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길목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초등학교시절, 집에서 학교로 가는 비좁은 길목에 항상 노인 한 분이 앉아계셨다. 그때는 그의 나이를 짐작 할 수 없으나 주름이 많고, 볼이 옴폭 들어가고, 초라한 옷차림으로 길목의 한편에 쭈그리고 앉아서 오고가는 사람들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아이들은 그 노인을 무척 무서워 슬금슬금 피해 다녔다. 소문에 의하면, 그 노인은 귀신, 빨갱이로 아이들을 붙잡아다가 북한에 보낸다고 했다.
그러나 차츰 아이들은 노인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노인은 아이들이 바짝 다가가서 장난을 치고 놀아도 화를 내거나 내쫓지 않았다. 이제 아이들은 노인이 치매환자, 정신병자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남자 아이들은 무용담으로 노인의 수염을 잡아당겨보기도 하고, 지팡이를 빼앗아 멀리 던져 놓고 달아난 이야기들을 자랑삼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온갖 장난 행패에도, 노인은 항상 길목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노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는 노인이 치매에 걸려서 집을 나갔다고 했고, 누군가는 죽었다고 했다. 지금도 어느 소문이 진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노인이 길목에서 사라지고, 아이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동안 자신들이 학교를 오가며 길목에 버려둔 각종 쓰레기들이 다음날, 그 다음날이 지나도 치워지지 않고 쌓여가고 있었다. 심지어 밤새 길목에 누군가 대소변을 봤는지,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날이 저물어 그 길목을 지나가기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
실제로 어두운 길목에서 동네 불량배나 선배들이 어린 아이들의 돈을 빼앗기도 했다. 노무현 전대통령님의 영결식이 끝나고, 인터넷상에 그 분에 대한 꿈을 자주 꾸고 있다는 사연을 접하면서, 불현듯 나 역시도 과거의 기억 속에서 잊혀 졌었던 그 노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벌써 수십 년이 지난 그 노인의 모습이 선연이 떠오른다. 내일 동창생들 모임이 있다. 친구들을 만나면, 그 노인을 기억하고 있는 녀석들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제 녀석들을 만나면 주식과 부동산 이야기가 주종을 이루고, 그리고 건강과 함께 어딜 놀러가자고 하겠지. 더러는 왕성한 성욕을 과시하며 부부클리닉을 열심히 강연하는 놈들도 있을 것이다.
더러는, 한나라당의 방송미디어법이 재벌 신문사를 위한 또 다른 언론통제가 될 것이라며, 서민의 방송 MBC를 지켜내자고 하는 놈도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다시 어린이가 되고 싶다는 친구도 있겠지. 서민을 위한 대책이 전기료와 가스 요금을 올리는 것이냐고 하는 친구도 있겠고, 휘발유 값 때문에 차량운행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도 나올 법하고, 이미 기아차를 구입한 친구는 언소주(언론소비자주체연대)가 보수언론에 편파적인 광고를 한다며 삼성제품불매운동에 동참했다는 이야기도 예상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들은 취기가 오르면 노래방에 가서, 미친 듯이 춤추고 노래하고,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각자의 집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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