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보니까 글이 좀 길어졌어 그냥 내 첫사랑 얘기니까 관심없는 사람 뒤로 가기 눌러줘~)
난 지금 슴셋이야
내가 초5때부터 고1때까지 좋아했던 남자애가 있어
초중고 다 같이 나왔었고 초5, 중2때 두번 같은 반이었어
그래서 그만큼 친했고 연락도 많이 하고
학원도 다 같이 다니고 방과후에도 같이 놀구 그랬어 ㅋㅋ
걔는 맨날 내 물 뺏어서 다 마셔버리고
내 뒷자리 앉아서 머리카락 잡아당기고 내 슬리퍼 뺏어서 자기 친구들끼리 축구하고 ㅋㅋ
대충 어떤 애였고 어떤 사이였는지 알겠지?
그래서 난 내 학창시절 생각하면 얘 밖에 생각이 안 나
내 학창시절의 전부였다고 봐도 될 듯 해.
근데 그때의 난 너무 어렸어서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는게 쪽팔리다고 생각했어
그냥 이렇게 맨날 연락하고 얼굴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어
근데 정확히 중3때부터 점점 지치더라
몇년동안 걔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내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탔는데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자존감은 더욱더 바닥을 쳤고 난 그런 내가 너무 불쌍했거든
하루는 쉬는시간에 걔가 갑자기 오더니 나 맘에 든다고 한 남자애가 있다면서 소개 시켜주겠다고 하더라고 ㅋㅋ….
이때 확신했지
얘는 진짜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걸..
그래서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걔를 피했던거 같아
나 상처 안받을라고, 내 자존심이 먼저라서 내 감정만 생각하고 무작정 걔를 피했어
연락해도 대충 답장하고 장난걸면 정색하고 눈 마주쳐도 못 본척 지나가고.
그래.. 지금 생각하면 되게 이기적이고 어린 행동이었어
그치만 그때의 난 걔가 너무너무 미웠다
나는 이렇게나 널 좋아하는데 넌 왜 몰라주는지,
좋아하는 티도 안냈으면서 혼자 속상해하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집와서는 울다가 지쳐서 잠들고 그랬어
그렇게 내 마음 안 들키려고 별의별 짓을 다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애가 알아주길 바랬나봐
예전에 어디서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면 미워하게 된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딱 그 감정이었어 복잡하지? ㅎ
그렇게 점점 사이가 멀어졌고 중학교 졸업을 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갔어 중학교때보다 학생 수도 훨씬 많고
반도 다른층이었어서 잘 마주치지도 못했어
그냥 나 혼자 멀리서 걔 얼굴 한번씩 보고 그랬던거 같아
잘 지내는거 같더라고
또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고1 체육대회 날이었어
우리반은 초록 잠옷이 반티였는데 걔네는 노란티에 남색 멜빵이었어 ㅋㅋ 귀여웠어 아 진짜 귀엽더라 그때..
그리고는 그냥 애들이랑 우리반 스탠드에서 놀고 있었는데
걔 친구들이 와서 장난을 거는거야
우리가 초중 다 같은 곳을 나왔어서 서로 겹치는 친구들이 많았어 당연히 옆에 걔도 있었지
걔네들이 우리반 반티 색깔 안 이쁘다고 놀리고
나 머리 묶은거 잡아당기고 잠옷이랑 세트로 안대까지 줬는데 그거 자기들끼리 돌려쓰면서 놀더라고
나도 그냥 아무렇지 않은척 걔네들이랑 떠들었어
그러다가 모이라고 방송 나와서 같이 몇 발자국 걸었는데 누가 뒤에서 또 내 머리를 살짝 잡아당기는거야
그래서 순간 뒤돌아봤는데.. 걔였어
나 진짜 너무 놀래서 아무 반응도 못했다 그래서 그냥 쳐다봤더니 걔가 먼저 “오랜만” 이러더라
이제 거의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첫사랑은 어쩔수 없나봐
저 세마디에 난 또 심장이 떨리는거야 ㅋㅋ..
분했어 진짜 분했어 얘가 뭐라고 난 얘를 이렇게까지 포기를 못하는지.. 뭔가 억울했어
그냥 “아.. 오랜만” 이러고 가려는데 걔가 또 부르더니 아까 애들이 갖고 놀았던 내 안대를 주더라
없어졌다는 것도 까먹고 있었는데 얘가 가지고 있었나봐
그래서 고맙다고 하고 바로 애들쪽으로 갔어
더 얘기했다가는 그나마 사그라들었던 마음이 또 생길거 같았거든 ㅋㅋ..
