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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때 신경 안써주는 딸' 글의 딸입니다

쓰니 |2025.07.20 12:35
조회 5,060 |추천 30
'아플때 신경 안써주는 딸' 글의 딸입니다
https://pann.nate.com/talk/374579782 이 글에서 언급된 20대 중반 딸입니다!
제가 하는 커뮤니티에 해당 글이 펌으로 올라왔는데 엄마랑 치킨 먹다가 이거 우리 이야기같다ㅋㅋ 하고 장난스레 말했더니 진짜 우리 이야기라고 엄마가 썼다고 미안해하셔서 너무 놀랐어요.제가 하던 커뮤니티뿐아니라 몇몇 기사 사이트에서도 이 글을 다뤘더라고요. 댓글을 보니 비난의 여론이 상당하던데 딸인 제 입장을 조금이나마 적어보고자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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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큰 오해를 바로잡자면 엄마는 이혼에 대한 거나 직장 스트레스등을 저한테 푸신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분들께서 어릴 때 딸이 관심을 제대로 못받았으니 베풀줄도 모르고 혼자 철든거라는 내용으로 비판하셨는데 그말씀이 마냥 틀린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까지 외로워하고 힘들어하며 자란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때의 전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엄마가 늦게오길 바란 철없는 자식이었습니다ㅋㅋ...
저는 어릴 때부터 병원에 혼자 가는 편이었지만. 주변에서 친구들이 병원에 부모님과 함께가는 것도 보이고 병원 대기실에서도 제 또래의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왔으니 이게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저는 그걸 보고 '왜 우리 엄마는 나랑 안 와주지?' 라고 생각하기보단 오히려 '난 혼자서도 병원 간다.' 라는 사실에 좀 뿌듯해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혼자 병원에 갈 정도로 어른스럽다.' 라는 우월감이 기분 좋았던거 같아요. 다른 애들과 다르다는 사실에 기죽기보다 우월감을 느낀 걸 보면 은근히 관종끼가 있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그 기분 때문에 오히려 병원은 혼자 가는 게 더 좋았고요.
12살 깁스 일은 사실 잘 생각이 안 납니다. 어릴 때 넘어져서 깁스를 한 건 기억나는데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안 나네요. 그 무렵에 들고다니던 카드는 엄마가 저한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사먹으라면서 주신거라 병원도 그 카드로 계산했던 거 같아요.하지만 서러웠던 기억은 없는걸 보니 제게 큰 상처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픈 사람에게 신경을 안 써준다. 본인이 아픈 것도 말을 안 한다.' 이 문제는 솔직히 제 타고난 성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원글에도 적혀있듯이 제가 mbti가 T고 98%였거든요. 아픈거 징징거려봤자 몸이 낫는 것도 아니고. 가족한테 말해도 가족이 낫게해줄 것도 아닌데 그럼 그냥 약먹고 병원가고 알아서 처리하면 되는문제 아닌가? 라는 입장이에요.그리고 전 아플 때 받는 관심이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닐때 보건실도 잘 안 갔어요. 보건실에 갔다가 교실에 들어가면 애들 시선이 한번에 확 쏠리잖아요? 그게 좀 부끄러웠어요. 조퇴할 때 가방싸도 애들이 쳐다보니까 그게 싫었습니다 ㅎㅎ... 



댓글로 따끔하게 말씀해주신 분들의 마음도 이해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얼굴 한번 본적없는 아이의 서러움에 공감해주시는 걸 보니 분명 마음 따뜻한 분들이라 생각해요.만약 엄마가 그렇게까지 바쁘지 않았다면 어쩌면 제 저런 성향도 다르게 자랐을지도 모릅니다. 좀 더 다정하고 응석부리는 딸이 될 가능성도 있을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반대로 제멋대로에 불량스러운 딸로 자랐을 수도 있고요.
어릴땐 서러웠지만 지금은 그 기억을 잊어버린 걸수도 있고 아니면 제가 스스로 알지 못하는 마음속에 슬픈 감정이 남아있을 수도 있겠죠. 제가 컴퓨터 게임을 좋아했다는 것도 혼자 병원에 가며 뿌듯해했다는 것도 누군가의 입장에선 외로움을 커버치려는 자기 방어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제겐 서러웠던 기억이나 엄마가 밉다는 생각은 없어요. 언젠가 서러워진다면 그땐 엄마랑 맥주 한잔 하면서 풀어보겠습니다 ㅎㅎ 과거 환경이 달라졌다면 저도 다르게 자랐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미 저는 성인으로 자랐고 저는 제가 서러움속에서 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한테 화풀이라던가 압박을 줬다는 식으로 엄마가 너무 욕먹는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바로잡고자 쓴 글인데 어쩌다보니 끝맺음이 애매하게 되었네요.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요즘 날씨가 덥고 비가 많이 오던데 다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ㅎㅎ!


추천수30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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