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을 즐기는 30대 직장인입니다.
매일 재밌는 글 읽다가 어느 톡커님의 글을 보다 문득 제 친구의 알바생이 생각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제 친구는 8년전 화장실같은 곳의 자동분무방향제 대리점을 했었죠. 말이 차에 물건 실고 다니면서 거래처에 방행제 갈아주고 새로운 거래처 뚫으러 다니고...그럭저럭 매출도 오르고 해서 알바생 한명을 두었답니다.
일은 어렵진 않지만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일이라 남자 알바를 썼대요.어렵사리 알바를 구했는데 시골에서 올라온지 열흘도 안되는 20살 남자였답니다. 그 당시 제 친구는 24살...사장이라는 호칭도 뻘쭘해서 알바생에게 형이라고 부르게 했답니다.
어느날 제친구와 그 알바생과 맥주를 마실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알바생은 전라도 어디 바다쪽에서 올라온 사람인데 성격도 서글서글하고 제 친구를 잘 따라서 술도 가끔 사주고 서울구경도 시켜줬다더군요.그 알바생은 20살 이전에 단 한번도 서울에 와 본적 없는-나쁜말로-시골 촌놈이었습니다.고교 졸업 후 상경해서 돈벌어오겠다구 부모님께 인사하고 연고지도 없는 서울을 무작정 올라와서 처음 구한 일이 제 친구의 알바였던거죠.
서론이 길었네요...
그 알바생의 고향에선 마재질로 된 정장이 남자고교생에게 큰 인기였답니다. 소풍을 가던 옆학교 여학생과 미팅을 하던 남자애들은 대부분 마재질의 정장-조끼까지 있는-을 차려입었다네요.그 정장은 소위 좀 노는 친구들의 필수복장이었고 차이나칼라의 셔츠에 바지는 무조건 '기지바지'스타일이며 친한 친구 7명과 일곱색깔 무지개처럼 빨,주,노,초...식의 정장을 맞춰입었답니다.ㅎㅎ서울 올라오기전 고교동창들과 찍었다는 사진을 보니, 요즘 말로 '자폭개그'를 하려고 구며낸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제 친구와 저는 비웃었지만 당시 그 옷차림은 그 지역 최고의 킹카들의 전유물이었고 나름 '먹어주는 짜세'였다며 침을 튀겨가며-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역설하더군요.저와 제 친구는 그런 옷차림으로 우리 만나러 나왔으며 안 만났을거라며 계속 비웃었었죠.
그 알바생은 그 옷차림이 워낙에 먹어주는 스타일이기에 당근 서울 올라올때도 입고 왔답니다.올라오자마자 말로만 듣던 강남역 앞엔 갔는데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더래요.아까말한 일곱색깔 무지개중에 그 알바생이 맡은 색상은 주황색.얼마나 튀겠습니까?마재질의 자켓,같은 재질의 기지바지,차이나칼라셔츠와 조끼까지...남들의 시선을 받으며 이렇게 생각했답니다.'역시 이 스타일은 서울에서 먹어주는구만...다들 쳐다보는구나.짜식들 애처럼 청바지 쪼가리나 입고 다니고말야...흠'
남들의 시선이 부러움이 아니라 촌스러움을 비웃는 시선이란걸 그 알바생은 서울 올라온지 두 달 뒤에나 깨달았답니다.물론 그 두달동안 시내에 나갈때면 어김없이 입었구요.
요즘의 그 알바생은 청바지입고 야구모자 쓰고 다닙니다.이젠 마정장은 쳐다도 안 본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