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한다는 '디 워(The War)'를 두고 국내 여론의 관심이 또다시 심형래 감독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부산 국제 영화제에 5분짜리 프로모션 동영상을 보며 최첨단 SF로 눈길을 끈다거나 해외 배급사를 찾기 위한 미국필름마켓(AFM)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기사들이 종종 눈에 띄더라고요.
또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어구가 '우리 나라에서도 "반지의 제왕"과 유사한 수준의 최첨단 판타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라는 것이 그들의 평입니다.
특히 이들은 소위 "쇼비니즘", 적당한 우리말로는 "과도한 애국주의"정도가 알맞을 것 같은데 아무튼 이런 표현이 적합할 정도의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심형래 감독의 신작 '디 워'를 둘러싼 이러한 호의는 전에도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전작 '용가리' 개봉 즈음이었던 지난 99년이었죠.
그당시 심형래 감독은 정부로부터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되고 '못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서 못하는 것이다-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안납니다만' 등의 발언으로 무척이나 유명세를 탔습니다.
여기에 과도한 성과를 계속 내세우는 심형래 감독의 발언도 유명세에 한 몫했죠.
해외에 벌써 2백만불 이상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느니 해외에서 자신의 영화를 너무도 수입하고 싶었다는 발언들이 바로 그것이었는데요.
애국주의를 등에 업은 용가리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점차 증폭됐었죠.
하지만 결과물은 정말 참혹했습니다.
엉성한 SF는 물론이고 스토리 라인 자체가 아예 얼궤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와 함께 개봉과 동시에 흥행성적은 곤두박질쳤죠.
영화를 본 관객들은 지루해서 참을 수 없다라거나 더빙과 입이 전혀 맞지 않는 기본적인 영화 기술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라는 등의 악평을 연일 올렸죠.
심감독 영화의 일부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B급 영화의 작은 매력이 숨어 있고, 당시 상황으로서는 더 나은 품질의 영화를 만들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성토했지만 비난 여론에 휩싸여 발언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바가 바로 이것입니다.
아직 5분짜리 프로모션 동영상만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는 벌써부터 디 워에 대한 여론의 호의적인 평가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을 능가하는 작품이라느니 진정한 한국의 판타지 영화가 탄생했다고 얘기들을 하더군요.
특히 이 영화를 향한 호의적인 반응은 SF 효과에 집중돼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봤을 때 일부 장면의 SF 효과만 뛰어날 뿐 기본적인 스토리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면 분명 관객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겁니다.
문제는 또 다시 비난여론이 득세하게되면 심 감독이 거둔 조그마한 성과마저도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
분명 한국의 영화산업은 헐리웃에 비해 열악하기 그지 없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뛰어난 영화를 만든다 해도 SF 등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미국에 뒤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상식적인 얘깁니다.
그렇다면 분명히 SF와 더불어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이야기구조라든가 자그마한 철학적 성찰로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수많은 보도자료를 보면 그쪽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더라고요.
어떤 성과에 대해 "검증"이 되지 않고 과포장된다면 그것에 대한 비난은 배 이상으로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미 거둬들인 조그마한 성과마저도 퇴색하고 묻혀지게 되죠.
예전에 제목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한국 최초의 극장용 성인 애니메이션이었던 "블루클럽(?)"이었던 영화가 생각납니다.
언론에 의해 과대 포장됐던 그 영화도 막상 개봉되자마자 관객과 언론에 의해 난도질당했고 개봉 첫주 흥행성적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죠.
황우석 박사 건도 분명 비슷하다고 봅니다.
황박사도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지만 과대포장으로 인해 풍선이 터지듯 거품이 팍 꺼지듯 비난에 휩싸이게 되버렸죠.
이 때문에 실제 검증되지 않은 과도한 애국주의는 분명히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그리고 심형래 감독의 신작 디 워가 그런 매커니즘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기위해서는 심감독 먼저 영화에 대한 과도한 포장을 제거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제안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