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2009-06-27]
'풍운아' 이천수(28)가 막다른 골목에 섰다.
이천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무적 선수로 전락할 뻔했으나 전남 드래곤즈의 박항서 감독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계속해서 녹색 잔디 내음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정규리그 개막전인 FC 서울과 경기서 불미스런 행동으로 징계를 받기도 했지만 50일 만에 필드에 복귀한 이천수는 발목과 사타구니 부상에도 불구하고 5경기 연속 출장해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박 감독의 은혜에 보답했다.
이러한 특A급 활약 속에 A매치 79경기(10골) 출장을 자랑하는 이천수의 대표팀 복귀설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3경기를 앞두고 프로리그가 휴식기에 들어가기 직전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천수는 에이전트와 원 소속팀인 페예노르트의 모종의 거래 속에 사우디아라비아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 놓은 상황이다.
문제는 한때 행복했던 시간들을 함께 했던 전남 구단 측이 "위약금 3억 7500만 원을 받고 빨리 일을 마무리 짓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이천수가 도의를 저버리고 일방통행만 고수한 채 제 갈 길 가기에만 바빴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이천수의 K리그 복귀는 더 이상은 힘들 듯 싶다.
지난 2005년 스페인의 레알 소시에다드와 누만시아서 적응을 하지 못해 받아줬던 원 소속팀 울산 현대도, 2007년 페예노르트서 부상으로 내쳤으나 끌어 안아준 수원 삼성도, 수원 삼성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으나 손을 내밀어준 전남을 비롯해 K리그 15개 구단이 '배신자'로 낙인 찍힌 이천수를 반길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고 이천수를 부르지 않았던 대표팀 역시 매한가지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2010 남아공월드컵 진출을 확정짓고 목표인 원정 16강행에 필요한 요소들로 체력, 투쟁심, 기술적 수준을 꼽으며 특히 강조했던 사항은 '조직력'이다.
20년 만에 무패(4승 4무)로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올랐고 2008년 1월 칠레와 친선경기서 0-1로 패한 이후 24경기 연속 무패행진(11승 13무)을 이어가며 분위기가 최고조에 다다른 대표팀이 이천수를 부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K리그도 대표팀도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천수를 보듬어주며 유야무야 넘어 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천수의 급격하게 커져버린 내리막의 경사를 막아내기란 너무도 힘들 듯 싶다.
〈OSEN 박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