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스물아홉살인 여성입니다.
지방 소도시도 아닌 면읍리 지방에 살고, 부모님 집에서 부모님께 생활비 80만원 언니 용돈 20만원 드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 때 부모님이 가고 싶은 대학을 결사반대 해서 안 갔는데요. 그러다보니 부모님의 권유으로 언니가 다니는 지방대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의욕이 안 난다는 핑계로 학교를 다니는 내내 놀아 처참한 학점으로 졸업했습니다.
전공과 영 관계없는 자격증을 아버지가 따라고 권하셔서 땄는데, 그 덕에 어머니 친구가 부장님으로 계신 5인이상 10인이하 중소기업에 입사했습니다.
평생 이렇게 살겠거니 하다가 갑자기 정신이 들었고 미래를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어쩌면 그냥 회사가 저랑 너무 안 맞아서 그런 걸수도 있습니다.
회사에 또래도 없고 달에 3주 정도는 야근을 합니다. 현재 업종이 그다지 적성에 맞지 않은 것도 있고 봉급 자체도 높은 편은 아닙니다 (4년차인데 올해에야 최저시급 달성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공기업 지원을 고려하게 되었는데요. 간만에 공부를 하려니까 머리가 굳어서 많이 어려웠지만 제미나이와 유튜브의 도움을 받아 지난 1년 간 어찌저찌 자격증을 3개 땄고 제가 영포자라서 영어공부를 하면서 한국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원하려는 곳은 인기가 많고 사무직이라 경쟁이 거의 30:1정도 되긴 합니다. 자소서에도 사실 쓸 게 없고 NCS 시험도 준비할 걸 생각하면 갈 길이 멉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라 재미있더라고요. 진작 좀 공부해서 좋은 학점 좀 받을 걸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부모님이 제 이직 준비를 결사 반대하십니다.
오해를 하실까봐 미리 말씀 드리자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입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그만둘 생각도 없고, 집에서 언니가 아직 취업을 못했다 보니까 저까지 백수가 되면 집에 돈을 버는 사람이 환갑 넘은 아버지 뿐이시거든요. 두분은 노후준비도 안 되어 계시고요. NCS 시험에서 고득점이 확실해서 면접만 잘 하면 되는데 거기서 떨어지고 그런 게 아니면 저는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부모님께서는 그냥 나이 서른 다 돼가지고 어딜 가려고 그러냐 그냥 여기서 살아라, 네가 혼자서 뭘 할 줄 아는 게 있다고 그러시냐 하면서 제게 너무 늦었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반대만 하시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방해하십니다.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면 방으로 들어와서 감시하신답시고 뒤에서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고 보신다거나, 제가 집에 와서 공부를 시작하면 청소를 하기 시작하신다거나(저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면 밤 9시~10시정도 됩니다. 직장에서 집이 가까워요), 문을 잠그면 문을 쾅쾅 두드리다가 젓가락으로 따고 들어와서 왜 잠그냐고 다그치시거나, 제 방에 들어와서 침대에서 담배를 피면서 인생 이야기를 하신다거나 그런 식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공부하는 걸 싫어하시나? 싶어서 최근에는 아예 독서실을 등록했는데요, 독서실에 가는 걸 너무 싫어하십니다. 원래 안 그러시더니 회사 끝나면 언제 오냐고 게속 전화하시고, 친구분 통해서 제 야근 여부 체크하시고, 여자애가 밤늦게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구글 나의 폰 찾기로 소리를 시끄럽게 트신다거나, 그래서 폰을 꺼두면 아예 독서실로 찾아와서 문앞에서 기다리신다거나 하십니다.
자주 말씀하십니다. 네가 그럴 수 있었으면 대학생 때 됐지 지금와서 뭘 하냐고. 그 나이는 너무 늦었다, 그냥 지금 하는 거 하기 싫은 게 뻔하니 계속 다니라고요. 그런데 또 제가 부모님을 너무 나쁘게 말한 거 같아서 정정하자면 부모님이 그렇게 나쁜 분은 아니십니다. 대학시절에 학비도 많이 지원해 주셨고 대학 다닐 땐 자취방도 부모님이 내주셨습니다.
지금 당장 생각해보면 제가 앞으로도 준비 열심히 해도 빠르면 30살 하반기, 늦으면 30 초중반까지도 갈 것 같은데 그러면 지금 직장에서도 연차가 쌓였을거고, 늦은 나이인거 같긴 하단 생각이 듭니다. 공기업이 경력 인정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분야도 전혀 다릅니다) 그 나이에 신입 시작이 될테니까요.
저는 너무 늦게 시작한걸까요?
추가)
생활비랑 언니 용돈 이야기가 많아서 추가로 적어요.
저도 아깝다고는 생각하는데 자꾸 돈이 없다고 회사로 찾아오거나 제 신용카드를 저 잘 때 훔쳐가거나 해서 그냥 고정적으로 주고 있었어요. 부모님도 언니도 어릴 때부터 많이 엄하셨다 보니까 언성 높이시거나 손만 드셔도 좀 위축되어서, 이런 말이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지고 들어가는? 게 있긴 한 것 같아요.
변명을 하자면, 독립을 한 번 했다가 다시 집으로 끌려오고 가족불화로 사는 게 좀 많이 고달팠어서 선택지를 미뤄뒀었어요. 집과 직장 구성원이 너무 가까워서 이직하지 않는 한 독립이 빡세더라고요. 그런데 제 직종은 일자리가 정말 없거나 5인이하 기업만 조금 있는 수준이고, 저는 심지어 학창시절을 놀면서 보내서 다른 업종을 가기가 많이 어려웠어요. (이 글을 읽는 학생 분이 계시다면 꼭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저처럼 살지 마시길...) 작년에 이직 결심하고 이력서를 좀 먼 지역으로 백장 단위로 많이 넣었는데, 마음대로 되진 않더라고요. 사실 공기업 이직희망도 어느정도는 기존 스펙 블라인드 처리와, 집근처에서 출근할만한 지역에는 제 목표기업 지사가 없어서이기도 해요.ㅋㅋ
조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좋은 말을 과분히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구구절절해서 불편히 만들지는 않았나 염려 되네요.
시간들여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신 게 헛되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