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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 먹는거에 목숨건다

무늬만여우... |2004.09.20 13:20
조회 948 |추천 0

난 다른건 몰라도 먹는거에 목숨건다.
그렇다고 내가 뚱한 여자도 아니고, 추접하게 먹는거 갖고 그러는 건 아니지만 먹고 싶은게 있으면 꼭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내게 먹는거갖고 섭하게 굴면 바로 삐지고 눈물도 나고, 그 삐짐이 오래간다.
그래서 난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말한다.

"나 먹는거갖고 삐지게 하지 말으............."

이런 사람이 이민 생활을 하니 얼마나 괴롭겠나 생각해보라.
뭐 미국처럼 이거저거 다 있는 나라에서 산다면 이민 생활이 뭐그리 대수겠냐만, 내가 살았던 나라 그리고 돌아다녔던 나라가 그런게 귀한 곳이다.

더군다나 아르헨티나에선 시골생활도 적잖이 한터라 먹고싶은게 있으면 걍 내 손으로 만들어 먹어버리는게 내 버릇이 되었다. 거의 모든 음식을 내가 비스끄르무하게라도 맹글어 먹었는데 그 순대는 내가 못만들어 먹어봤다.

내가 하도 순대 노래를 부르니 랑이 한국에 다녀오면서 내 선물로 가져오는 것이 그 냉장순대다. 다른 여자들은 옷이며 핸드백 이런걸 좋아하지만 난 그 먹는거 사다주는걸 좋아한다. 먹고나면 옷이며 핸드백 왜 안사왔냐고 째려보긴 하지만. ㅎㅎ

되로록이면 한국 연속극을 안보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요새 드라마를 보다보면 순 먹는 장면이다. 한국과 계절이 반대로 돌아가는 이 페루에서 철에 안나는 과일을 먹을라치면 군침돌며 신경질난다.

'아띠 저것들은 꼭 저렇게 먹으며 대화를 하고 지랄이야. 걍 얘기함 안돼?'

메밀 국수라든지 순대 종류를 먹으며 서로 먹여주는 장면이 나오면 그 날 머리를 싸메고 누워버린다. 그건 여기서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니깐두루.....요샌 여기도 한국 식품점이 생겨서 메밀이야 금방 구하지만 그게 2년전만해도 어디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었던가 말야.

임신부 시절엔 먹고싶은거 못먹으면 거의 돌 지경이다.
첫 애 땐 복숭아가 제철과일이 아니라 먹고파서 앓아 눕기까지 했는데 복숭아 통조림이 생각나자 바로 슈퍼로 달려가 사먹으니 금방 씻은듯이 아픈게 사라진 적도 있다.

막내 땐 한국 부사가 넘 먹고파서 한국으로 도망갈까 생각한 적도 있다. 기어코 한국에 가서 그걸 사먹고 막내를 거기서 낳아왔지만 말이다.

생활비에서 식비가 제일 많이 드는 가정이 못사는 가정이라드만, 우리집이 식비가 많이 드는 가정이기도 하다. 먹는걸 아껴야 된다는 것은 내 사전에 없다. 맛있고 좋은건 사먹는다.

우리 집 아이들 교육을 어릴적부터 철저히 시켰는데, 맛있는건 무조건 엄마꺼다.
그래서 한국에서 손님이 오거나 맛있는 그 무엇이 선물로 들어오면 아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엄마는 좋겠다."

"엄마 나도 줄꺼지요?"

"웅....하는거 봐서."

아들넘이 자랄수록 지 할아버지를 닮아간다. 무쟈게 구두쇠다.

난 아침마다 식빵에 계란 후라이를 얹어서 먹는데 엊저녁 슈퍼에 아들을 보내려니 아들이 그걸 사러가기 싫댄다. 돈이 아깝댄다. 밥을 먹으란다.

"엄마 밥이 빵보다 몇배의 영양가가 있는지 아세요? 이제 아침마다 밥드세요."

"얌마 세끼 밥먹는데 한 끼 정도는 빵먹자. 언능 사와."

삼십분의 실랑이 끝에 내 신경질난 얼굴을 보고서야 빵을 사왔다.

'나삔넘.....그게 얼마나 한다고'

지 좋아하는거 해달라카면 약올렸다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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