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지인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대신 전하려 합니다.
지인은 시골 산 속 작은 보호소까지 찾아 다니며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유기동물 봉사를 해온 분이에요.
그런데 얼마 전, 그 열정적이던 분이 “봉사 활동을 그만둔다”고 말해 깜짝 놀랐습니다.
조심스레 꺼낸 속 얘기를 들어보니 같은 반려인으로서 화가 나고 마음이 착잡하더군요.
이 얘기를 하는 게 맞나, 괜히 2차 가해만 만드는게 아닐까 며칠을 고민했지만, 알릴 건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인의 동의를 얻어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지인이 봉사활동을 그만두겠다 결심한 이유는 동물을 학대하고 버리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동물보호단체의 무분별한 폭로와 혐오 조장 때문입니다.
지인은 8년 동안 전국 여러 보호소에 함께 치료 봉사를 한 수의사님이 계셨는데, 그 수의사님이 내돈내산으로 장만한 이동 병원 버스를 타고 여러 사람들과 같이 봉사를 다녔다고 해요.
그 수의사님도 지인 만큼 봉사에 열정적이라, 대부분 수의사들이 꺼리는 보호소 지정 병원도 꾸준히 해오셨다고 합니다.
다른 수의사들이 유기동물 보호소와 엮이지 않으려는 이유는 치료 비용도 많이 들고, 현실적인 영업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동물이 자칫 잘못되면 의료 과실이나 실험으로 오해를 받거나 비난과 공격을 받기 일쑤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수의사님은 동물병원과 동물실험 회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더 동물보호단체의 타깃이 됐던 겁니다.
문제의 동물보호단체는 제보(?)에 대해 (충분히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지만)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수의사님과 회사를 ‘폭로 소재’로 활용했고, 언론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분노와 혐오의 확산 속도는 동물에 대한 진심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그리고 개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저주와 욕설, 비방의 말들이 쏟아졌습니다.
수의사님과 회사는 잔인하고 파렴치한 ‘동물 학대자’ 낙인이 붙었고, 열심히 아픈 아이들을 돌보던 병원 앞엔 계란 세례가 날아들었습니다. 동물 실험 관련한 프로젝트와 과제는 대부분 계약 해지되거나 취소되었습니다.
수의사님은 동물보호단체가 제기한 의혹 중 책임질 부분은 모두 해당 관청에 소명하고 벌금을 치렀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오랫동안 이어온 봉사와 보호소 지원을 모두 중단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물보호단체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란 걸 알고 있는 다른 봉사자들도 모두 저주와 비난, 욕설이 난무하는 댓글에 정신적인 충격과 상처를 입은 상태라고 합니다.
결정적으로 지인도 봉사를 포기할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그 동물보호단체 대표와 통화 내용 때문입니다.
“몇 년 전에도 이 단체의 고발 때문에 수 백 마리의 유기견이 안락사된 적이 있었고, 이번에도 결국 피해를 보는 건 버림받고 아픈 아이들”이라는 지인의 말에 이 동물보호단체의 대표의 대답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난 관심 없어요.”
아무런 감정 없이 뱉은 말했다고 합니다.
그 짧은 한 마디에 지인은 큰 충격을 받았고, 진짜 사람이 무섭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런 시민단체의 후원금 목적의 비윤리적 행태를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라고 부르고 철저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자극적인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분노와 혐오를 정의라고 착각하게 만든 후 후원금을 모금하는 행위를 엄금하고 있죠.
이 동물보호단체는 계속해서 이 수의사님과 동물실험 회사를 물고 늘어지며 악마화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반려인인 제 눈에도 후원금 팔이를 목적으로 하는 ‘빈곤 포르노’로 밖에 안 보입니다.
전혀 관계없는 사실과 사실을 악의적으로 연결해 없는 사실을 만들거나, 아예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조회수 장사하는 언론에 의도적으로 유포하면서 말이죠.
서론이 길었지만, 이 동물보호단체의 행태를 공유합니다.
보시고 판단해보세요. 공익을 위한 폭로인지, 후원금 목적의 천박한 빈곤 포르노인지.
