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서 미안해. 네가 나한테 마음을 준 적도 없는데
혼자 의미를 찾고, 혼자 기대하고, 혼자 서운해해서 미안해. 네가 웃으면서 건넨 말 하나를 하루 종일 생각하고 별뜻 없이 다정했던 순간을 몇 번이고 되짚어봤어.
혹시 너도 나를 조금은 좋아하는 게 아닐까. 그런 기대를 했다가도 네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무슨 자격으로 아쉬워하나 싶더라.
그래서 티 내지 않으려고 했어. 네가 부담스러울까 봐.
내 마음 때문에 우리 사이가 어색해질까 봐. 그런데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게 숨긴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더라.
너한테 연락이 오면 기분이 좋았고, 네가 힘들다고 하면 괜히 하루 종일 신경이 쓰였고, 좋은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네 생각이 났어. 나는 네게 아무것도 아닌 날에도
너는 내 하루에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했어. 그래서 가끔은 억울하기도 했어. 나는 이렇게까지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아무것도 모르고 잘 지내는 것 같아서. 그러다 문득 알았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네가 내 마음에 답해줘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그러니까 내가 바라는 건 하나야. 언젠가 내가 너를 좋아했다는 걸 알게 되더라도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뭘 잘못해서 내가 좋아하게 된 게 아니니까. 그냥 내가 너를 보면서 자꾸 마음이 갔고, 그러다 많이 좋아하게 됐어.
내가 선택한 마음이니까
끝까지 내 몫으로 가지고 있을게.
다만 조금 미안하다.
네가 허락한 적도 없는데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너와 참 많은 순간을 함께했거든.
좋아해서 미안해.
그리고,
좋아할 수 있어서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