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주 죽을 맛입니다.
오빠 하나만 바라보면 지금이라도 당장 결혼 하고 싶은 맘 굴뚝같지요.
그런데 시모만 생각하면 아주 열이 받습니다.
시모랑 저랑 원래 사이가 좋았지요.
2년전부터 집에 찾아가서 자주 뵜거든요.
전 원래 자타가 인정하는 순둥이 입니다.
무지하게 착하다고... 그런데 2년만에 성격 확 버렸습니다.
2년전에 오빠가 사귀는 여자친구라고 첨 인사시켰죠.
첨 몇번은 손님 대접해주시드라고요.
근데 그것도 잠시,
아버님 밥 차려 드려라. 설거지해라. 같이 시장보러 가자.
이것도 좋았습니다.
며느리로 벌써 인정받나 싶어서요.
하지만 점 점 심해지더니 결혼 약속도 안한 아들 여자친구 자꾸 불러서.
명절 날에도, 친척 모임날에도, 심지어 김장날에도.
아주 뼈가 빠지도록 일을 했습니다.
오빠에게는 여동생과 누나가 있습니다.
누나는 임신중이어서 그랬다 칩시다.
여동생은 제가 뼛골 빠지게 일할 때도 잠만 잡니다.
밤새 놀아서 피곤하니 그냥 자랍니다.
처음엔 밤에 무슨 일 하러 다니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피곤한 줄알았습니다.
근데 26의 신체 멀쩡한 백수더군요.
잠시도 쉬지 못하고 전부치고, 김장담그고 그랬었지요.
그래도 참았습니다. 솔직히 그 땐 오빠랑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어른들한테 밑보이는 행동 하기도 싫었기 때문이죠.
어머니는 항상 저보고 막내딸처럼 생각하신답니다.
그런데 글쎄요..
상견례를 했지요.
원래 2년뒤에나 결혼 하려 했는 데, 제가 그만 임신이 되어서요.
도대체 왜 딸만 죄송해야 되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부모님은 자꾸 자꾸 죄송하다 하셨죠.
자꾸 제 부족한 면만 말씀하시며, 부족한 딸 어찌 보낼지 모르겠다 하셨죠.
반면 예비시모 되실 분께선 제 부족함에는 맞장구 치시면서 오빠 자랑만 연신하시죠.
무슨 벼슬 하나 하신 분 같더라구요.
"맞아요. 쟤(나)가 아직 철이 없죠. 우리 집에 놀러오면 청소도 안하드라구요. 여자면 당연히 그런생각이
들텐데, 우리 xx(오빠)는 어릴 때부터 교육을 잘 시켜서 어찌나 부지런한지.."
기가 막히더라구요. 아직 시집도 안온 아들 여자친구가 집에 찾아가 걸레질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제가 철이 없는 건가요?
암튼 그얘기는 그걸로 마치고,
문제는 혼수 문제입니다.
실은 전 아직 학생입니다.
즉 벌어놓은 것이 없다는 소립니다.
오빠는 대기업에 다닙니다. 즉 버는 돈이 꽤 된다는 소립니다.
오빠는 제 형편이나 사정 다 이해하고 어린 신부 데려오는 것도 미안해서인지,
그냥 제가 쓸 물건 몇가지만 사오라고 하더군요
그냥 오빠집들어가서 살려고 하고 있거든요.
오빠는 일부러 어머님도 들으시라고 그 얘기를 어머니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 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절 따로 부르시며 이러시더라구요
" 널 막내딸처럼 생각해. 갑자기 결혼하게 됐으니 멀 준비할게 있겠냐.
더구나 새집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살림살이 다 있는 집에 들어오는데, "
여기까진 좋았지요..그 다음 말이 가관이십니다.
"그냥 오빠방에 장농이랑 침대랑 너 화장대랑 컴퓨터랑 텔레비젼이랑만 놓고..
세탁기랑 냉장고 낧았으니깐 그것만 바꾸고,...신혼집이니깐 새로 도배나 하고,
싱크대만 바꾸면 되지...멀 더 할게 있냐..."
순간 "헉!"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더군요.
저도 당연히 기본적인 혼수는 생각하고 있었지요..
근데 컴퓨터도 혼수 품목에 들어가나요?
그리고 이미 텔레비젼이 2대나 있는 집에 텔레비젼을 또 사라니요?
세탁기 잘 돌아갑니다. 냉장고는 저도 살마음 있습니다.
근데 도배도 원래 혼수 품목입니까?
싱크대도 혼수 품목인지요?
제가 어려서 잘 모르고 하는 소립니까?
아예 집을 사오라는 소린 왜 안하실까요?
상견례 자리에선 아예 저희 엄마 한테 저 말씀에서 몇개 더 덧붙이시고는..
" 머 할 게 있나요? 서로 사정 다 아는데.." 라고 하십니다.
여기까진 좋습니다.
과연 시댁쪽에선 저에게 멀 해주실까요?
돈도 못 버는 학생이 빚져서 저런 걸 해오라고 하시면
아들 대기업 다니고, 식당운영하는 어머니가 있는 집은 어떨까요?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
"서로 형편 다아니까..너도 예물같은 것 생각하지 마라.
요새 예물이 먼 필요있냐. 그냥 니들 커플링 같은 거 하나 맞추면 되지.
그거 해봤자 아무 쓸모 없어"
할 말이 없더군요.
심지어 신혼여행도. 오빠가 푸켓으로 가겠다고 하자.
"너 국내로 갈거래매? 왜 말이 바뀌니? 국내 괜찮잖어. 강원도 이런데.."
제가 오빠쪽에서 이번 결혼식에 드는 비용 계산해보니. 400~500 되드라구요.
저희집은 1500정도 들고요.
제가 울고 불고 오빠한테 따진 통에 오빠가 많은 부분을 대신 감당해 주기로 했습니다.
어머님께는 자기 의지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린다고 하더군요.
아주 깝깝합니다.
저희 엄마한테 하시는 말씀이.
"우리 큰애 시집보낼때는 아무리 적게 한다고 애를 썼는데 2천 들데요.. 그정도는 들어야 되요"
새집에 들어간 큰 딸 말씀하시는 거죠..
참 하나 더 있습니다.
제가 임신중이라 했지요..
상견례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도 하십니다.
"전 쟤 아기 낳으면 절대 못봐요. 미리 대놓고 얘기하는 거에요.
난 일하기 때문에 절대 봐줄수 없어요. 그럼 친정엄마가 봐줘야지 어떡해.
딱 보니까 얘 잘보시게 생기셨네..호호호호"
저희 친정엄마도 일하시지요.
제가 철이 없고, 어리고, 배운 게 없어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예비시모 욕합니다.
저를 욕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말하니 후련한 걸요.
정말 결혼이란 거 오빠만 아니면 떼려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