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인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의사를 무죄로 빼준 이00 판사 각성하라.”
“정신과 전문의가 정상인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켜도 처벌 못하는 재판부를 규탄한다.”
4월 21일 오전 8시경. 경기도 의정부에 소재한 의정부지방법원 앞에서 한 여성이 재판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성남에서 살고 있는 정모(35) 씨로, 4월 7일부터 매일 아침 두 시간 정도씩 1인 시위를 했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위를 하는 내내 “각성하라”거나 “규탄한다”는 따위의 고성이나 구구절절 사건 내막을 읊조리는 부연설명은 없었다. 일종의 ‘침묵시위’인 만큼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정씨의 눈에는 ‘오뉴월에 서리 맺힐 만큼’ 한 맺힌 목소리가 가득 담겨 있었다.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은 정씨뿐이 아니다. 오모(35·경기 성남) 씨 역시 재판부의 각성과 정신과 전문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매일 점심 시간대 두 시간가량씩 시위하고 있다. 정씨와 오씨 두 사람의 ‘릴레이 1인 시위’인 셈이다.
두 사람이 재판부를 향해 항변하는 내용의 골자를 정리하자면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만든 정신과 전문의 엄중 처벌 ▲인권을 유린한 정신과 전문의의 위법성을 눈감아주고 ‘관행’에 손을 들어 ‘무죄’를 선고한 판사와 재판부의 각성 ▲인권침해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맹점투성이 정신보건법의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개정과 보완이다.
두 사람은 도대체 왜 이른 아침부터 배턴을 이어가며 ‘정신과 전문의 처벌’과 ‘정신보건법 개정’을 호소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두 사람은 최근 사회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정신병원 인권침해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개인의 ‘인권’을 외면하고 허술한 정신보건법을 악용해 정상인을 강제 입원시킨 정신과 전문의의 ‘재량’과 ‘관행’에 손을 들어주었고, 이 두 사람은 법원의 ‘관행편의주의’로 ‘정신병자’라는 오명을 씻지 못한 ‘사회적 약자’였다.
정신병원 피해자의 인권에 좀 더 폭넓은 사회적 관심과 법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취재를 하던 중 이들을 만나게 된 기자는 시위를 끝내고 귀가 중이던 피해자들을 만나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경기도 의정부 지방법원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오씨(왼쪽)와 정씨(오른쪽). ⓒ뉴스한국
폭력 휘두르던 남편, 멀쩡한 아내를 정신병자로
정씨와 오씨는 지난 2001년경 경기도 남양주에 소재한 한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돼 각각 73일(2001. 1. 5. ~ 2001. 3. 16.)과 82일(2000. 12. 31. ~ 2001. 3. 22.) 동안 감금당한 채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당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뿐만 아니다. 당시 대학생이던 진모 씨 경우도 두 사람과 엇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65일(2000. 3. 24. ~ 2000. 5. 4.) 동안 강제로 입원되어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아는 사람 중에는 동일한 수법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될 위기에 처했다가 가까스로 모면한 사례도 몇 건 된다고 한다.
당시 정씨와 오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장본은 남편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날 남편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되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남편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된 것일까. 이유는 단 한 가지, ‘개종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어떻게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주변에 알리지 않았냐”며 의아해하자, 정씨와 오씨는 “참고 인내하며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되기를 기다린 것”이라며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가정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견딜 수 없는 인격적 모욕과 폭력과 폭언까지 참았다”고 말했다.
지극히 정상적이면서도 유난히 차분하고 얌전한 성격의 오씨와 밝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이는 정씨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특별히 남다른 정신적 장애가 있다는 것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남편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정신병원에 이들을 입원시키는 것이 가능했을까.
정씨와 오씨의 주장에 따르면 개종을 목적으로 남편과 결탁한 사람들이 개종에 실패하자 결국 병원에 데리고 간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최종적으로 정신과 전문의가 밀접하게 개입 내지는 고의로 의뢰인인 남편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오진하거나 협조해 멀쩡한 정상인인 자신들을 하루아침에 정신병자로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말한다.
