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넘어서 보험사랑 통화 끝내고 앉았습니다
오늘 아내가 또 접촉사고를 냈어요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고 상대 차 범퍼만 긁혔는데
이게 올해만 세 번째입니다
아내는 면허 딴 지 2년 됐어요
제가 운전 가르쳐줬고 처음엔 저도 같이 타면서 연습했어요
작년 봄에 회사 가까운 데로 이사하면서 제 차를 아내가 쓰고 저는 지하철 타기로 했고요
첫 번째는 마트 주차장에서 기둥 박은 거였어요
그때는 웃으면서 넘어갔습니다
누구나 한 번은 그런다고
두 번째는 지난 6월이었어요
애 학원 데려다주다 신호 바뀌는 거 못 보고 앞차를 박았어요
그때 보험료가 확 올랐고 저도 좀 화가 났지만 애가 뒤에 타고 있었다는 게 더 무서웠어요
오늘이 세 번째입니다
좁은 골목에서 후진하다가 지나가던 차를 긁었대요
아내 말로는 후방 카메라에 안 보였대요
집에 와서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당분간은 운전 쉬고 애 학원은 셔틀 알아보자고요
아내가 바로 표정이 굳더니
그럼 나보고 집에만 있으라는 거냐고, 당신은 처음부터 사고 한 번도 안 냈냐고 하더라고요
저도 초보 때 한 번 긁은 적 있어요
근데 1년에 세 번은 아니었거든요
그 말은 끝까지 차마 못 했습니다
아내는 차 없으면 진짜 아무것도 못 한대요
친정이 차로 40분 거리인데 버스로는 두 시간 걸리고
애 데리고 병원 가는 것도 마트 가는 것도 다 차가 있어야 한다고요
그건 저도 압니다
근데 제가 걱정하는 건 보험료가 아니에요
애가 뒷좌석에 앉아 있을 때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범퍼로 안 끝날 수도 있잖아요
그 얘기를 하니까 아내가 자기를 애 위험하게 하는 사람 취급한다고 울었어요
사실 아내가 운전할 때 옆에 타보면 불안한 장면이 꽤 있어요
차선 바꿀 때 사이드미러를 거의 안 보고 깜빡이도 바꾸면서 켜요
제가 한마디 하면 잔소리한다고 싫어해서 요즘은 아예 말을 안 했고요
그것도 지금 생각하면 제 잘못인 것 같습니다
장모님은 아내 편이에요 여자들은 원래 처음 몇 년은 그렇다고 하시면서
오늘도 전화로 별거 아닌 걸로 애 기죽이지 말라고 하셨어요
지금 아내는 애 방에서 같이 자고 있고 저는 거실에 있습니다
운전 연수를 다시 받게 하자니 자존심 상해할 거고
그냥 두자니 다음이 너무 무섭고요
운전 쉬라고 한 게 그렇게 심한 말이었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잘못 말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