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좃선이 국민 홀리는 법
정동영의 노인 발언을 일부 언론과 함께 계속 물고 늘어지며 비난한다. 노인들에게는국가를 이끌어온 탁월한 경륜이 있다고 칭송하면서... 바로 얼마 전 공천혁명을 해야만 살 수 있다며 물갈이를 요구하던 소장파들에게 밀려 자기 당 소속 60, 70대 의원들을 '이제 당신들이 할 일은 없다. 물갈이는 국민의 요구이다.'라며 내쫓은 것은 벌써 잊었다.
정동영이 노인들로부터 욕먹는 틈을 타서 효도론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고등학교도 못 나온 여자가...' 하면서 학력으로 대통령 영부인을 비하한 발언에는 눈을 감는다. 대통령 영부인 나이쯤 되는 분들 중에는 고등학교 못 나오신 분들도 많이 있는데, 이화 여대 못나온 젊은 할머니들은 더더욱 많은데, 그런 건 신경 안 쓴다. 어차피 노인들은 우매하니까.
정책보다는 인물 보고 찍으라고 한다. 그 인물들은 차떼기에 안풍에 지역감정 조장에 색깔론을 창안한 사람들이지만 화려한 학력, 경력 내세우면 그까짓 것쯤 국민들은 문제삼지 않는다.
거대 여당이 등장하면 국정이 파탄난다고 국민들에게 주술을 건다. 거대 야당인 그들의 발목잡기도 국정파탄의 원인이라고 반박하면 '한판 붙자는 거냐'고 윽박지르면 그것으로 만사형통이다.
선거 때가 되면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공복이라는니 머슴이라느니 혹은 심부름뿐이라고 말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국민들이 말 안듣고 주인을 배신하는 국회의원을 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과 한나라당의 관계를 모자관계로 바꾼다. 부모는 자식을 안 버리는 법이니까. 못된 자식이지만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비는 참회한 자식으로 비유하면 어머니인 국민들은 자식인 한나라당을 다시 받아들인다. 그래도 너만한 (차떼기) 자식은 없는데... 하면서.
언론, 특히 방송은 공정해야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훈계도 하고 필요하면 협박도 한다. 단, 비판의 대상이 상대방일 때이다. 만일 내게 불리한 내용이나 상대방에게 유리한 내용은 보도하면 방송은 권력의 시녀이고 야당탄압을 하고 있다고 방방 뜬다.
과거의 구태를 털어내고 깨끗하게 거듭 태어날테니 부디 용서해주시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하면서 선거운동은 예전에 했던 것처럼 지역주의 자극에서부터 시작한다. 선거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이기고 봐야 하니까.
대통령 탄핵안 가결 장면을 방송에서 중계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열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모든 것은 밀실에서 야합과 돈거래를 통해 몰래 이뤄져야 한다. 국민이 모르면 아무 뒷탈이 없다.
과거를 묻지 말라며 지난 일은 빨리 잊으라고 한다. 자꾸 과거를 이야기 하면 국론이 분열되고 국가 에너지가 낭비돼 결국 국민들만 손해라고 말한다. 일제 치하에서 나라와 민족을 배신한 댓가로 배를 불리던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도다 그렇게 해방 이후 기득권층으로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이 방법은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특히 약발이 잘 먹힌다.
그런데 혹시 국민들이 이런 술수를 알아차리면? 걱정도 팔자다. 우리 뒤에는 거대한 언론집단이 버티고 있다. 때론 그들이 먼저 이런 논리를 우리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왜냐구? 참, 무식하기는. 우리는 뿌리가 같잖아. 우리가 남이가?
아, 그런데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20대의 투표를 독려하다가 노인들은 투표하지않아도 된다고 말한 정동영의 말실수를 물고 늘어졌던 (그 덕에 한나라당은 재미를 톡톡히 보았다) 조선일보가 투표를 사흘 앞둔 4.12 신문에서는 젊은이들은 투표 안 하는 것도 권리라며 투표일을 끼면 4일 짜리 황금연휴가 되니 투표하지 말고 놀러 가라고 독려한다. 그 날짜, 그리고 투표를 이틀 앞둔 4.13일자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MBC가 노골적으로 열린우리당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고 개탄하고 있다.
MBC가 편파보도를 하고 있다고 많은 지면을 할애해 신랄하게 비판하던 날, 조선일보에는 투표 대신 놀러 가기로 했다는 20대 젊은이 3명의 사례가 들어 있는 <투표보다 행락, '목금토일 황금연휴' 북적>이라는 기사가 실렸다.투표일인 목요일과 토요일, 일요일을 빨간 색으로 눈에 잘 뜨이게 편집한 이 기사에는 투표 대신 놀러가기로 한 3명의 20대가 등장한다.
주5일제를 시행 중인 외국계 C은행에 다니는 정모(여·29)씨는 14일 저녁 친구 4명과 4박5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정씨는 법정공휴일인 총선투표일 15일에 16일을 월차휴가로 붙여 주말을 포함, 4일짜리 황금연휴를 만들었다. 정씨는 "투표가 강제의무도 아니고 뜻이 없으면 안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투표 대신 여가를 즐기는 '자발적 권리 포기자'들이 이번 총선에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투표일이 목요일이기 때문에 금요일인 16일만 잘 활용하면 긴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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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홈페이지 블로그(Blog)에 '4·15는 국민 심판의 날' '꼬옥 투표하세요~!' 등의 글귀를 단 H대 3학년 김모(여·21)씨도 14~18일 가족들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다. 김씨는 "몇 달 전부터 계획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Y대 2학년 박모(22)씨는 투표일인 15일 오전 8시 서울발 부산행 고속철 표를 4장 예매했다. 친구들과 짝을 이뤄 연휴를 즐긴 뒤 17일 돌아올 계획. 박씨는 "투표보다 도서관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거나 어디로 놀러갈까에 관심이 쏠린 학생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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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여론조사에서 '꼭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80%를 상회하지만 현실로 드러나는 양상은 다소 차이가 있다. *대 정외과 이** 교수는 "투표 의사를 묻는 설문은 실제보다 15~20% 과장되어 나타난다"며 "투표라는 신성한 시민의 의무를 놓고 '안 하겠다'고 대답하기는 곤란해 이중적인 심리상태가 반영된다"고 분석했다.(후략)
조선일보는 이런 '자발적 권리 포기자'들이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투로 말이다. 이쯤 되면 사실상 남들은 투표를 하건 말건 영향을 받지 말고,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를 포기했다는 자책도 하지말고, 젊은이들은 눈치보지 말고 당당하게 투표하지 말고 놀러가도 된다는 의미로 들리기에 충분하다.
이 기사는 투표를 사흘 앞둔 4월 12일자 조선일보에 실렸다. 그 날의 조선일보는 많은 지면을 할애해 MBC가 '조선일보 때리기'를 하며 특정 정당 편들기를 하고 있다고 독설을 퍼붓고 있다. 그 다음 날의 신문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런데 공교롭게도 '투표일황금연휴' 기사를 실은 그 날, 조선일보 인터넷판에는 그 기사와는 전혀 다른 연합뉴스 기사가 올라와 있다. 연합뉴스의 그 기사에는, 관광업체 관계자의 실명을 인용하며긴 연휴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저조한 것으로 보아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투표는 하고 가자는 인식이 많은 것 같다"라고 했으며, 항공회사 관계자 또한 "총선으로 인한 예약률 변화는 없다고 봐도 좋다"고 소개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투표를 독려하려던 정동영의 말실수를 물고 늘어지던 조선일보, 그 조선일보와 연합뉴스 기사의 차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