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끝나고 와이프가 테스트기 두줄 보여주는데 손이 다 떨리더라구요
첫째가 중1 둘째가 초4인데 셋째라니요
솔직히 저는 좋았어요 넘 좋아서 그자리에서 와이프 끌어안고 웃었는데 와이프는 가만히 서있기만 하더라구요
나중에 들어보니 와이프는 사흘동안 혼자 고민하다가 저한테 보여준거였어요
와이프가 저보다 두살 많아서 마흔다섯이거든요
병원에서 검사 이것저것 해야된다 하고 본인은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걱정이 태산인데
저는 눈치도 없이 이번엔 아들이면 좋겠다 소리를 해버렸어요 딸만 둘이라서요
그말 하자마자 와이프 표정이 싹 굳더라구요
당신은 좋겠다 설레기만 하면 되니까 이러는데 할말이 없었어요
그래도 저는 진심으로 기쁜데 그걸 티내면 안되는 분위기가 되버렸어요
어제는 퇴근길에 아기 양말 파는거 보고 하나 사왔는데 차마 못꺼내고 차 글러브박스에 넣어놨어요ㅋㅋ
회사에서 신입 교육 일정 짜다가도 자꾸 예정일 계산하고 있고 육아휴직 규정도 몰래 찾아보고 있어요
와이프한테는 말 못했어요 또 혼자 신났다고 할까봐
처가에는 아직 말도 안했어요 장모님이 둘째때도 이제 그만 낳으라고 하셨던 분이라서요
추석에 처가 갔을때 와이프가 입덧인지 전 부치다 말고 화장실을 들락거렸는데 장모님이 체했냐고만 하시더라구요
그때 제가 괜히 옆에서 헛기침하고 난리였네요
첫째한테도 말해야되는데 중1이라 창피하다고 할거같고
둘째는 동생 생기면 좋아할거같은데 그것도 장담은 못하겠고요
회사 동기한테 슬쩍 얘기했더니 축하한다면서도 형수님 몸 괜찮으시냐고 먼저 묻더라구요
그 질문을 듣는데 순간 뜨끔했어요 저는 그 말을 와이프한테 아직 한번도 안했거든요
좋다 설렌다 아들이면 좋겠다 이런 말만 했지 몸은 괜찮냐는 말은 못했어요
그날 저녁에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와이프가 한참 쳐다보다가 이제야 묻냐고 웃더라구요
웃긴 웃었는데 좀 씁쓸한 웃음이었어요
와이프가 제일 걱정하는건 돈이랑 체력이에요
막내 대학 갈때 제 나이 계산해보니까 예순이 넘더라구요 저도 좀 놀랬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데 이게 남자라서 속편하게 생각하는건가 싶기도 하고요
오늘 아침에 와이프가 출근하면서 병원 다음주 화요일이야 한마디 하고 나갔어요
같이 가자는건지 그냥 알려준건지 몰라서 일단 연차는 내놨네요
글러브박스 양말은 언제쯤 꺼낼수 있을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