“멀쩡한 사람이 정신병자가 되는 것은 말 그대로 “누워서 떡 먹기”였습니다. 남편이 수시로 “정신병원에 넣겠다”고 할 때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집어넣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나보지’라며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신체의 자유, 인간 존엄성과 권리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민주주의에서 어떻게 멀쩡한 사람을 한순간에 정신병자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의뢰인이 의뢰만 하면 그날로 정신병원에 가는 겁니다. 마치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처럼요. 어느 날 영문 없이 끌려가서 폐쇄병동에 감금돼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다른 정신질환자들과 살게 되는 것입니다.”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보호의무자의 동의 하에 입원이 가능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자해할 우려가 없는 경미한 환자의 경우 정신보건법은 본인의 입원의사에 의한 자의입원을 권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그런 최소한의 배려조차도 베풀어지지 않았다. 법적 보호의무자인 남편과, “한 달 정도 요양소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돌아오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혼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사위의 서릿발 같은 성화에 못 이긴 친정부모의 묵인과 착각(사위 말대로 요양소인 줄로 알고 동의함) 하에 결국 멀쩡한 두 사람은 무사히(?) 너무나 쉽게 정신병원에 감금될 수 있었던 것이다.
간단한 덧·뺄셈에 속담풀이 했을 뿐인데 ‘망상장애’
정씨는 처음 남편에게 끌려서 병원에 갔을 때 남편과 정신과 전문의인 신모 씨가 먼저 한 시간가량 면담을 한 뒤 자신을 만났다고 한다. 첫 질문은 “어떻게 오셨어요?” 하는 것이었다. 정씨는 부부간의 문제와 이제까지의 상황을 대충 이야기하면서 “남편과 당신 혹시 한 패가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의사는 거기에 답변은 전혀 하지 않고 이름을 물었고 정씨는 내심 ‘남편과 짜고 나를 정신병원에 감금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 느껴지자 대꾸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의사는 ”정00 씨 대답 안 하면 입원시킵니다“라며 협박조로 대답을 종용했다고 한다. 정씨는 “나는 정상인인데 내가 어떤 말을 하면 여기서 내보내 줄 수 있겠느냐”며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말했다. 정씨와 의사 사이에 계속 이런 식으로 동문서답이 오간 후 전문의는 결국 ‘망상장애·신경증장애·적응장애’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 즉시 일방적으로 정씨를 강제입원시켜 버렸다. 물론 정신보건법에 명시된 자의입원 권장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응급입원을 요할 만큼 중증의 환자도 아닌데 그날 그 시로 폐쇄병동에 들어가게 된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씨는 다음날 의사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좀 더 소상하게 말하며 내보내 줄 것을 요구했고 “정신병도 아닌데 왜 여기 가두느냐. 빨리 퇴원시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문진 온 신모 전문의는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관에 대한 정씨의 인식만 바꾸려고 했을 뿐이었다.
정씨보다 며칠 먼저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오씨의 경우 병원 측의 인권침해가 더욱 심각했다. 정신보건법상 진단은 정신과 전문의가 하게끔 되어 있음에도 한밤중에 남편의 손에 이끌려가서 처음 만난 사람은 1년차 전공의 최모씨였다. 최씨는 10분 정도 오씨와 간단한 속담풀이, 덧·뺄셈을 한 후 “종교적 망상 등 정신장애가 의심되어 입원 치료가 필요함·경도의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강제입원시켰다. 친정엄마의 동의 역시 정씨의 경우와 동일하게 얻어진 것이었다.
삼일 후 정신과 전문의 박모씨와 병실 안 면담실에서 15분 동안 면담을 가질 수 있었다. 박씨는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물었고 오씨는 “다 알면서 왜 묻느냐”고 차분하게 말했다고 한다. 의사는 “가족에게 서운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오씨는 “처음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담담하다”며 말했다. 오씨는 아이들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면담은 끝났다.
10분도 채 안 되는 면담 결과 박씨는 ‘장애의증, 성격문제, 망상장애, 잠재적 정신분열증·부부문제’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전문의 박씨는 적어도 이때 오씨가 ‘부부문제’로 잘못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부부문제에 병원이 개입할 여지는 법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때 전문의 박씨와 면담할 때가 1월 3일이었는데 오지도 않은 남편과 면담했다고 되어 있고 친정부모와도 면담했다고 한 사실이다. 이것은 명백한 거짓말인데 전문의는 거짓말을 해도 그냥 사실이 되어 버린다.”
