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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권...

경제권.. |2004.04.06 19:57
조회 869 |추천 0

"어머님 돈 해드렸어?"

손수건을 다리면서 관심없는 척 물었더니 남편 무협지를 보다가 대답하더군요.

"응."

"얼마나 해 드렸는데..?"

"600"

 

갑자기 밀려오는 화..

"그럼 우리 대출금은 좀 더 있다 갚아야 겠네.."

 

별로 화낼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어제 저녁 남편과 얘기한 후 기분이 별로네요. 거기다 울 어머니 전화해서 갤로퍼가 800에 나왔다고 싼거 아니냐고.. 우리 10년된 차 몰고 다니거든요. 아마도 우리가 부우자인줄 아시나 봅니다. 아니면 아들내외가 오래된 차 몰고 다니는게 영 마음이 편치 않으시던지...

 

울 어머니 몇 주전에 저한테 전화하셨더군요. 땅을 사셔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다구요. 은행에 대출 받으면 이자가 많이 나온다고 돈 있으면 빌려달라고 다른 땅 팔리면 갚으시겠다고..

"어머니, 우리집 돈 관리 ..아빠가 하는거 아시잖아요."

"그래도 너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어머니는 이미 남편과 통화를 한 후 였습니다. 아마도 뒷탈이(?) 걱정되셨겠지요. 파워 없는 며느리지만 그래도 문제의 소지는 만들지 마셔야 겠다고 생각한건... (돈 600에 저 자꾸 치사해지네요.)

 

저희집 경제관리는 남편이 하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닙니다. 결혼하고 바로 아이가 들어서면서 직장생활은 못 했지만 돈관리는 제가 하고 있었죠. 결혼초 정말 고등어 한 손 안 사먹고 열심히 돈을 모았죠. 전세집 2500으로 시작했는데 (이건 시댁에서 해 주셨습니다. 무척 감사하게 생각했었죠. 처음엔...) IMF가 터지고 알았죠. 그 돈이 대출 받은 돈이라는걸요. 결국 남편이 결혼전부터 붓던 적금이랑 깨서 1500정도는 갚았습니다. 그래도 2년정도 열심 모아서 천만원정도 만들어 지금 집으로 이사를 했죠. 그 사이 기억이 나지 않는 무슨 일인가로 남편에게 잠시 경제권이 넘어갔는데 이사를 오면서 제가 다시 뺏어왔죠(?). 남편이 친구에게 빌려준 300을 못 받아서 이사를 오면서 좀 타격이 있었거든요. 이사를 와서 어느 정도 지났을까.. 제 눈엔 너무 천도 너무 낡았고 다리도 망가진 다리미판을 버리려는데 쓸수 있는걸 버린다고 해서 한 번 다투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보고 쓰지도 않으면서 생각없이 이것저것 산다더군요. 결국 그 날 오후 내 당신과 사는 동안은 절대 경제권에 대해서 말하지 않겠다면서 경제권 넘겨줬습니다. 저는 생활비 50만원과 큰아이 원비, 보험료, 관리비를 받기로 하구요. 작은 아이 놀이방비는 제가 버는 알바비에서 나갑니다.  작은 아이가 3살때부터 알바를 했는데.. 3년째 50에서 발전이 없네요. 그 때부터 작은 아이 놀이방비는 제가 지불해 버릇해서 그런지 당연히 제가 내게 되네요.저 50받아서 놀이방비 내면 20 남거든요. 그건 제가 씁니다. 생활비 등으로요. 처음 월급을 받곤 5만원짜리 적금을 부어서 60만원을 만들고.. 비자금을 만들 목적이었는데 세 달정도 쉬면서 야금야금 다 썼네요.

 

경제권이 없으니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더라구요.

좋은 점은 시댁에서 돈문제로 얘기하면 남편에게 미루는거.. 이번 건 같이 남편이 돈을 해 드릴 능력이 되면 해 드리는거고..  그리고 삥땅치기(?).. 경조사로 나가는 카드값은 따로 청구해서 받거든요. 그럴때 아주 미미하게 삥땅을(?) 칩니다.

나쁜 점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좀 그런건.. 가끔 누가 남편 월급이 얼마냐고 물을 때 할 말을 잊는거.. 그리고 막 돈을 아껴서 이렇게 늘리고 저렇게 늘려야지 하는 소속의식이 부족한 점. 아주 정말 아주 가끔이지만 '난 뭔가' 하는 소외감..

 

남편 돈으로 주식도 하고 그러는 것 같은데.. 나한테 주는 돈 이외엔 묻지 않습니다. 남편 카드값이 얼마가 나가는지 얼마가 남아 있는지.. 낭비적인 사람은 아니니까 하면서요..

 

시댁 갈 때 마다 용돈 못 드려도 이렇게 목돈으로 가끔 해 드리거든요. 김치냉장고 100, 지하수 파는데 250...  능력이 되면 해 드리면 좋죠. 그런데 남편의 능력은 어느 정도 일까요? 당장 20년된 우리집 베란다 수리할 능력은 안 되는것 같은데.. (사실. 2년전 돈이 생겼을 때 저한테 라식해주느라 못 했지만..)

우리 10월까지 나는 100 남편은 200 모아서 베란다 수리 하기로 했답니다. 근데 욕심이 끝이 없어 미리 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자꾸 들어서리.. 이럼 안 되는데...

 

요즘 들어 부쩍 전화가 잦아진 시부모님께 오늘은 문득 짜증이 나더군요. 그럼 안 되는데 하면서요. 제가 별로 착한 며느리는 못 되나봐요. 아니면 10년전 월급이나 10년이 지난 지금이나 받는 월급이 똑같아서.. 남편은 10년전보다 6배 이상 뛰었는데.. 그래서 샘이 나서 그런가보다 생각해 봅니다.

 

날씨도 꾸물꾸물 거리는 날 괜시리 심란해서 넋두리 좀 했습니다..  그래도 한숨이 나네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다시 씩씩해 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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