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죽었다.
어제까지 그를 짓밟아대던 사람들이 제 부모 돌아가신 듯 눈물을 흘린다. 성군을 잃은 양떼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꼬리에 꼬리를 문 행렬이 팔랑이는 국화꽃과 함께 그의 영전 앞으로 꿈틀댄다.
죽음 앞에 초연해지는 국민들의 맘 속은 그렇다 하더라도 "정말 나쁜 대통령"이라 힘주어 외치던 그 사람들까지 마치 참회라도 했다는냥 그 앞에 서고자 하는 것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모든 것을 안고 가신 고인의 뜻에 반하지 말잖다. 언제부터 그렇게 그의 말을 잘 들었다고, 아니, 언제부터 그의 말에 귀 기울여줬다고...
정치가 이런 것이었구나. 그리고 세상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그들은 친절한 학습지 방문교사 처럼 잊을만하면 이런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준다. 왜냐면 우리의 기억력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기억해내야하기에 사소한 것들 금방 또 까먹으니깐.
세상에 폭군도 이런 폭군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그를 칡뿌리마냥 씹어대던 언론의 그 쌉싸름한 태도도 동정의 흐름을 타고있다. 여긴 결국 목소리 큰 사람이 대장이니깐. 목소리 작은 우리는 그냥 그들이 하는 말에 들으면 되니깐.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그들이 '이번 선택은 X번으로 하는 것이 좋을거야'라고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면 우린 투표장으로 몰려가 그에게 시원한 한 표를 날려주면 되는 것이다. 그럼 그들은 새 시대가 왔다며 활자를 찍어댈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읽고 박수를 치는 들러리가 되면 되는 것이다.
그를 죽였다.
우린 언제나 책임을 질 사람을 원한다. '손님 여러분 첫번째 정거장은 김동길 교수네 집입니다. 홈페이지를 다운 시킨 다음 정거장은 청와대...' 뿌뿌뿌뿌- 나팔을 불어대며 구성지게 몰려가 질펀하게 깔아뭉게 놓고는 모종의 복수를 한 투사라도 되는냥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낀다. 인터넷이라도 끊기면 그 분을 어디에 풀었을지, 설사 키보드에 'ㅆ'이라도 빠져있었다면 원통해서 이 일을 어쨋을까하는 마음을 가지며 비통해 해야하나?
항상 씹어먹기 좋은 향긋한 껌 마냥 편하게 씹을 수 있는 그였기에 우린 그가 별 다른 사람이라 생각치 않았다. 그가 정작 자신이 듣고 싶지 않는 소리 쯤은 컨테이너로 산성이 아닌 산맥을 만들어서라도 듣지 않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마치 전쟁에 승리한 승리자처럼 '우리가 당신을 만들었노라'고 힘을 주어 말했다. 동시에 축구가 져도, 퇴근길에 비가와도, 동네 새끼개가 짖어대도 다들 워낙에 겸손한 우리들인지라 그 모든 것은 '네' 탓이었다. 어제까지 손가락질 하며 비웃다가 오늘와서 다시 눈물을 흘린다. 참으로 짠내나는 눈물을 떨구는 소리가 메아리를 친다. 그리고 이제 그는 우리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아있을거란다.
거짓말.
잊을거면서. 매번 잊지 않겠다고 했으면서. 누군가가 죽어 피투성이가돼 실려나갈 때 마다 우리는 잊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놓고 지갑 속 교통카드보다 그들을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이번만은 다를 거라는 말? 딱 1년전 쯤 광화문 앞 촛불을 들고 선 우리들에게서 들었던 말 같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자들은 또 다시 세상을 살아갈 것이다.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대다수는 시간이라는 망각의 마법에 지금의 일을 잊는다. '노무현? 그랬지..불쌍한 사람..음..아! 근데 어제 무한도전 봤어? 나 진짜 웃겨 죽는 줄 알았잖아. 유재석이....'이라 말하며 술잔 한잔 기울여주는거 그걸로 끝이다.
그래도 아닐거라고 턱괴고 마우슬 휠 긁으며 이 글을 읽고있겠지.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