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굳이 따지자면 라이트 팬에 속하는 브리즈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위버스, 음악 감상, 앨범 구매 정도가 제 팬 활동의 전부였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솔직히 말해서 이런 저 역시 홍승한 군의 복귀는 달갑지 않았고, 갑작스러운 소식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저 근조 화환 시위 사진을 보게되었고 정말 경악을 했어요..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수많은 화환을 보내려면 분명 모금이 필요했을 텐데, 돈을 보낸 팬들은 이런 식으로 사용될 줄 알고 있었을까요? 한 사람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기보다는 분명 여러 사람의 동의가 있었을 텐데, 아무도 말리는 사람은 없었을까요?
그 사진을 본 순간, 홍승한 군은 결국 탈퇴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무 살 남짓한 남자애가, 자신이 이렇게까지 미움받고 거부당한다는 사실을 온 세상에 공개적으로 확인받으며 버틸 수 있을까요? 인격 모독에 가까운 이런 잔인한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어제, 결국 홍승한 군은 탈퇴했습니다. 그 후 팬덤의 반응은 더욱 충격적이었고요. 제가 그나마 볼 수 있는 네이트판 등의 커뮤니티에서는 "잘됐다", "해냈다", "브리즈들아 축하해"와 같은 댓글들이 줄을 이루더군요.
내가 그동안 이런 사람들과 함께 라이즈를, 아이돌을 좋아했던 건가?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비정상적인 행동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오히려 주류 여론이 되어버린 현실에 환멸을 느꼈습니다.
물론 SM의 대처가 미흡했고, 팬들이 오랜 시간 동안 쌓인 불만과 상처를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홍승한 군에게 가해진 이 집단적인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 SM 잘못이다", "결국 모두가 상처받았다"는 말로 모든 것을 회사 탓으로 돌리고, 극단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모습은 보기 역겹기까지해요.
특히 저들이 성인이라면, 현실에서 우연으로도 마주치기 겁나요. SM의 잘못과 팬들의 과도한 행동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근조 화환이라는 극단적인 방법 대신 얼마든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SM이 우리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라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근조 화환을 보낸 것처럼 명백한 사실이 아닙니다.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주장을 왜 집단적으로 강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팬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를 수 있는 행동에는 분명히 선이 있습니다. 근조 화환을 보낸 것도 모자라, 설리 씨의 기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회사 앞에 악플을 전시해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한 브리즈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그것도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한다는 명목으로 이런 잔인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룹 이미지에 똥칠을 했다"는 말도, 결국 팬들이 만들어낸 프레임일 뿐입니다. 일반 대중들은 홍승한 군의 과거 행적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라이즈라는 그룹이 '근조 화환 보낸 팬덤'으로 낙인찍힌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진정으로 그룹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은 바로 브리즈들입니다.
저처럼 이 상황에 환멸을 느끼는 팬들이 더 있을까요? 혹시 팬덤 분위기가 너무 무서워서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요? 저는 이제 브리즈도, 라이즈도 좋아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미 제 마음은 많이 떠났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과연 제대로 된 자정 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건지, 이것이 정말 많은 아이돌 팬들이 가진 생각인지 의아합니다.
덧붙여,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혹시 제 글이 홍승한 군의 개인 팬이 쓴 글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당신의 정신 상태가 정말로 염려스럽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양심과 이성을 가지고 행동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