오씨는 입원 당시 친정엄마가 동행했다고 한다. “편의시설 잘된 요양소에 갔다 오면 부부문제도 해결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진모 목사의 말을 듣고 억지춘향식으로 동의한 친정부모들은 나중에 그곳이 요양소가 아니라 정신병원이라는 것을 알고 “왜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가두느냐”며 항의를 했다고 한다. 면회를 요청해도 전문의 박모씨가 “남편의 허락 없이는 안 된다”며 거절했고 “빨리 퇴원시키라”고 항의해도 “남편 허락 없이는 안 된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에 한해 진단 입원되게 되어 있는 현 정신보건법에 위법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전공의 최모씨는 죄를 인정받아 지난 2004년 6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문제가 되었던 경기도 남양주 소재 모 정신병원. “인권정신 전혀 없는 정신병원, 감옥보다 못했다”
강제 입·퇴원에 이어 감금되다시피 한 폐쇄병동에서의 생활은 어떠했을까. 강제적으로 입원된 만큼 병동 내에서의 생활 역시 ‘자유’라고는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철문으로 완전히 입구가 봉쇄돼 있고 철창 안에 들어가자마자 이상한 표정의 사람들이 우 몰려들며 신기한 듯 쳐다봤어요. 거기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봤어요. 남자 정신분열증 환자들 중에는 괜히 여자 환자의 엉덩이를 툭 치는 사람, 지나가면 팔이나 등 부분을 슬쩍 만지는 사람, 말 한마디가 마음에 안 들면 주먹으로 치는 환자도 있었고, 치매 걸린 할머니 몇 사람은 배설물을 바닥에 흘리며 다니기도 하고, 어떤 남자 환자는 바지 고무줄이 내려가 하체가 다 보여도 올릴 생각도 안 하고 돌아다니고, 갑자기 속옷만 입고 복도에 뛰어나와 돌아다니는가 하면 밤에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고, 어떤 환자는 5분 간격으로 일어나 들락날락해서 소음을 내기도 하고, 어떤 환자는 자다가 일어나서 밤새도록 통곡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 정신 멀쩡한 저 같은 사람은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생전처음 정신병원이라는 곳에 입원되어 외부와 철저하게 격리되어 수일을 보낸 정씨와 오씨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정신이 멀쩡한 자신들이 왜 중증환자들로 가득한 폐쇄병동에 강제로 그것도 오자마자 바로 감금되다시피 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보호사들은 반말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약을 먹지 않으려고 할 때마다 강제로 입을 벌려 쑤셔 넣다시피 하고, 약을 억지로 먹인 후에도 입 안을 조사해서 먹은 걸 확인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병동 내의 모든 환경은 열악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거기도 분명 사람이 있는 곳인데 온기라고는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한겨울이라 파카까지 입고 잤지만 코가 얼 정도로 추웠어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환자는 많았는데도 약 먹고 밥 먹고 다용도실처럼 사용하는 공간은 고작 몇 평밖에 안되었어요.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바닥에서 쭈그려 앉아서 밥을 먹기도 했어요. 병동 안은 담배연기 오물냄새 소독약 냄새가 뒤엉켜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요. 병동이 정말 더럽고 지저분했지요. 먼지는 켜켜이 쌓여 있었고 입원해 있는 동안 청소하는 것을 두 번 정도밖에 못 봤습니다. 청소도 환자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는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환자들이 알아서 뭘 하겠습니까. 저 같은 경우는 참다못해서 걸레를 얻어와 쓸고 닦기는 했지만 대부분 오물쓰레기통 같은 병실에서 그냥 지냅니다.”
