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분리수거를 왜 해야할까 썼던 글쓴이입니다.

ㅇㅇ |2026.08.11 23:14
조회 34,334 |추천 9
퇴근하고 보니 실시간 베스트에다가 댓글은 100여개가 달렸네요. 
제가 봐도 구구절절, 더럽게 노잼으로 쓴 글인데 누가 읽어줄까 했습니다만, 
많은 인내심 깊은 분들이 읽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 읽어보았습니다.

일단 제목에 건 것과 같이 분리수거 문제는 사람마다 나뉘네요. 
그냥 좀 넘어가라 / 그것도 못하는 놈과 살지마라 / 내 남편도 그렇다

음쓰처리기를 사라는 분도 계셨는데, 저 신랑한테 한 달에 한 번 청소기 돌리라고 시킬까말까였거든요? 
그마저도 원래 가지고 있던(시어머니께 받은) 청소기가 너무 무거워서 청소하기 힘들다고 해서 로봇청소기에 무선스탠드청소기까지 사줬습니다.
그 결과, 신랑이 새로 산 청소기들을 쓰는 건 못 봤고, 새로 산 청소기들 관리만 제 몫이 되었습니다.
오수통 비우는 걸 깜박하고 일 때문에 2주 나갔다가 오니 이 여름에 오수통 안에서 썩은 내가 나더라고요.
음쓰처리기 고민 많이했었는데, 그 것 관리도 제 일이 될게 뻔해서 그냥 안삽니다.

그리고 구구절절 길어진 것은 분리수거 외에도 불만스러운게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해주신 분들이 계시던데, 맞습니다. 꿰뚫어보셨습니다.

조개 뿐만아니라, 나 아프다고할 때나 유리 깼을 땐 아무렇지 않다가 본인 유리 깼을 때에는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는 이유로 쎄게 말하는 것도 서러웠고,
늘 주방 쓰레기통 옆에 너저분히 있는 배달쓰레기봉투와 날파리도 짜증났습니다.
그 전 주에 이틀 붙어있을 때에도 하루종일 누워있는 것 외에 제 요구사항 들어준 것이라곤 몇 달만에 웨딩액자 걸어주는 게 다 였는데, 그것마저 삐뚤게 걸어놓고는 바르게 고쳐주지 않는 것도 기분 나빴고,
평일에 변기에 오줌튀어놨길래 샤워하면서 변기청소만 해달라고 했는데도 3일을 미루는게 화났습니다.

제 분노의 쟁점은 '왜 이 사람은 주도적으로 하지 않을까, 성의껏 하지 않을까, 시키면 짜증낼까?'였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말투도 상냥하지 못했겠죠.

말투 지적하신 분들이 꽤 계셨는데, 반성하는 마음으로 신랑에게 "퇴근 후 게임이나 TV의 방해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진지하게 대화하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어보았습니다.

관계 유지를 위해 신랑이 제게 요구한 것은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다.'였습니다.
저는 내가 왜 화를 낼까 고민해본 결과 맞벌이 하는데, 주말만 되면 신랑이 하루종일 누워만 있는게 보기 싫어서 그런 것 같다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신랑은 "휴일에 좀 쉴 수도 있지", 
저는 "집안일은 계속 생겨나지 않느냐",
"그러면 얘기를 해라", 
"얘기하면 짜증내지 않느냐."
이 때부터 신랑이 답답한지 짜증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고, 저는 몇가지 요청사항을 조심히 얘기했습니다. (진짜 말 곱게 했습니다.)

1. 평일에 먹은 배달음식 시켜먹는 건 괜찮은데, 쓰레기 정리 좀 제대로 해달라.
 → 평일에 일하고 오면 피곤한데, 너는 제깍제깍 치우는 편이냐하길래
     그래도 날파리가 새끼까고 번데기까지 되는 건 너무하지 않냐했더니
     그래도 음식물쓰레기는 바로바로 치우고 있다고 합니다.

2. 음식물 쓰레기는 바로 버리더라도 플라스틱 통을 안 씻으니 묻어있는 것에 벌레가 꼬이지 않느냐. 분리수거 해야하는 것은 씻어서 버려달라.
  → "그건 그럼 씻어서 버리는 쪽으로 고쳐볼게. 대신 제대로 안씻어졌다고 뭐라하지 마라.      말이라도 좋게 좋게 지금처럼 하던가."
      그래서 말 안 좋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했습니다.

