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우나 십년 단골임
오늘 탕에서 나와서 슬리퍼 신으려는데 한짝이 없어
아무리 둘러봐도 없어
결국 남의 슬리퍼 짝짝이로 끌고 카운터 가서 말함
근데 저쪽에서 어떤 아저씨가 내 슬리퍼 신고 음료수 뽑아먹고 있는거임
색깔 모양 딱 봐도 내거야
가서 그거 제 신발 같다고 했더니
이 아저씨가 발을 슥 보더니
"어 그러네" 하고 끝임
어 그러네;;
미안하단 말도 없어
자기 발에서 벗어주면서 표정 하나 안 바뀜
남의 발에 들어갔던 슬리퍼 다시 신는 내 기분은 생각도 안하지
탕 안에서 그렇게 점잖게 인사하던 사람들이
신발 앞에서는 다 야생이 됨
사우나라는 데가 원래 그런 곳인가봐
오늘 집 와서 슬리퍼 안쪽에 매직으로 이름 박아놓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