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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세월 저 너머 당신 / 김영희 봄빛 서늘한 아침, 문득 빛살 같은 음(音) 하나에 시선이 끌려 바라본 당신이 떠난 빈 정원, 거기 정원의 나무마다 잎이 돋고 있다 표정없는 시선으로 흔들리며 남기(嵐氣)처럼 밀려오는 온갖 그리움들 바깥으로부터 자유로이 소용돌이쳐 그물처럼 얽힌 모음(母音)들에 이명(耳鳴)처럼 웅웅 거리는 별리의 동공 바래져 가는 우리 인연은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변종(變種)된 나무 하나에 아주 작은 움으로 다시 돋아나고 이제, 그대는 내 시선 닿지 않은 먼 곳에서 돌아보는 자욱자욱마다 생을 씻어내고 있을 것이다 그대는 거기서도 혼자일까, 여전히 내 눈먼 자의 떨리는 손으로 잎이 돋는 나무를 더듬는다 흐린 세월 너머 당신을 더듬듯, 내 슬픔 그리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