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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분노

유유 |2004.09.11 17:27
조회 1,111 |추천 0

 

벌써 한달이 되어가나요?

2년여를 만나던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며

여러분의 조언을 구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와 헤어진지 한달이 되어가네요.

 

헤어지고 유유는 너무 씩씩했답니다.

너무 씩씩하게 덤덤하게 잘 살아서

스스로 대견해하며

그래~ 잘 한일이야..라고 생각하며

그동안 못만나던 사람들도 만나고

일요일 아침이면 한강으로 스케이트도 타러 나가고 하며

더 즐겁게 더 많이 웃으며 살았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담담할까..

그 사람을 그렇게나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사랑하지 않았었나? 의심할 정도로..

 

그러다 우연히 아는 지인의 홈피에서

그의 박사학위 수여식 사진을 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그의 소식도 간간히 듣게 되었습니다.

 

헤어질때

네게 내 소식 안들리게 해줄께..라고 말했던 그 이기에

나와 함께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지내려나 보다..생각했었는데

원래 그런 사람이니 그렇게 해주려나 보다..생각했었는데

평소 잘 안만나던 사람과 만나 술을 마셨다는 소리가 들리고

나와 그를 소개시켜 주셨던 친한 언니와 저녁 약속을 했다는 소리도 들리고...

 

2년여를 만나다 헤어진 사람인데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인데

헤어졌다고 남이 소식 듣듯이 그렇게 태연할 수가 없더라구요.

소식이 들리면 문득 그립고

소식이 들리면 문득 흔들리고

그런날은 왠지 맥주 한잔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고

괜시리 쓸쓸해지고..

 

그러면서 담담하게 잘 지내던 제 생활도

무너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웃으며 잘 지내는데

왜이리 가슴이 허전하고 아픈지..

 

내가 지난 2년간 뭘 했던가..허무하기도 하고

그 긴 시간 그 사람이 바쁘고 정신없었던 시간

조용히 참고 기다려준 나에게

양쪽 집안 결혼 이야기까지 구체적으로 오고가던 나에게

졸업을 며칠 남겨둔 시점에서

꼭 그랬어야 했던가..원망스러운 감정이 드는것은..

제게 미련이 남아서 일까요?

 

물론 서로 헤어지자 합의하고 조용히 웃으며 이야기 나누고 (전화로)

정리하긴 했지만

지나고 나니 지금은

그 말 조차 전화로 했어야 했는지.

내가 헤어지자 했어도 그 사람이 잡았어야 하는게 아닌지..

남자라면..그리고 사람이라면..

조용히 기다려준..그만을 바라보던 내게

마지막에 이렇게 냉정할 수 있는지 원망스럽습니다.

 

친했던 언니를 만나서도

친한 오빠를 만나서도

제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원래 그런 사람이쟎아..라고 사람들은 이야기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독할 수 있는지

내가 지난 2년간 만나온 사람이 그 사람이 맞는지..

 

왜 그런 사람을 사랑했었는지..

후회가 되고 화가 납니다..

 

그러면서도 보고싶은 이런 이중적인 감정에

제 자신을 추스리기가 참 힘이 듭니다.

흐트러진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 사람때문에 약해진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애써 웃으며 애써 즐겁게 생활하며

꾸며진 모습만 보여주려 애쓰는 제가

안쓰럽습니다.

 

여기다가 이렇게 넋두리를 하는게 겨우 제가 할 수 있는 한가지 하소연이네요.

시친결의 게시판 내용과도 어울리지 않지만

왠지 다른 곳엔 내 속을 보여주기 두렵고 여기선 이야기 할 수 있을것 같은 맘이 들어서..

 

 

그 사람도 나만큼 힘들어하길..

아니 나보다 더 맘아파 하길 바랍니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봅니다.

주어도 주어도 더 주지 못한게 후회되는게 사랑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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