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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저주 받은 부대 (3편)

호야 |2009.07.24 13:54
조회 1,299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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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원들이 저수지까지 나와서 살피고 난 후에야 박한수 병장을 찾을 수 있었다.



오른손에는 30센티 길이의 접이식 톱을 들고 두 발목이 잘려 나간 채 박병장은 저수지 물에 상체를 처박고




죽어 있었다. 잘려진 두 발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끔찍한 광경에 부대원들은 할 말을 잃었고 이 사실은 즉각 상부에 보고되어 군수사관인 강중위의 귀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부대로 부리나케 달려온 강중위는 사건현장을 목격하고는 토할 것 같은 역겨움에 치를 떨었다.




이리저리 사체를 살피던 강중위는 죽은 병사가 어제 보았던 기이한 행동을 하던 병사임을 알아채고



의심스런 눈빛으로 선임하사에게 물었다.






"선임하사.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새벽에 저 녀석이 사라져서 여기저기 행방을 찾았는데 저렇게 발견되었습니다."




"이 부대에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지요? 이 사건들이 단순히 우연은 아닐 것 같은데"




"저도 잘 모릅니다. 전에 부대의 한 병사가 실종된 이후로 계속 이상한 일이 연속해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종? 이성재 아니오?"





"이성재 상병이요? 그 친구는 얼마 전에 제3초소에서 근무서다가 자살기도를 한 병사입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습니다. 지금 수도통합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실종된 병사는 아닙니다."





"뭐요? 자살기도? 아니 이 부대 도대체 무슨 귀신이라도 씌운거요?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이 다치거나 죽어



나가고 있지 않소?"






"면목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곧 저희 중대가 해산될거라는 소문이 벌써 파다합니다. 대대장님과 중대



장님도 벌써 3번이나 사단본부에 불려가셨습니다."




"이성재 상병이라고 그랬나요?"





강 중위는 급히 차를 몰아 수도통합병원으로 향했다. 수시간이 걸려 도착한 통합병원에서 강중위는 이성재



의 담당 군의관을 찾았다.





"전형적인 총기자살기도입니다."





담당 군의관은 사고 순간을 마치 옆에서 지켜본 것처럼 묘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보통 K2나 M16소총같은 경우 총신이 길기 때문에 자살을 기도할 경우 총구를 자신의 머리로 향하는게


힘듭니다. 그래서 팔을 길게 내려 총을 잡고 총구를 턱 아래에 갖다놓고 방아쇠를 당기게 됩니다."






"그러면 턱부터 정수리까지 관통되어 죽을 텐데요."





"물론 제대로 쏜다면야 그렇죠. 그런데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극에 치달은 공포로 인해 자신도 움찔하기


때문에 총알이 발사될 때 자신도 모르게 턱을 쳐들게 됩니다. 결국 아래턱과 윗니 부분이 박살이 나고



목숨은 붙어있게 되죠."






"끔찍하군요."





"네. 의사로서 할 얘기는 아니지만 어떤 때는 차라리 죽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환자는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신경에 잠시 이상이 온 건지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밤마다 발작을 일으켜서 근무자들



이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아래턱이 없는 입으로 뭔 비명소리를 그렇게 크게 질러대는지..



보통 외상 후 정신적인 충격인 트라우마 상태에 빠지면 저럴 수 있는데, 지금 이 환자는 수면상태에서



깨어나 일어나는 보통의 발작과는 달리 두 눈을 뜨고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마치 뭘 보고 놀라는 것처럼요."







"환자를 면담해도 될까요?"






"네. 그러시죠. 단 안정이 필요하니 너무 오랜 시간 있지는 말아주십시오."





강 중위는 담당 군의관의 안내를 받아 병실로 향했다. 병실의 여러 개의 침대에는 어디서 무슨 사고를



그렇게 많이도 당했는지 많은 군인 환자들이 누워있었다.






"저기 얼굴 전체에 붕대를 감고있는 저 환자입니다."





강중위는 조심스레 이성재 상병에게 다가갔다.




몸에는 아무런 보조 장치가 없었고 단지 얼굴에만 눈을 제외하고 붕대를 두툼히 감고 있었다.



턱부분에 감긴 붕대가 함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느낌상으로도 얼마나 끔찍한 부상을 겪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러 겹 감긴 두툼한 붕대사이로 이성재 상병의 부릅뜬 두 눈이 보였다.





"이성재 상병? 나는 군수사관 강하경 중위라고 하네."






이성재 상병은 강중위의 말소리를 듣고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게 눈의 초점을 변화시키지 않았다.





"자네 부대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 몇 가지 묻고자 왔네. 얼마 전 김창식 상병이 모텔에서 살해



되었네. 게다가 오늘도 박한수 병장이 자살을 했어."





이성재 상병은 그제서야 눈동자를 돌려 강중위를 쳐다보았다.






"모두들 뭔가 감추고 있는 것 같아. 자네는 진실을 알고 있지? 지금부터 '예'라는 대답 대신에 눈을 깜박



여 줄 수 있겠나?"






이성재 상병은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고맙군.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서로 관련이 있지?"






이성재 상병은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난 일단 자살 사건보다 모텔 살인 사건을 먼저 처리해야 하네. 김창식 상병이 부대에서 성실했나?"






이 상병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그 병사가 탈영을 했다니 믿기지 않는군. 그는 죽음을 피해 탈영한 것이야. 그렇지?"





이 상병은 감은 눈을 뜨지 않았고 대신에 눈꺼풀 사이로 작은 물줄기를 흘려보냈다.






"김창식 상병을 누가 죽였을 것 같나? 부대 내에 있는 사람인가?"






이 상병은 젖은 눈을 뜨며 눈을 깜박거렸다.





"그렇군. 부대 내에 범인이 있어. 김창식 상병은 아는 사람에 의해 살해된거야. 모텔에 저항한 흔적이



전혀 없었거든. 누구지? 자네 알고 있나?"






이 상병은 부릅뜬 눈을 전혀 감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모르는건가? 대답하기 싫어하는 건가?"




하나의 질문만을 던져야 할 상황에서 강중위는 조급한 마음에 두 가지 질문을 동시에 던지고 말았다.



잠시 고민에 빠진 강중위는 말을 이어갔다.





"탈영한 병사를 살해할 인물이라....일단 외부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 사람이겠군.



김창식이 살해된 날 사병중에는 아무도 휴가를 받은 사람이 없었어. 그렇다면 간부.............엇!!!!



중대장!!"






이 말에 갑자기 이성재 상병이 온 몸에 발작을 일으키며 사람이 흉내내기 힘든 괴성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이성재!!! 이성재!! 정신 차려!! 이봐요!! 군의관!!!"




몇 명의 간호사와 군의관이 달려와 이성재 상병을 진정시켰다.





담당 군의관은 급한 목소리로 강중위에게 부탁했다.





"오늘 면담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만 나가주시죠."





강중위는 쫒겨나듯 병실을 빠져 나왔다.




주차장으로 달리고 있는 와중에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네?"




"예...강중위님. 여기 김창식 상병 사건 담당형사입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범인의 CCTV 1차분석결과가 나왔는데 얼굴은 알 수 없구요. 키는 180정도에 체중은 90킬로 이상되는



우람한 체형의 남자입니다. 걸음걸이가 약간 팔자 걸음이구요. 보폭을 넓게하고 빠르게 걷는 것으로 보아



우람한 체격임에도 운동에 익숙한 사람인것 같습니다."





강중위는 고맙다는 짤막한 인삿말을 남긴 채 핸드폰을 접고 차를 몰았다.




"중대장....중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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