첫번째 폭로는 수의사님이 유기동물보호소에 실험용 돼지 사체를 공급했고, 이 고기를 먹고 유기견들이 죽었다는 주장입니다.
이 단체는 고기에 어떤 약물과 세균이 있는지 모른다고 주장했지만, 한 번도 사실확인 문의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 연구는 사람의 심정지 후 저체온 치료가 장기 손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입니다. 돼지의 심정지와 CPR을 반복하는 실험으로 병균이나 약물이 일체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의료용폐기물이라 부르지만, 정육점 돼지고기와 다를 게 없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이 돼지 사체는 의료폐기물로 폐기해야 하지만(비용은 무료라고 합니다) 보호소에서 아이들에게 급여하는 사료가 최저가 수준인 걸 알고 있던 수의사님은 보호소장에게 이 고기를 공급받겠냐고 제안했고, 보호소장의 수락을 받아 2년간 공급을 했답니다.
수의사님은 돼지 사체를 해체하고 해동 후 보호소에 보냈고, 한 솥 끓여낸 돼지고기는 영양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특식이었을 건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MBC 방송에서 ‘돼지 고기를 먹고 폐사했다’는 개체의 사망 원인으로 특정한 ‘클로스트리디움’은 이름이 거창하지만, 장내 기생하는 원충성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일반적인 개의 장에 있는 기생충입니다. 돼지고기 때문에 발병한 것이 아닙니다. 개체 치료를 받으면 문제 없는 질환이지만, 보호소의 특성상 세심한 관리가 되지 않아 사망한 사례를 돼지 고기와 연결해 사람을 악마로 만든 거죠. 어려운 용어를 써서 마치 큰 일인 것처럼요.
물론 의료폐기물 처리법(?)을 위반한 것이지만, 이 또한 솔직히 반려인이라면 감정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고발로 수의사님은 도청에서 조사를 받았고, 해당하는 과태료를 납부했습니다.
하지만 마치 일부러 동물들에게 폐기물을 먹여 죽게 했다는 프레임을 씌워, 본인이 한 일의 수준보다 수천배, 수만배의 저주와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두 번째는 폭로는 실험 비글의 비참한 실험과 현실에 대한 주장입니다.
이 동물실험단체는 수의사님이 운영하는 동물실험 회사에서 키우고 있는 비글들을 ‘음침하고 더럽고 구더기가 기어 다니는 곳에 방치했고 피가 흥건한 모습이 처참했다’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이 비참한 사진들은 수의사님의 비글이 아닙니다. 동물용 의약품 개발사가 한 대학의 연구실에 맡긴 비글들이었지만, 마치 수의사님 회사 비글들인 것처럼 오해하도록 악의적으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지인은 동료 봉사자들과 같이 2021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병원 휴업일에 방문해 청소와 미용, 산책 등 실험 비글을 관리하면서 감시 아닌 감시를 해왔지만, 장소도 다르고 저런 환경과 비참한 모습은 본 적이 없으며, 사진 속의 삐쩍 마른 아이는 여기 아이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지인이 봉사할 때 찍은 수의사님의 실험 비글들입니다. 모두 쾌적한 환경에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 동물실험 회사에서는 불가역적인(회복 불가능한 치명적인) 실험은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동물실험이라고 하면 무턱대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악마화하는 흑백논리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사람과 동물이 지금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의료 혜택과 서비스를 부정하는 셈이니까요.
솔직히 저 같은 반려인에게 동물 실험은 불편한 현실이지만, 오랫동안 질병 연구와 치료법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백신, 항생제, 치료제는 모두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공론화가 필요하다면 것은 ‘동물실험 폐지’가 아니라 ‘윤리적이고 대체 가능한 방식’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폭로는 보호소의 유기견 세 마리를 치료해 입양해주겠다고 속여 데려간 후 안락사 시켜 해부 실습에 사용했다는 주장입니다. 이 또한 악의적인 거짓입니다.