정씨 말에 따르면 병동 내에 있는 공간은 수용인원에 비해 턱없이 좁다. 병실이 아닌 작은 공간 하나가 있는데 그곳에서 환자들은 적으나마 햇볕을 쬐고 약도 먹고 거기서 밥도 먹지만 역시 좁아서 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추운 겨울인데 난방이 안돼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비닐로 가려 놔서 환기도 안 된다. 더 심한 것은 바로 물 부족현상. 샤워 시설은 칸막이로 두어군데 마련해놨지만 샤워기 하나는 고장이 나서 아예 물이 나오지 않았고 나머지 하나는 나오다가 말다를 반복해 세수조차 마음껏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겨울이라서 따뜻한 물을 사용해야 하는데도 하루 한 시간 정도만 따뜻한 물을 틀어주어 그 많은 사람이 찔끔거리며 나오는 물로 뭔가를 하기란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통신·면회·산책·도보 등 신체의 자유 일체 금지 당해
“물이 차가운데도 그냥 참고 찬물로 세수하고 샤워를 했어요. 대부분의 환자들은 씻지를 못해서 냄새가 지독하게 났습니다. 화장실에는 항상 대변이 가득 쌓여 있었고 목욕탕은 군데군데 깨지고 타일 사이사이에 물이끼가 끼어서 더러워서 못 볼 지경이었어요. 물 받아놓는 작은 통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에는 항상 물 대신에 똥 기저귀로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옷이나 빨래는 한꺼번에 수거한 후 한꺼번에 씻어서 알아서 자기 것을 찾아가라고 하는데 정신이 있는 사람은 찾아가지만 정신이 없는 사람은 남의 것을 가져가기도 합니다. 정말 밖에서 있을 때는 정신병원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은 상상도 못했지요.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정말 좋은 환경에서 좋은 것만 보고 듣고 생활해도 나을까 말까한 환자들인데 그런 환경에서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으니 정신이 나아지기는커녕 멀쩡하던 정신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너무 불쌍하고 안 돼서 나오면 그곳의 실상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지요.”
더럽고 지저분한 환경 외에도 정씨와 오씨가 가장 답답했던 것은 바로 통신과 산책, 면회의 자유가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다는 것이다. 산책이나 면회도 안 되고 전화나 편지 같은 것도 금지당해서 전혀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신보건법상 이러한 특정 자유에 대한 제한은 제45조 행동제한의 금지항목에 의해 부분적으로 제한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신보건법 시행령 제20조는 제한할 수 있는 기타 행동의 자유의 범위에 대해 “정신보건법 제4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해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정신질환자에 대하여 ▲종교행사의 자유, 종교적 집회·결사의 자유 및 선교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를 ‘진료행위에 지장이 없고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아니하는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비추어 볼 때 정씨와 오씨의 경우 그럴 만큼의 중증은 결코 아니었다는 것이다.
“짐승도 우리에 가둬놓고는 일정 시간 산책을 시키는데 환자는 엄연히 인권을 가진 사람인데 산책도 못하고 전화를 하려고 해도 절대 못하게 했어요. 한마디로 짐승 이하의 취급을 받은 거나 진배없지요. 어떤 간호사는 저에게 위층에 제가 만나서는 안될 사람이 있어서 산책을 시켜줄 수가 없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오00씨였던 겁니다. 친정 쪽 가족들이 면회를 와도 전문의가 남편의 허락 없이는 무조건 안 된다고 했답니다. 면회도 전문의 재량이라고 알고 있는데 남편 허락 유무에 따라서 되고 말고 한다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
정씨는 “감옥살이가 따로 없었다”고 말한다. 오씨 역시 “포로수용소가 차라리 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두 사람 모두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사천리로 냄새나고 퀴퀴한 폐쇄병동으로 직행되어 외출은 물론 산책도 철저하게 금지되었다. 외부와의 연락도 일체 불허되었다. 도대체 왜 정신병원에 들어와야 하는지 설명해주지도 않았다. 주치의 신씨에게 “정신과 감정도 없이 폐쇄병동에 가둘 수 있느냐. 빨리 진단을 해 달라. 나는 정상인이니 퇴원 조치를 해달라”라며 수차 항의를 했지만 신씨는 매번 정씨와 병적 진료나 상담이 아닌 ‘개종여부’와 ‘교리논쟁’ 등의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9일 정피모(정신병원 피해자 인권찾기 모임) 회원들은 정신과 전문의 처벌과 정신보건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가졌다. ⓒ정피모
잃어버린 가정과 아이들, 그리고 시간
한번은 정씨가 몸이 아프고 열이 나서 진료를 신청해도 간호사들이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정씨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정신병원에는 정신보건법이 명시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와 인권의 자유 등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라며 “거기 있는 환자들 대부분이 특이하게도 이가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래 있는 사람들은 몰골도 몰골이지만 이가 다 없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해 주겠는가. 이러한 정신병원의 인권침해 실태를 국가나 국민이 모르고 있고, 알더라도 방치한다면 정말 정신병원은 참혹한 현대판 아우슈비츠에 지나지 않는 곳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감옥이나 포로수용소, 때로는 짐승보다 못한 푸대접을 받으며 정신적인 충격 가운데서도 외출 나가는 사람에게 외부에 편지를 전해 이 사실을 외부로 알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변호사와 신문사 기자의 퇴원 요구에 의해 무사히 정신병원에서 ‘탈출’ 하기까지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병원서 나오자마자 며칠을 앓아누워 꼼짝을 못했다고 한다. 향정신성 약물에 중독되어 어지럼증 등 건강도 많이 악화되었다. 보라매병원과 국립의료원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정상’이라는 판단까지 받고는 억울함에 수일을 밤잠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더 분하고 억울한 것은 달려와서 무릎 꿇고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남편들이 이혼소송까지 걸었다. 밉고 억울하고 분했지만 그래도 자식이 애물단지라고 사과하고 용서를 빌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나마 한 줄기 희망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도리어 이혼소송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혼을 마음먹고 이혼 법정에 섰을 때는 억울하게 폭력을 당하고 정신병원까지 강제로 끌려가서 입원된 상황이라 당연히 유리한 조건으로 이혼할 줄 알았다. 그런데 천금보다 귀한 자식까지 빼앗겼다. 이유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전적”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도 두 사람은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것이 주홍글씨가 되어 평생 따라다닐 꼬리표가 될 줄은….
