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벽오금학도>...
오늘 나는 17년 전에 구입했던 이외수의 <벽오금학도>를 다시 꺼내어 읽기를 마쳤다. 마치 생일을 맞은 것처럼 맑은 정신의 음식물을 포식(飽食)하였고, 숫처녀와 잠자리에서 오랫동안 참아왔던 욕정을 배설한 느낌이었다. 내가 이 책에 매료된 것은 문장이 아름답고 수려해서도 아니고, 문장의 표현이 기절하거나, 맹랑한 표현의 기교에 빠져든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몇 년 전에 우연히 접한 천부경(天符經)의 내용을 이 책속에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시무시(一始無始)...일종무종(一終無終)...하나의 시작은 시작이 없는 것과 같고, 하나의 끝은 끝이 다함이 없는 것과 같다, 란 이 무궁한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으니, 더욱 마음이 쇄락해질 수밖에.......더불어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을 찾고, 나의 손끝을 기다리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그 기쁨이야 더 말하여 무엇 하겠는가?
<작품의 내용>
어리석은 인간들은 현실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소망과 욕망을 혼동하면서 살아가고 있느니라. 욕망에 아름다움을 더하면 소망이 되고 소망에 아름다움을 빼면 욕망이 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니라. (183쪽)
그들은 아무것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단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망하나로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 중의 어떤 부류는 부와 권력을 앞장 세워 소수의 욕망을 마치 전체의 욕망인 양 위장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제도와 법률 속에 가두어놓았다. 그리고 한평생을 오직 노예처럼 일만 하다가 죽어가도록 만들어 놓았다. (209쪽)
그들은 교육제도와 교육기관을 통해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대표적인 공부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을 써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공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지식 자체가 곧 깨달음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소홀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스승으로부터 꿀이 달다는 정보를 전달받고 그것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는 상태를 지식으로 알고 있었다. .......(중략)....... 꿀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단지 꿀맛이 달다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진정한 꿀맛을 안다고 간주될 수 있을까? (2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