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첫 해에는 이게 다 이런 줄 알았음
처음에는 명절에만 시댁 모임이 있는 줄 알았는데 한 달에 두세 번씩 연락이 왔음
"이번 주말에 다 모여서 밥 한번 먹자"
"어머니 이번 주는 남편이 주말 근무가 있어서요"
"그럼 토요일 점심이라도 잠깐 얼굴만 보면 되잖아"
"...알겠어요 얘기해볼게요"
이런 연락이 명절도 생일도 아닌 평범한 주말에 계속 왔음
결혼 초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시댁이 원래 그런 집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맞춰갔음
두 번에 한 번 정도는 못 간다고 하면 또 다른 날로 잡자고 연락이 왔음
거절하면 거절한 게 끝이 아니라 새로운 날짜를 잡는 식이었음
근데 한 번은 진짜 황당한 일이 있었음
그날 오전에 시어머니한테 갑자기 문자가 왔음
"오늘 저녁에 다 같이 먹자 이미 준비해뒀어"
근데 그날 오래 전부터 잡아놓은 친구 약속이 있었음
대학 동기를 한 달 전에 잡아놓은 약속이었음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그냥 가면 안 돼 오늘?"
"나 오늘 약속 있잖아 미리 잡아놓은 거라고"
"약속 미뤄"
"그게 쉽게 미룰 수 있는 약속이 아닌데"
"엄마가 이미 준비해놨다는데"
"그건 미리 얘기했어야 하는 거잖아 당일에 갑자기 문자 보내는 게 말이 돼?"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냥 가야지"
이 대화를 실제로 했음
결국 친구 약속 미루고 시댁 가서 밥 먹고 왔음
친구한테는 급한 일이 생겼다고 했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뭔가 계속 쌓이는 느낌이 있었음
미안하고 찜찜하고 한편으로 화나는 감정이 같이 있었음
그 뒤로도 이런 일이 몇 번 더 있었음
그때마다 내 일정이 뒤로 밀리고 내가 맞춰가는 패턴이 반복됐음
한 번은 남편한테 이 방식이 힘들다고 말을 꺼냈는데
"그게 뭐가 힘들어?"
"갑자기 당일에 불러서 무조건 가야 하는 게 힘들다고"
"우리 집이 원래 그래"
"나는 그 규칙을 모르는데"
"결혼했으면 알아야지"
결혼했으면 알아야지라는 말이 제일 세게 남았음
내 일정이 예고도 없이 없어져야 하는 게 정상인 것처럼 말하는 논리가
솔직히 그때부터 뭔가 제대로 틀어지기 시작한 것 같음
그게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되다보니까
남편한테 뭔가를 얘기하는 게 점점 무의미하게 느껴졌음
얘기해봤자 우리 집이 원래 그래 라는 답이 나올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 그 시절 기억이 가끔 올라와서 씀
당일 통보로 가족 모임 소집하는 거 이게 정상인 가정도 있는 건지
이게 아니라는 게 맞는 건지 비슷한 경험 있는 분들 얘기가 듣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