그리고 또 아무일없이 시간이 지나서…
고1 후반쯤이었어
내가 이때 첫 남자친구를 사겼어 나보다 한살 많은 고2였고
그냥 나 좋다길래 분위기에 이끌려서 사귄거였는데
막상 사귀니까 진짜 잘해주고 표현도 많이 해줘서 나도 나중에는 진심으로 좋아하게 됐어
그러면서 점점 그 애를 잊어갔는데 그렇다고 또 아무 감정이 없는건 아니었어
난 지금도 걔만 생각하면 좋아했던 감정, 미웠던 감정, 그리운 감정, 미안한 감정.. 별의별 감정들이 다 따라붙어
그때는 도대체 이게 뭔 감정인지 한참 생각하다가
항상 마지막에는 ‘아 내가 걔 생각을 왜 해야 돼?!’ 하면서
억지로 마무리를 지었었지
이런 감정을 가지고 시간은 또 빠르게 흘러갔고
1년 뒤에 첫 남자친구랑도 헤어지고 고2 막바지가 됐어
고2때는 같은 층이고 이동 수업도 많았어서 복도에서 자주 마주쳤었어 그때마다 항상 모르는척 지나갔었는데
그 날도 복도에 자기 친구들이랑 모여있더라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갈라는데 누가 “야야!!” 이러면서 날 부르더라 누군가 하고 보니까 걔 옆에 있던 남자애였어
나랑도 친한 사이었어서 왜 부르냐고 했더니만
“야 오늘 얘 생일” 이러면서 걔를 가르키는거야
그때 걔를 쳐다봤고 오랜만에 꽤 가까이서 눈이 마주쳤어 아 진짜 여전히 잘났더라고 ㅋㅋ..
그 눈 마주친 짧은 순간에도 심장이 떨렸어 진짜 지겹지..
나도 지겹더라
근데 그 날이 걔 생일인지는 몰랐어 아 당연히 언제인지는 알았는데 그때 그냥 날짜 감각이 없었나봐
그래서 속으로만 ‘아 오늘이 얘 생일이구나’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걔 친구들이 선물 뭐 없냐고 축하한다는 말이나 한번 하라는거야
중3 이후로 우리가 멀어졌다는걸 걔네들도 분명 알텐데 갑자기 왜 이러나 했어
그래서 그냥 “아 뭐래..;” 이러고 갈라는데
걔가 옆에서 듣고만 있다가 그때 갑자기 내 이름을 한번 부르더라
근데 그 순간 예비종이 쳤고
걔도 날 보면서 뭔 말을 하려다가 그냥 “아 됐다” 이러고는 바로 자기네 반으로 들어갔어
그게 우리의 학창시절 마지막 대화였어
그 뒤로는 아무일도 없었고 고3땐 코로나가 터져서 정신없이 지나갔으니까.. 그렇게 고등학교 졸업을 했어
졸업할 때 아쉽기는 커녕 ‘아 드디어 얘 얼굴 좀 안 보겠다’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을 정도로…
그때의 난 걔가 너무나도 미웠었지
그렇게 20살이 됐어
그리고 어느새부터인가 걔에 대한 미운 감정이 점점 사라지더라
미운 감정보다는 고마운 감정이 더 앞섰어
한창 좋아할때는 진짜 죽을만큼 힘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에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좋아하는게 쉬운 경험은 아니잖아
너무너무 힘들긴 했었지만 그만큼 걔 덕분에 설레고 행복했던 날들도 많았어
‘좋아한다’ 라는 감정이 뭔지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이었지
걔 생각만 하면 우울하고 힘들었었던 내가
이제는 걔만 생각하면 내 학생때가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웃게 되더라고
잘 지내고 있길 바랬고 어쩌다가 마주쳐서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싶었어
또 그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면 그때 일 사과하고 사실 내가 너 좋아했었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어
난 아직까지도 그때의 내 행동들이 후회되거든.
지금이었으면 그때처럼 그렇게 아무말 없이 쌩까지는 않았을거야.. 진짜 배려없고 철 없는 행동이었어
그렇게 가끔씩 걔 생각을 하면서 대학생활에 적응해갔고
연애도 하고 알바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꽤 빠르게 시간이 지나갔어
그러다가 고등학교 졸업한지 3년만인.. 지난주에
어느새 23살이 된 걔를 만났다
만나게 해준 친구는 고2때 걔 생일날에 복도에서 나 불러서는 얘 오늘 생일이라고 알려준 그 남자애였어
그 애랑은 고등학교 졸업하고도 꽤 자주 만났었거든.
둘이 술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먼저 묻더라
걔 얼마전에 전역해서 할 것도 없어보이던데 오랜만에 만나보지 않겠냐고
그래서 바로 좋다고 했어 어떻게 사나 궁금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얼굴 보고싶기도 했으니까.
