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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는 않지만 종종 전화로 안부를 묻고 지내는 친구가 있다. 그러나 젊었을 때와는 달리 잘 지내냐 이 한마디 이후엔 딱히 나눌만한 대화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 부동산이나 각종 치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그렇고 뻔히 사정 다 아는 자식 이야기도 그렇고, 연락 다 끊긴 동창들 소식도 물어봐야 모른다는 대답 뿐이고.
그러다 보니 이 친구, 정치 이야기를 꺼낸다. 소시적엔 강력한 야당 성향이었지만 나이가 들어가가 아니라 본인의 이익에 따라 여당도 했다 야당도 했다 지 꼴리는 대로다. 그러나 그 속에 자리 잡은 건 빨갱이, 공산당 혐오인데 내가 보기엔 이게 과연 이 시대에 맞는 이야기인가 싶지만 그래도 척 하고 꺼내는 이야기를 정면으로 반박하긴 그렇고 해서 받아주긴 받아준다만.
그러다가 갑자기 든 생각이 이 친구가, 아니 내가 과연 정치 이야기를 거쳐 나라 걱정으로 이어지며 나이 어린 세대들은 호통치고 훈육할 자격이 있나 싶다. 나야 그래도 인터넷으로 먹고 사는 입장이다 보니 느리긴 해도 어느 정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신은 해가지만 이 친구는 전혀 아니다. SNS가 뭔지, 인공 지능이 뭔지, 자율 주행은 100년 후에나 가낭하다는 헛소리에 은행 송금은 AMT에서만 가능한 친구다. 아. 그건 알더라. 코인하고 FX. 그래서 몇백 날리긴 했나 본데 ㅎㅎ 미치긋다.
그리고 보니 나와 거래하는 또래 사장들 중에 아직도 폰뱅킹을 하는 이가 많고 나머지 중 상당 수는 이 친구처럼 ATM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거나 훈육을 자청할 때는 적어도 교육의 대상보다는 나은 수준이어야 맞지 않나? 그런데 기성 시대, 나이로 커트라인을 정하면 50대부터 과연 지금 어린 세대나 청년들에게 뭘 훈육하고 조언을 할 수 있겠나 싶다. 물론 인간 관계라든지 조직 속에서의 포지셔닝 등등 다소 추상적인 부분에선 경험이 어느 정도 중요하겠지만 나의 경우에 비춰봤을 땐 만만찮다.
왜냐? 이미 우린 은퇴의 시기에 접어 들었고 현역들은 우리와는 많이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인데 정녕 우리 시대에나 통하던 경험담들이 유효할지는 의문이거든.
농경 시대나 산업화 초.중기, 즉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 이후 해방된 우리 사회에선 오래 전부터 지켜온 미풍양속이라든지 하는 사회적 통념들이 변치 않고 굳건하게 자리잡아 있었고 무엇보다 물리적인 환경의 급속한 변화가 없었다. 농사를 예로 들자면 노인들의 지난 세월이 곧 금언이었지만 이렇게나 변덕스러운 날씨에는 통하지도 않고 이젠 우린 더이상 농경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이라 너도 나도 어벙벙해지는데 과거의 시간 속에 머물고 있는 자들이 급격한 변화 속에서 세대 차이도 아닌 1년의 나이 차이로 생각이 바뀌는 세대들에게 조언을 한다? 이건 좀 아니지 싶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공산당, 멸공, 빨갱이, 좌파, 반미, 전라도/경상도 나누기 등등 박정희나 전두환 시대에서나 유효했던 사고 방식을 가진 이들이 후대를 훈육한다? 이런 생각들이 투영된다면 애들 세대가 행복해지는가? 한마디로 언어도단이고 시대착오적인 생각들이다.
그래서 난 노인들은 이제 정치에서 빠져줘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파고다 공원에 모여들었던 노인들이다. 이제 구청에서 단속을 하고 장기판을 다 치워 버리니 우린 어딜 가냐고 하소연인데 놀 거리가 고작 흘러간 시간 속의 추억을, 마치 홍등가의 퇴기 화장질한 양 적당히 구라와 허풍으로 장식해서 니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하거나 천원 짜리 내기 장기라면 문제가 아닌가.
그리고 저렇게들 모여서 딱 자기들끼리 놀면 다행이지만 정치 집단화되어 성조기 들고 내가 지지하는 정치꾼들의 앞잽이가 되어 일당 받으며 거리를 점령한다면 이건 사회적 폐악이라고 본다.
노인들은, 이젠 뒤로 물러나서 애들이 하는대로 내비두기 바란다. 그리고 정치 이야기는 우리끼리만 하고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란 걸 언제나 깨달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