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날임에도 불구하고 만사 제껴두고 조조로 이 영활 봤다.
그 미안함 때문인지 장을 보고 돌아와서 애기 보고 집안일을 하다가
이제야 애기가 잠들어서 숨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이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이런 것이다.
"그래, 이것이 일상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홍상수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작가인 것 같다.
그를 기억하고 기다리는 모든 사람이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바라는 영화를 또 다시 만들어낸 것 같다.
그의 영화속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연기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점이 더욱 일상에 점착된 영화를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배우들이 정확한 발음과 톤으로 대사를 뱉어내는 것을 보면
"참 연기 잘한다" 라고 생각하다도 때론 그런것이 낯설어지곤 한다.
현실 속에서 부딪치며 살아가자면 연기같은 상황이 오히려 드문 것이다.
그런데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이 제목은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이냐.
헌준과 문호는 비교될 만큼 다른 캐릭터이지만 선화 말대로 개새끼들이다.
그들은 선화를 떠났지만 살아가다가 문득 문득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래서 그들은 선화를 찾아가고 어설픈 연기로 그녀의 삶 속에 끼어든다.
그렇지만 그녀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선화의 허탈한 외침처럼 너무 쉽다.
몸이든 마음이든 간에 허전한 그 무엇을 달래고 나면 다신 안올것처럼 떠난다.
하지만 녀석들은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말하자면 선화는 녀석들의 과거이자 미래인 셈이다.
헌준과 문호의 묘한 라이벌 의식이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재미가 있다.
요즘 "두 번째 키스는 누구였더라..." 하는 광고 카피가 있던데
그걸 생각하면서 이 영화를 보면 재미있을거다.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설정으로 인해 생긴 고정관념대로라면 첫 남자에게 개피본 히로인에게는
백마탄 두 번째 남자가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알고보면 똑같은 녀석이다.
아주 현실적인, 일상에 관한 영화이다. 남자든 여자든 그 누구도
이 영화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덧붙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여자는 남자의 영혼을 장식하는 컬러 물감이다.
여자는 남자를 활기 있게 해주는 떠들썩하고,
우렁찬 소리이다.
여자가 없으면 남자는 거칠어질 뿐
열매 없는 빈 나뭇가지에 불과하다.
여자가 없으면 남자의 입에서는 거친 들 바람이 나오고
그리하여 남자의 인생은 엉망으로 헝클어지고 황폐해져….
루이 아라공, ‘미래의 時 ’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