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화면·산떡 등 미각을 돋궈 주는 계절 음식도 많아
삼짇날 즐겨 먹던 진달래 꽃잎을 넣어 만든 화전.
음력으로 치면 3월인 이 때는 새싹이 파릇파릇 돋고 꽃들이 울긋불긋 피어나며, 농촌에서는 못자리 준비 등 비로소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합니다.
태양을 기준으로 계절을 나눈 24 절기로는 대개 ‘청명’과 ‘곡우’가 이 달에 듭니다.
한편, 음력 3월에 드는 대표적인 명절로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 삼짇날’이 있습니다. 양력으로는 대체로 4월경인 음력 삼월 초사흗날이 바로 이 날입니다.
우리 나라 명절은 설날(음력 1월 1일)ㆍ단오(음력 5월 5일)ㆍ칠석(음력 7월 7일)ㆍ중구일(음력 9월 9일) 등 대개 홀수 달에 있으며 월과 일의 두 수가 겹치는데, 삼월 삼짇날도 역시 그렇습니다.
삼짇날은 봄을 알리는 명절로,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씨앗 뿌리기가 시작된답니다. 삼짇날은 한문으로 풀이해 보면, ‘삼(三)’의 ‘양(陽)’이 겹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따라서 옛말에 ‘삼질’이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중삼(重三)’ㆍ‘상사(上巳)’ㆍ‘원사(元巳)’ㆍ‘상제(上除)’ㆍ‘답청절(踏靑節)’이라고도 불렀답니다.
그 중 ‘답청절’은 이 날 들판에 나가 꽃놀이를 하고 새 풀을 밟으며 봄을 즐긴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옴은 물론, 뱀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이 무렵부터 온갖 나비와 새들이 선을 보이며 꽃을 찾아 날아들지요.
우리 조상들은 이 날 뱀을 보면 재수가 나쁘고 흰나비를 보면 그 해 부모님이 돌아가실 징조라 하여 불길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노랑나비나 호랑나비를 보면 모든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물 흐르듯이 소담하고 아름답다고 하여 부녀자들이 앞을 다투어 머리를 감기도 하였습니다.
농사와 관련하여 삼짇날 개구리 울음소리가 크면 농사지을 물이 풍부하여 풍년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가물어 흉년이 든다고 했습니다.
특히 이 날 봄볕에 장을 담그면 장맛이 좋고, 집 안 곳곳을 고쳐도 아무 탈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사내아이들은 물이 오른 버드나무 가지로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었으며, 여자아이들은 풀로 각시인형을 만들어 각시놀음을 하며 놀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삼짇날 하면 먼저 떠오르는 화전이 있습니다. 화전이란 진달래 꽃잎을 붙여 지진 부꾸미, 즉 꽃전을 말합니다. 화전을 부쳐 먹으며 노는 봄놀이를 화전놀이라 하지요.
이 때쯤이 되면 산과 들에 개나리ㆍ할미꽃에 이어 온 산에 진달래의 연분홍 꽃이 활짝 피어 신비로운 신록과 어울려 정말 아름다운 경치를 이룹니다. 온 산에 봄 꽃이 가득 피어나면, 마을 아낙과 처녀들은 바구니를 옆에 끼고 산으로 향했습니다.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쌀가루에 반죽하여 참기름을 발라 화전을 지져 먹으며 놀았지요.
한편, 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힌 다음 국수처럼 가늘게 썰어 오미자국물에 띄우고 꿀과 잣을 곁들여 먹는 ‘화면’이란 음식도 삼짇날의 별미입니다. 이들 모두 봄의 미각을 한층 돋구는 계절 음식이랍니다.
이 밖에도 삼짇날에 먹는 음식으로는 흰떡을 방울모양으로 만들어 속에 팥을 넣고, 다섯 가지 색깔을 들여 구슬처럼 꿴 ‘산떡’과 쑥을 찹쌀 가루에 버무려 찐 ‘쑥떡’ 등이 전해져 옵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 속에서 계절에 어울리는 재료와 그 원리를 잘 이용함으로써 어렵고 힘들었던 춘궁기를 지혜롭게 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않는 우리 조상들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여유마저도 찾을 수 있습니다.
높은 빌딩 숲 속에서 인스턴트 식품으로 식사를 대신하며 오늘 하루도 바삐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상의 이런 지혜로운 삶은 더욱 간절해지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