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토요일 큰엄마 환갑이야 다 모인데
작년 설부터 안 본 사촌들이 다 옴
사촌언니는 작년에 결혼했고 사촌오빠는 대기업 5년차고
나만 무직이야 솔직히
엄마가 옷이라도 사입고 가자고 어제 백화점 데리고 갔는데
나는 그게 더 가기 싫더라
옷을 잘 차려입은 무직이 더 측은한 거잖아 그게
계산대 앞에서 엄마가 카드 내미는걸 보는데 마음이 진짜 그랬어
근데 더 무서운건 큰엄마 화법이야
큰엄마는 절대 직접 안 물어봐 항상 옆구리 찌르는 식으로 말함
"우리 혜진이는 요즘도 책 많이 본다며" 이런 식으로
다 알고 묻는거지 무직이라는걸
친척 누구는 뭐하고 누구는 뭐하고 그런 얘기 한바퀴 돌면
자연스럽게 나한테로 오는거야 매번
"혜진아 너는 요즘은 좀 자리 잡았어?"
안 가도 되는 자리는 아닌데
그게 더 큰 일이 될거 같아 안가면
엄마는 내 옆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사촌언니는 임신했다는 얘기를 그날 한다고 함
그날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로 버텨야할지
혹시 이런 자리 잘 넘긴 사람 있어
무직 5년차한테 어떤 자세가 그나마 덜 비참한지 알고싶어
진심으로 묻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