내가 좋다는 말 하자마자 바로 걔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하더니 한시간 정도 뒤에 내 뒤쪽 보면서 “왔다” 이러더라
뒤돌아보려는 순간에 걔가 이미 우리 테이블로 와서 내 앞에 앉았고 나 보자마자 한 말은 또 “오랜만”
그리고 난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그래도 꽤 괜찮은 사람을 좋아했었네’
내가 학생때 얘를 왜 그렇게 좋아했었는지 새삼 다시 한번 느꼈던 순간이었어 ㅋㅋ.. 더 멋있어졌더라
그리고 이 날.. 중학생 때 걔도 날 좋아했었다는 얘기를 들었지
어색한 것도 풀리고 서로 근황 얘기나 하고 있던 중에
걔가 갑자기 “나 사실 중학생때 너 좋아했었다” 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더라
놀랬어 당연히 놀라지 그 말 듣고 어떻게 안 놀래 ㅋㅋ..
그래서 그냥 “어..?” 이러면서 쳐다봤던거 같아
복도 남자애는 원래부터 알았던건지, 둘이서 내 반응 보더니 괜히 말했다고 분위기만 다시 어색해졌다면서 뻘쭘해했고.
그래서 나도 솔직하게 얘기하기로 했어
시간이 시간인지라.. 민망한 것도 없었고 술김 때문인지 막힘없이 다 말하게 되더라
말하면서도 내가 느꼈어. 아 이제 다 옛날일이구나..
처음에 서로 좋아했다는 걸 알고나서는 둘다 엄청 놀랬어 ㅋㅋ 아니 복도 남자애 포함 셋이 놀랬지 ㅋㅋㅋ
근데 그냥 “우리 진짜 서툴렀네..ㅋㅋ” 이러면서 웃고
나는 그때 말없이 피했던거 사과하고 걔도 받아줬어 이해한다고. 자기도 그때 날 그냥 친구로 대하면서 표현 안한거 후회한다고 하더라고
걔는 정확히 우리가 두번째로 같은반 됐었던 중2때부터 날 좋아했다고 했고
난 우리 처음 같은반 됐었던 초5때부터라고 얘기했어
그렇게 진지한 분위기는 아니었어
애초에 걔랑 단둘이가 아니라 셋이 같이 있었던 자리였고 그냥 다들 옛날 얘기하는 것처럼
“아 그때 그랬었는데~” 이런 느낌이었어
중학생 때면 벌써 7-8년전인데..ㅋㅋ 그럴수밖에 ㅎ
걔가 한 말 중에 하나 기억에 남았던 거는
“우리 둘다 호구짓 했네“
ㅋㅋㅋㅋ 그 말에 나도 격한 동의를 했지 ㅋㅋ
그렇게 많은 얘기들을 하다가 헤어지고 집에 오는데
아 뭔가.. 뭔가 나혼자 울컥하더라 ㅋㅋㅋㅋ
나도 그때 왜 갑자기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어 그냥 여러 감정들이 몰려왔던거 같아
내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차지했었던 그 애가 날 좋아하고 있었다는게 진짜 설레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너무 씁쓸하고 그때의 나한테, 그리고 걔한테 너무너무 미안했어
시간을 되돌려서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더라 진짜..
정말 모든게 다 후회스러웠어
걔랑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지금의 난 걔를 어떤 감정으로 바라볼지.. 수도 없이 생각했었는데
좀 복잡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전 감정이랑은 완전히 달랐어
심장이 빠르게 뛰지도 않았고 눈을 못 마주치지도 않았고
얼굴이 빨개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또 밉지도 않았어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이제 무뎌졌나봐 나도 ㅎ
그냥 잘 지낸거 같아서 다행이고 마냥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더 크더라고
걔도 비슷해 보였어 이제라도 둘이 잘 해보라는 복도 남자애의 말에 바로 “헛소리 하지마” 라고 답한거 보면..
걔도 이제 옛날 일이라고 생각하는거 같더라
그래도 하나 확실한건.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는거..
그 날 전화했을때 그 자리에 나와줘서 고맙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때 일 사과하고 사실 너 좋아했었다고 말할 수 있어서 후련했다는거.
덕분에 내 오래 묵혀둔 첫사랑이 전해졌다는거.
걔만 생각하면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은데 요새는 이거 하나만 떠오르네
그 시절의 내 행복이 되어줘서 고맙다
내 첫사랑
+그냥 걔 만난 이후로 내 학창시절때 생각이 너무 많이 나길래.. 학생때 10대판에 짝사랑 고민글 많이 썼었던게 생각나서 한번 길게 써봤어 ㅎ 너네들은 나처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꼭 표현해봐 ㅎㅎ 짝사랑은 들켜야 시작한다는 말이 맞는 말이더라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