 있는, 사실상 현존하는 유일한 이세계.

나는 그저 4인 일본식 제로썸 보드게임으로 근근히 내 욕구를 채우며 따분함을 넘어선 죽음과의 키스를 고대하는 생활 중이었었기에, 나는 모험을 떠나는 데에 망설임이 없었다.

본관과 사이드윙, 첫 2지선다에 나는 망설임 없이 본관으로 진입하였다.

면도도 하지 않고, 흡사 백화점에 조난 당한 외로운 배구공처럼, 나는 필사적으로 주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에게서는 모종의 질서, 드레스코드가 느껴졌으며

나는 배구공 마냥 무채색 격자무늬 셔츠와

유행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모를 베이지 슬렉스를 입은 채,

라만차 백화점과의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물론 이곳은 마드리드가 아닌 한국이기에,

나를 도와줄 조력자도,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아줄 중립 옵저버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침내 나는 내가 사고자 했던 Lotze 페도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프라자에서, 그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직감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내 감정을 먼저 고려하고는 자연스레 늦게 도착한 모양을 꾸몄다.

나는 페더로의 종류, 특징, 서열, 인기 순위 등 여러 가지의 것들을 그녀에게 물었으며, 그녀는 어떨 때는 담백하게, 또 어떨 때는 내 마음을 꿰뚫은 듯 한 발 앞서 자신의 지식을 전수해 주려 했다.

나는 그저 외톨이이자 숫자와 물리에나 관심 있는 재미 없는 인간이었다.

그녀와 나의 자기 관리의 차이는 정말 역대급 탑랭커와 희대의 무재능충의 만남을 부각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화장은 수수하지 않았지만, 튀지 않았고, 과하지 않으면서 쌩얼을 가장하지 않는, 그야말로 남자들이 캐치할 수 없는, 그런 인상을 내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또한 어쩔 수 없는 남자이기에, 그런 그녀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더 많은 질문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사이즈는 큰게 좋나요? 무게는 차이가 얼마나 나나요?

나의 무지함을 그녀는 그저 귀엽게 받아주었다.

최선을 다해 맡은 바의 세일즈를 하였으며,

필기구를 세심한 규칙에 따라 정돈해 놓은 연필꽂이에 꽂힌 형광펜을 보고도

나는 그녀의 가치를 알지 못했다.

그녀는 나에게 최고급의 테와 챙을 일러주었으며,

그녀의 세심한 호의는 이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그러다 사소한 스파크가 튀었다.

모든 것에 세심하고 친절했던 그녀가, 작은 실수를 한 것이다.

289천원을 229천원으로 착각한 것이다.

나는 그녀의 외모에 알 수 없는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챈 그녀가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눈치를 챌 수 없었다.

그녀는 입점한지 1달도 안 되는 기간인지라,

아무리 천사같은 그녀도 격분할 수 밖에 없었다.

적당히 날씬한 다리와 드러내지 않아 겸손한 옷차림을 가지고 하고 있던 그녀의 이런 변화는 내 안에 굉장히 이례적인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고작 6만원... 마작 2번이면 끝날 의도치 않은 사소한 실수에도 크게 반성하고 자책하는 그녀는 내겐 더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너무 좁고 딱딱한 새장 속 세상 가장 아까운 한 마리의 봉황이었다.

그녀에겐 필시 세상 모든 일들이 그저 손바닥 들여다 보듯 뻔했을 터인데, 그녀는 항상 규칙을 벗어나지도, 필요 이상의 감정을 엿보이지도 않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미안한 마음에 온갖 보상을 제안하였다. 신축성 좋은 가방, 최고급 낚싯줄, 심지어 내가 윌슨을 좋아하는 걸 어느사 알아챘는지 배구공 한 세트도 거저 주겠다고 하였다.

이를 계기로 나는 그녀 이외에는 더이상 여성도, 운명도 개의치 않게 되었다.

나는 그제야 내가 살던 이해타산적 세상에서,

그녀는 높은 탑 속 공주님처럼 다른 지평의 존재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곧장 그녀와 친해지기 위해 말을 걸었으나

그녀는 업무에 충실하였고 시간의 소중함을 아는, 참된 어른이었다.

현무암과 사암의 만남, 모공의 크기가 이미 나는 그녀에게 그저 중천에 수준 차이나는 곳에서 상대를 곤란하게 하는 사람들 중 하나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피곤해서 이만 각설합니다... ㅋㅋㅋㅋ 남자고 두서없기로 꽤 유명하기에... 첫 소설이 쉽지 않네요. 실화 바탕인뎅... 그녀가 이걸 보아줄 지...-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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