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강반장과 최형사는 다시 국회를 찾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예언서 만을 모은 여러 박스에 나누어 담은 책을 반납했다.
“도서관장이 강반장에게 물었다.”
“찾던 문장은 찾으셨나요?”
“아뇨…”
“그 문장… 비밀이 아니라면… 저한테도 보여줄 수 없나요?”
강반장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미 인터넷상에 떠 도는 메시지가 되어버린 예언 내용의 일부를 알려 주기로 했다.
“그러니까 예언 내용은…”
강반장은 베껴 쓴 내용을 꺼내 잃었다.
“ ‘첫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피 섞인 우박과 불이 나서 땅에 쏟아지매 땅의 삼분의 일이 타서 사위고 소목의 삼분의 일도 타서 사위고 각종 푸른 풀도 타서 사위더라. 둘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불붙은 큰 산과 같은 것이 바다에 던 지우매 바다의 삼분의 일이 피가 되고 바다 가운데 생명 가진 피조물들의 삼분의 일이 깨어지더라.’ 라는 내용입니다.”
관장은 지긋이 미소를 지었다.
“제가 아는 한은 예언자들의 예언서에는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그럼, 이것이 예언이 아니라…면…”
최형사가 물었다.
“우리가 예언서라고 착각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겁니까?”
“사실 예언이라는 것은 신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신?”
“그럼… 전 이만 실례…”
도서관장이 무엇인가를 아는 눈치를 내보이고도 답을 알려주지 않고 사라지려 하자, 최형사가 놀라 그를 불렀다.
“아니, 저 관장님.”
“그만 둬!”
강반장이 최형사를 제재했다.
“네?”
강반장은 무척 화가 치밀어 오른 눈치였다.
“저자도 즐기고 있군, 우리가 헤매는 것을…”
“역시… 그림자 살인의 회원?”
“아마도 그렇겠지…”
“젠장, 완전히 가지고 노는군요. 빌어먹을… 어쩌죠?”
“알려줄 마음이 없는 상대한테 뭘 기대하지? 구속이라도 할거야?”
“하지만…”
그렇게 잔뜩 불쾌해진 두 사람은 도서관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신이라니…”
“역시… 경문이나… 성서가 아닐까요?”
“난 무신론자야… 그리고 그것들도 역시 인간이 기록한 것일 뿐이야.”
그때, 강반장의 핸드폰이 울렸고, 잠시 후. 전화를 받은 강반장은 핸드폰을 박살 내 버렸다. 그리고 긴 침묵이 흘렀다. 그 전화 내용은 너무나도 뻔한 것이었다.
“청장님?”
“그래…”
“뭐라고 하셨죠?”
“김채연을 만나보라는 거야…”
“석방인가요?”
“그걸 미끼로… 수사팀에 합류 시키라는 거야.”
“역시…”
최형사는 침묵했다. 지금 그는 강반장을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도 같은 참담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여자군요… 김채연…”
최형사를 서로 보낸 강반장은 혼자 김채연을 찾았다. 그리고 그녀는 거의 반년 만에 자신을 찾아온 강반장에게 말했다.
“너무… 늦게 깨달은 것 아냐?”
“…
“잡을 수 있겠어?
“널 절대로 이곳에서 내보내지는 않을 거야”
“훗…”
채연은 묘하게 웃고 있었다.
“왜 웃지?”
“상관의 명령을 어길 거야?”
강반장은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여자 앞에서는…
“무슨 생각해?”
“네가 거절했다고 할거야.”
“과연… 그런 방법이 있었군…”
그리고 또 한참 시간이 흘렀다.
“그래… 이정아는 찾았어?”
“…”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하나만 묻지…”
“뭔데?”
“알고 있나?”
“당연한 것 아냐?”
강반장은 곧 바보 같은 질문을 한 자신을 힐책했다.
‘정말 한심하군…’
그는 다시 채연에게 물었다.
“다음 살인도…?”
“아마도…”
채연은 갑자기 강반장을 노려 보았다. 그녀의 눈에 비친 강반장은 심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때가 되지 않았군.’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 찾아오지…”
강반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한 강반장에게 김채연이 말했다.
“첫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피 섞인 우박과 불이 나서 땅에 쏟아지매 땅의 삼분의 일이 타서 사위고 소목의 삼분의 일도 타서 사위고 각종 푸른 풀도 타서 사위더라.
둘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불붙은 큰 산과 같은 것이 바다에 던지 우매 바다의 삼분의 일이 피가 되고 바다 가운데 생명 가진 피조물들의 삼분의 일이 깨어지더라.”
“…역시… 알고 있었나…”
채연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강반장에 대답 대신 더 큰 비밀을 털어 놓았다.
“셋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횃불같이 타는 큰 별이 하늘에서 떨어져 강들의 삼분의 일과 여러 물 샘에 떨어지니 이 별 이름은 쑥이라 물들의 삼분의 일이 쑥이 되매 그 물들이 쓰게 됨을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더라.”
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강반장이 물었다. 그는 지금 흥분되어서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무슨… 의미지?”
“세 번째 살인은… 물이야.”
강반장은 반사적으로 생각해 냈다.
‘익사… 인가?’
그러나 김채연은 이미 그를 뛰어넘고 있었다.
“그래. 익사야. 그리고 시신은 국회 근처 고수부지에 있을 거야… 시신을 멀리 유기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번거롭거나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모방살인을 완성하기 위해서야. 이 모방살인은 섬을 벗어나서는 안되거든.”
