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순간이 있나요?
알게된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서로 장난치고 웃기고 놀리고 말도 잘 통해서 아무렇지 않게 옆에 같이 앉아 이야기하고 그랬는데 상대에 대한 호감이 좋아함으로 확 바뀐 순간 전처럼 못 대하겠어요. 같이 있으면 너무 긴장되고, 가까워지면 숨막히고, 맘 들킬까 눈도 자꾸 피하게 되고, 단둘이 있으면 도저히 안 되겠어서 티 안나게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적도 있어요.
더이상 마음이 커지면 안 된다는 걸 알아서 같이 있어야 할 때 말고는 안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혼자 있었어요. 좋아하는 마음을 정리하려고도 많이 노력했어요. 그러다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정리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도 가벼워지고 얼굴봐도 괜찮겠다고 느껴 편하게 마주했는데 아니더라구요. 그렇게 쉽게 마음이 정리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같이 있으니까 다시 감정이 올라와서 너무 힘들었어요.
건드리고 싶어도 절제하고 시선도 안 주고 이런 제 행동 때문에 상대방도 이상함을 느낀건지, 아니면 상대방도 나를 이성으로 느껴서 절제하는건지 그 시작이 뭔지 모르겠지만 어느순간 서로 딱 끊어내듯이 전처럼 서로 건드리지도 않고 거리두고 조심하는게 느껴지니까 기분이 이상했어요.
원래 둘다 다른 사람을 먼저 챙기고 못하고 있으면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성격이라 작은 일이라도 서로 챙겨주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 것도 없고. 전에 서로 부탁했던 똑같은 일도 둘다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고. 누가 먼저 앉아있어도 옆에 앉지 않고 서 있고. 그럴 때 좀 씁쓸하더라구요. 좋아하는데 누르는 게 맞나. 제일 궁금한 건 이 사람도 절제하고 있는건지였어요.
이후로 저렇게 지냈지만 제가 누군가와 얘기를 하거나 다같이 모여 앉아 있을 때 절 쳐다보는걸 많이 느껴졌어요. 근데 저는 애써 모른척하며 절대 쳐다보지 않았고 말도 잘 안 걸었어요. 그쪽으로 고개를 못 돌리겠더라구요. 어쩌다 눈 마주치면 부끄러워서 피하고 미소가 나와버려서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좋아하는 감정을 알아차렸을 수도 있고요. 아무튼 전 그 사람도 저를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대하는게 느껴졌는데 또 아닐수도 있고. 물어볼 수도 없고. 그냥 좋아하는 마음만 억누르고 있는데 정말 자꾸 생각나서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