이후 두 사람은 억울한 자신들의 사연을 알리고, 잃어버린 가정과 아이들 그리고 정신적 충격에 대한 보상을 받는 동시에 정신병원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인권침해 실태를 알리고 환자들의 인권에 도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방편을 강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모임이 ‘정신병원 피해자 인권 찾기 모임(정피모)’이다.
무사 탈출 후 5년간 이어진 법정 투쟁서 결실도 맺어
두 사람은 이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법정 투쟁을 벌여왔다. 성과도 있었다. 현재 정씨와 오씨의 두 남편은 2004년에 당시 일방적으로 행한 폭력·감금 등이 유죄로 인정돼 법적 처벌을 받았다. 정씨의 남편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야간 공동 감금, 강요, 협박, 모욕)’과 ‘폭행’으로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오씨의 남편 역시 여기에 ‘현주 건물 방화 예비’와 아내가 아닌 정씨의 감금을 방조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 받았다. 여기에 상당히 밀접하게 개입된 몇몇 가담자들도 법적 처벌을 면치 못했다.
당시 정신과 1년차 전공의로 정신과 전문의 진단에 의하지 않고 남편의 진술에만 의존해 아무런 이상이 없는 오씨를 83일간 강제 입원시킨, 명백한 정신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던 정신과 의사 최모씨도 지난 2004년 12월, 의정부지법 형사3단독(윤종섭 판사)에 의해 정신보건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은 멀쩡한 여성을 정확한 진단 없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정신과 의사가 처음으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건으로 이례적인 것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여성인 오씨가 정신질환 환자라는 확신이 없었고 응급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전문의와 상의하지 않고 강제 입원시킨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는 법조계가 그동안 정신질환 여부에 대한 진단을 의사 전문영역으로만 여겨 처벌에 소극적인 관행에서 탈피, 향후 부당입원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줄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판례로 비쳐졌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일부 정신과 의사들이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정신보건법에 무지하고 환자들의 인권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입원을 결정, 이로 인한 인권침해가 심각한 실정”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검찰은 당초 정신질환 여부에 대한 진단은 의사의 전문적인 영역인 만큼 기소엔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과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놓고 고심을 했다.
하지만 최씨가 면담과정에서 오씨가 종교적인 갈등으로 강제 입원돼 감금이 계속될 경우 기본적인 행동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미필적 고의를 무시했고 관행에 따라 너무나 쉽게 병원입원 절차행위가 이뤄지고 있어 재발방지를 위해 기소를 결정했다.