“…섬… 이라고?”
강반장은 더 이상 아무 대꾸 없이 채연에게서 도망치듯 빠져 나와 그 길로 곧 한강고수부지를 찾았다. 당일 고수부지에서는 대대적인 수중 수색작업이 개시되었다. 그리고 만 하루 만에 풍선처럼 부풀어 부패해 버린 이정아의 시신이 인양 되었다.
이정아가 실종된 지 10일.
시신을 찾은 지 벌써 3일.
모든 증거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강반장과 최형사는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두 사람은 점점 초조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언론과 상층부의 압박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그녀에게서는 아무런 단서도 없었어요… 단지 익사…”
“불러낸 건… 역시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등기우편을 통한 메시지…겠지?”
“그들이 죽음의 위협을 감수하고서라도 알고 싶었던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글쎄…”
최형사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김채연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김채연이라면 알고 있겠죠.”
“아마도…”
두 사람이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번 살인사건은 무엇의 모방살인 일까요?”
“아마 어떤 예언서 겠지…”
“예언서라는 예언서는 다 뒤져 보았고… 경문, 성서까지 다 살펴 보았다고요.”
“그건 알 수 없는 거야… 단 2주 동안 여기 있는 잉여의 경찰 인력을 다 동원해서 수백 권을 책을 보았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거야… 그 중 누구인가는 귀찮거나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대충 건성으로 책장을 넘겼겠지… 보지 않고 그냥 던져버린 책도 많을 거야… 설사 어디에서 인가 그 문장을 보았다고 해도 깨닫지 못한 게 당연한 거야…”
“어느 책의 몇 페이지 몇째 줄 이라고 말하기 전에는 찾지 못 할거라는 애긴가요?”
“현실적으로 그렇잖아… 우리가 수백권의 책을 몇 달이고 돋보기로 보듯 찾아볼 수도 없고…”
“차라리 문장을 언론에 공개하면…”
“이 사건을 웃음거리로 만들 생각이야?”
이 대목 만큼은 절대로 강반장이 동의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미 많은 미스터리 매니아들이 도달한 결론에, 자신이 도달하지 못해 공개적으로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다. 설사 그것이 김채연의 의도라 하더라도… 절대로.
“이젠 어쩌죠? ‘그림자 살인’ 사이트에서는 이제 우리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아요. 모두들 즐기고 있어요. 우리가 허우적거리는 광경을…”
두 사람은 침묵했다. 그리고 그 침묵에는 비참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림자 살인 사이트의 매니아들도 자신들이 안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것을 내가 공개해 개망신을 당하다니… 절대로 있을 수 없어… 절대로…’
최형사가 주제를 달리해서 물었다.
“어째서 그들이 받은 등기는 모두 사라졌을까요?”
“아마, 품속에 지니고 다니지 않았을까? 중요한 정보니까… 그리고 그들을 살해한 후에 시신에서 등기를 수급 했겠지… 그것도 아니면, 메시지를 제거하는 것이 비밀의 문을 열어주는 조건이었을지도…”
“그리고 진실에 갈급한 사람들은 그 조건을 충실히 따른다…”
추측으로 밖에 사건에 접근하지 못하는 두 사람… 그들에게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수수께끼는… 크게 2가지야… 어떠한 진실로 그들을 유혹 했는가? 그리고 이것은 어떤 예언의 모방살인 인가?”
결국, 강반장은 다시 김채연을 찾았다.
“항상 너무 늦는군…이러다가 다음 희생자가 생기고 말 거야…”
“…”
강반장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하나 궁금한 것이 있어…”
“뭔데?”
“네가 이곳에 스스로 들어온 이유는 잠적한 김필우를 끌어내기 위해서야. 그 이유는 그가 네 범죄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자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김필우가 이런 살인행각을 하는 이유는 사건해결을 하지 못한 내가 네 도움을 받기 위해 기소를 취소하고 네게 수사협조를 의뢰하기를 바라는 거겠지.”
“그건 피차 이미 다 아는 사실이잖아… 도대체, 질문이 뭐야?”
“그런데도 김필우는 계속 사건 속에서 흔적을 남기고 있어. 왜지? 마치 내가 빨리 사건을 해결하도록 종용하듯이 말이야…”
채연의 입가에서 순간 미소가 사라졌다.
“그래서?”
“그리고, 넌 김필우를 찾는 게 목적이면서도 내게 그에 대한 힌트를 전혀 주지 않고 있어.”
“그런가?”
“이유가 뭐지? 왜 두 사람이 목적과 전혀 다른 행동패턴을 보이는 거지?”
채연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강반장의 눈을 바라보았다.
“타이밍 이야…”
“타이밍?”
“그래, 지금 필우와 내가 재우씨를 가지고 놀고 있는 거야. 단지, 재우씨 행동과 깨달음에 대한 타이밍을 누가 더 잘 맞추느냐의 게임이지…”
“…”
강반장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아무런 항변도 할 수 없었다.
“또 보지…”
강반장은 그만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그때 채연이 강반장에게 네 번째 예언을 했다.
“넷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해 삼분의 일과 달 삼분의 일과 별들의 삼분의 일이 침을 받아 그 삼분의 일이 어두워지니 낮 삼분의 일은 비침이 없고 밤도 그러하더라.”
“…”
예언을 모두 머릿속에 입력한 강반장은 아무런 대꾸 없이 김채연과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