지인에 따르면 봉사를 마치고 버스를 타는데 보호소 직원이 아픈 아이들을 데려가 치료해달라고 애원하듯이 부탁해 거절 못하고 데려온 것이라고 합니다. 이 동물보호단체는 마치 수의사님이 건강한 아이들을 거짓말로 속여 데려와 안락사해서 실습한 것처럼 표현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데려온 아이들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유선종양이 발견된 아이는 종양 절제 수술과 암컷 중성화 수술을 했지만 회복 과정에서 사망했고, 뒷다리 보행 장애가 있던 아이는 CT촬영까지 해서 선천성 대퇴골두괴사증을 발견해 수술과 치료를 검토했지만, 의료진과 방문객을 공격하는 행동 문제가 있고, 보호소는 나몰라라 해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아이는 발견 당시 나무와 천으로 엉성하게 부목이 되어 있었고 검사해 보니 오래된 골절로 판명되어 3회에 걸쳐 대수술을 진행했으나, 장기간 방치된 골절이 회복이 안 되고 염증 문제가 계속 발생해 절단 후 병원 직원이 입양하였죠.
당연히 수술비와 치료비는 무료였습니다. 종양수술과 관절수술, CT촬영 비용은 동물병원에서 내원해본 분들은 대략 아실 겁니다. 데려가서 안락사해 실습할 아이들한테 그렇게 큰 비용과 에너지, 시간을 들이지는 않겠죠.
보호소 직원은 아이들을 보낸 후 연락도 없다가 폭로가 나오자 그때서야 아이들 근황을 물어보고 방송에서 마치 수의사님이 자신을 속여 건강한 아이들을 데려와 죽여서 실습한 것처럼 인터뷰해 수의사님과 봉사자들에게 더 큰 상처와 충격을 주었습니다.
구조되어 병원에 도착한 아이들 중 수술 치료하면서 사망한 아이와 수술 예후 문제와 공격성으로 안락사된 아이들의 일부 사체는 수의사들의 외과 실습에 사용된 건 사실이랍니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들도 모두 시신으로 실습을 하는 것처럼, 수의사도 시신으로 하는 실습이 필요하지만, 수련을 위한 실습 사체를 합법적으로 얻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결국 수백만원의 실험동물을 구입해 안락사 후 실습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의대생과 수의사들의 해부 및 수술 실습을 제대로 못하면, 이는 오히려 동물병원 의료서비스 저하로 연결되고요.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매년 5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보호소에서 안락사된다고 해요. 그 중 일부를 철저한 관리하에 수의사 교육과 실습에 활용할 수 있다면 의료 서비스의 질도 높아지고 멀쩡한 실험견을 추가로 죽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이런 문제점 개선을 위해 안락사된 유기동물 사체의 수의학 교육 기증 허용에 관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랍니다.
수의사님은 실습한 부분에 대해서 충분한 소명을 했고, 법적인 처분도 받은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서도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욕설과 혐오의 말들을 들어야 했고, 가족들도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네요.
이밖에도 이 동물보호단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들엔 온통 처참한 사진들이고, 혐오의 말들로 가득합니다. 위에 내용은 그나마 일부라도 사실이 포함되어 있지만, 최근에 올라온 게시물들의 대부분은 사실도 아니라고 하네요.
일부 동물 관련 기업들은 관리 차원에서 이 동물보호단체에 큰 지원금을 후원한다는 얘기도 있다는데, 수의사님 케이스가 기업 영업을 위한 보여주기식 본보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저도 누구보다 사랑하는 소중한 털뭉치 친구들을 키우고 있지만, 동물을 앞세워 ‘혐오’를 강요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동물권 개선에 필요한 건 혐오와 분노가 아니라 연대와 신뢰입니다.
저는 이 글이 특정 단체를 비난하기 위한 글이 되길 원치 않습니다.
다만, 선한 마음으로 봉사하던 사람들이 더 이상 상처받고 등돌리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우리 사회가 ‘선의의 연대’를 다시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권 운동에도 구체적인 윤리 규정과 자체적인 검열 장치, 자정을 위한 민간 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길고 두서 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