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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다르게 살아보려 했을 뿐이야

ㅇㅇ |2026.06.04 09:49
조회 29 |추천 0
한심하고 저능하고 벌레같은 인생을 바꿔보고 싶어서 오늘은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려고 했을 뿐이야
읽을 책도 미리 골라놓고 준비도 다 끝냈는데 도서 대출증이 안보이더라
원래 내가 찾는 물건이 안보이면 신경질이 나는 편인데
침착하게 대출증 대용 어플도 깔아봤지만 어릴때 엄마가 만들어준 대출증이라 로그인할 수도 없더라고
그때부터 조금 짜증이 났어
엄마한테 모바일 대출증 캡쳐본을 받고, 조금만 더 쉬다 나가려고 폰을 보는데 요즘 다들 내 디엠 안읽는게 유행인거 같더라..
이땐 조금 슬퍼졌어
잠시 후에 몇시간 내로 뇌우가 쏟아질거라는 알림이 오더라
빨리 다녀오지 않으면 비를 맞을거 같아서 나가려고 옷을 입으려는데
브래지어가 한개도 없더라? 분명 집에 5개쯤 있을텐데
아무리 방과 거실을 전부 뒤져도 단 한개도 안보이는거야
대출증에 이어 찾는 물건이 또 안보인다는 사실과 방금 전까지 느낀 공허감과 우울감 때문인지 화가 치밀었어
엄마한테 전화해봐도 모른다고 하고... 옷장과 서랍을 뒤집어 엎어도 코빼기도 안보이니 정말 답답해 죽겠는거야
화가 나서 서랍을 온힘을 다해 세게 발로 차 닫았는데,
진짜 전혀 예상치 못하게 서랍이 부서져 버리더라
너무 당황했어 너네가 화가 나서 폰을 조금 세게 엎어놨는데 액정이 다 깨져버렸더고 생각해봐
그냥 막 울음이 나오더라 너무 당황스럽기도 하고
전셋집에 딸린 서랍이라 다 물어주고 나가야 하는데...
우리집 동생도 정신병이라 문이란 문은 다 박살내서 그것도 돈 엄청깨질텐데 서랍은 또 어떡해. 아빠가 너무 불쌍했고
그냥 부서진 서랍을 보니 너무 비참하고 서럽고...
내가 너무 한심했어
그냥 난 오늘부터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데 마침 대출증이 안보였고, 친구들이 며칠째 내 디엠에 답장을 하지 않았고, 거기다 한시가 급한데 속옷까지 안보였을 뿐이야
사실 어찌보면 그닥 큰 일도 화날 일도 아닌데...
부서진 서랍을 보고 나니까 모든 의욕이 전부 사라지더라
되는 일이 없다는 게 이런걸까
그런데 사실 그렇게 심각한 일들이 벌어진 건 아니잖아
이런 자잘한 일들에 이렇게까지도 무너질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이 모양 이 꼴로 살고있는게 아닐까 나는
난 정말 한심한 인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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