3. 500ml생수병은 몰라도 1.25리터 음료나 2L 생수는 컵에 따라 마셔달라.
  → "입 안대고 마신다."
      "입 안대고 마신다하는데 주말에 집에가면 냉장고 근처 바닥이 끈적끈적할 때가 있어."
      "바닥에 흘리면 바로바로 닦는다. 뭐 흐른 것 같으면 내가 확인하면서 마실게."
      "애초에 컵에 따라서 마시면 좋을 것 같다."
      "알겠다. 너도 500ml 생수병 꺼내놓고 마시지마라.        냉장고에 넣던지 찬물이 싫으면 식탁에 올려두던지 해라.        소파나 침대근처에서 보이는 거 보기 싫다."
      "알겠어. 그 부분은 그렇게 할게."

4. 이번 달 안에 스케일링 받아달라   (결혼식 전에 치석때문에 더러워보여서 스케일링 받으라고 했는데 반년이 넘도록 쉬는 날 누워서 쉬느라 치과를 안 가서 요청한 것)
  → "기회되면, 시간 날 때 받지 뭐"
      "시간은 매주 월요일마다 있었다.        9월부터 더 바빠진다면서 미루지 말고 이번 달 안에 가 달라."
      이 부분은 제가 대신 예약해주고 같이 가주기로 했습니다.

그 뒤로는 조개얘기부터 서로 서운했던 부분들 얘기하고 넘어갔습니다.
신랑은 답답하면 짜증내는 성격이고, 짜증나면 제가 말하는 도중에 계속 자르는 편이라서더 길게 얘기하지 않고 거기서 최대한 사과할 부분 사과하고 넘어갈 부분 넘겼습니다.

댓글에 보면 누군가는 "집안일이 눈에 보이는 사람이 더 할 수도 있지"하고, 누군가는 "시녀병에 걸렸냐"고 합니다.
저도 제 마음에 안 들것 같으면 안시킵니다. 토요일은 제가 먼저 쉬니까 '내가 더 하면 되지 뭐' 하고 신랑 오기 전까지 청소 해둡니다. 공용욕실 변기청소 시킨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함께 쉬는 날마저 저 혼자 빨래 구분해가면서 여러 번 세탁기 돌리고, 여러 번 건조 된 빨래를 옮기는데, 제가 움직이는 게 눈에 보여도 설거지 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 건 정말 화가 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럼 네 빨래만 해라"하는데 주말마다 빨래하고 평일내내 집에 없는 제 빨래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습니까?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집에 오면 집에 쉰내가 나는데 찝찝한 빨래는 삶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제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신랑은 집안일을 저 혼자 하는 게 답답하면 본인 눈에는 안보여서 그런거니 말을 하라는데 
말 하면 미루다가 안하지 않느냐했더니 
일단은 알겠답니다.
일단은 위의 4개만 해보자고 합니다.

일단 이번엔 위의 4가지만 요구하고, 앞으로도 조율해가며 살아보려 합니다.
같은 문제로 다시 싸움이 발생할 시, 함께 이번 글을 보려고 합니다.
부부클리닉 얘기를 해주신 분들도 계셨는데, 가본 적 있습니다.
상담선생님께선 두 사람 사이에서 조율할 부분을 얘기하셨고,그게 못마땅했던 신랑이 내내 팔짱끼고 한숨을 쉬어댔습니다.
나오면서는 "저 사람은 우리를 처음 봤는데 뭘 안다고. 그냥 내가 더 참으면 되는 거 아니야" 라고해서 다시 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부부클리닉보다는 톡커님들의 쓴 소리가 더 나으려나 싶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저를 비롯한 개인의 의지겠지요.

늦은 나이에 한 결혼이니 만큼 어떻게든 잘 살아보고 싶습니다.


사이다결말은 아니지만, 따끔한 지적이나, 잘 조율해보라는 따뜻한 말씀 모두 감사합니다.
추천수9
반대수48
베플남자ㅇㅇ|2026.08.11 23:16
분리수거 하나가 아니네 팩트는 걍 너한테 다 떠넘기고 짜증만 내는 거잖아 뭐임 저게
베플ㅇㅇ|2026.08.12 07:42
이혼은 선택지에 없네. 불행해지기가 인생 목표에요?
베플ㅇㅇ|2026.08.12 04:33
지금 이혼하나 1년 뒤에 이혼하나 몇 년 더 살고 이혼하나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피임이나 잘해라 늦은 나이라고 덥썩 임신부터 하지 말고
베플ㅇㅇ|2026.08.12 00:29
아니야... 사이다를 원해서가 아니고 저거는 안돼요. 시간문제에요. 얼마나 쓰니가 더 견디냐의 문제인거지 저거는 개선되는 종류가 아닙니다. 어쨌든 힘내세요. 힘을 낼 방향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요.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