최씨 이외 당시 부인을 개종시키기 위해 남편들이 강제 입원을 요구하는 것을 알면서도 각각 73일과 82일 동안 주부를 강제 입원시킨 신모씨와 박모씨 전문의 2명도 기소되었다. 그리고 의정부지검으로부터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당시 검찰은 “특별한 정신적 이상증세가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병원에 강제 입원조치 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쉽게 입원을 결정하는 정신병원 입원 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징역형을 구형한다”고 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의 의지는 여러 방면에서 형식적 절차만 밟았을 뿐 위법성 여부가 분명한 정신과 전문의를 일벌백계하여 죄를 묻고 전국 정신병원 전반적으로 만연한 인권침해 실태를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확고한 뜻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멀쩡한 사람 정신병자 만든 정신과 전문의가 무죄라니”
그런데 지난 4월 6일 1심 공판에서는 멀쩡한 사람을 강제 입원시킨 정신과 전문의들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 형사3단독(이00 판사) 재판부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 여성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감금한 혐의로 구형1년을 선고받았던 신씨와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정신병이나 비정신병적 정신장애가 있는지 여부, 입원 치료가 필요한 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의사의 재량권”이라며 “의사들은 보호의무자인 가족들의 동의를 받았고 피해자들에게 부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건강을 해쳤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의사로서의 업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한 “피해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남편·목사 등과 공모해 피해자들을 개종시킬 목적으로 강제 입원시켰거나 피해자들에게 개종을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피해자 진술 이외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므로 혐의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정씨와 오씨 두 사람은 당연히 이 판결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말 어이없었습니다. 최소한 벌금형 정도는 나오겠지 생각했는데 무죄라니 너무 어이없고 황당했습니다. 어떻게 대한민국 법이 이렇게 허술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고요. 우리나라도 엄연히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 신체의 자유를 열거해놓고 있는데 무엇을 근거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만들 수 있습니까. 정말 길 가는 사람한테 물어봐도 다 알 것입니다.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넣어놓고 약 먹이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 의사가 죄가 있는지 없는지 말이에요. 정신보건법이 아니더라도 모든 법 위에 있는 헌법에 명시된 인간존엄성,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종교의 자유가 묵살되었는데 법이 이러한 인간의 권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과연 어떤 법이 개인을 지켜줄 수 있을지. 과연 법이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존재하는지 근본적인 의심이 생겼어요.”
정씨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실소를 머금으며 어이없어했다. 정씨는 “정신병자란 오명을 씻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기득권과 관행에 손을 들어준 것 같다”며 “입원여부 등에 대한 판단에 정신과 전문의의 재량권을 과다 부여한 관련법을 개정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린 의사들도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내 차분하게 응수하던 오씨 또한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문의에게 아무리 모든 재량이 맡겨져 있다고 해도 정상인을 정신병원에 가둘 권한까지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상인 누구라도 전문의가 넣으라고만 하면 강제로 감금돼서 아무리 나오려고 발버둥 치고 거기서 영원히 못 나와도 법적으로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다는 말밖에는 안 됩니다. 이것은 정신과 전문의에게 막말로 다 집어넣어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니 상관없다고 허락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두 사람은 “법이 생사람을 잡도록 정신과 전문의에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면 환자는 물론 생사람까지 잡는 잘못된 법을 시급하게 바꾸어야 할 것”이라며 정신보건법 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비인격적이고 양심 없는 사람들의 비뚤어진 도덕심에 경종을 울려 다시는 이런 인권유린이 발생하지 않도록 반드시 진실을 가리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 4월 12일경 의정부지검은 법원에 항소했다. 아직은 어떤 판결이 날지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말 재판부가 인권에 관심이 있고 양심이 있다면 이 사건을 철저하게 파악해서 죄의 유무를 뚜렷하게 밝혀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비단 우리 둘만의 인권이 아니라 억울하게 철창 안에 갇혀서 자유를 잃고 사는 수만 명의 환자들의 인권을 찾기 위한 시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재판부의 보다 성실한 재판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법적으로 승소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두 사람은 눈시울을 붉히며 동일한 대답을 전했다.
“떳떳하게 아이들을 만나보는 것이죠. 남편이 얼마나 세뇌를 시켜놨는지 처음에는 얼싸 와서 안기던 애들이 지금은 제 엄마가 정말 미친 줄 알고 슬슬 피합니다. 그런 애들을 보면 가슴이 찢어지고 사는 낙이 없어집니다. 하루라도 빨리 매듭을 짓고 정신병자라는 오명도 씻어서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떳떳하게 품에 안아보는 것 그것이 지금 제일 큰 바람입니다.”
특히 오씨의 경우, 남편이 이혼장에 도장을 찍자마자 새살림을 차려 당시 말도 잘 못하던 쌍둥이들은 새 엄마가 제 친엄마인 줄 알고 있다고 한다. 오씨는 이제 제법 많이 자랐을 쌍둥이들에게 “엄마” 소리 듣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